20년지기 자율주행 센서팀장 '퇴사'...협력 타진 회사들도 각자도생

블룸버그·테크크런치 등 주요외신은 17일(현지시간) 벤자민 라이온 센서팀장이 애플에서 퇴사했다고 밝혔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애플의 '미래차 사업'이 계속해서 삐걱거리고 있다.

현대자동차·닛산 등 국내외 기업과의 협력이 흐지부지 된 가운데,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키맨'까지도 퇴사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애플의 자율주행차 부서를 가장 오랫동안 이끌었던 벤자민 라이온(Benjamin Lyon) 센서팀장은 애플을 떠나 우주 관련 스타트업 아스트라로 자리를 옮겼다. 

라이언은 아이폰 등 센서 하드웨어 작업을 담당하며 애플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사실상 애플카의 센서 작업까지 총괄할 핵심 인력이었다.

외신에 따르면 그는 마지막까지도 애플카 프로젝트 담당 부사장인 더그 필드에게 로드맵 구상을 보고할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그는 기술산업 전문지 테크크런치와의 인터뷰에서 "아스트라의 비전에 공감해 회사를 옮기게 됐다"며 "이제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인류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영향력 있는(impactful) 일은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벤자민 라이언은 20년 이상 애플에서 근무하면서 최근 애플의 자율주행 차량 기술을 개발하는 주춧돌 역할을 했다. [사진=링크드인 '벤자민 라이언' 갈무리]

◇ "애플카 필요 없다"...협력 후보기업 모두 '각자도생'

키맨의 퇴사로 애플의 자율주행 프로젝트는 또 다시 길을 잃고 헤매게 됐다.

애플카 협력사로 물망에 올랐던 현대차도 '제 갈 길'에 나섰고, 이외 후보군에 거론됐던 폭스바겐·포드도 데이터 기업과 손을 잡아 자체적으로 미래차 개발에 박차를 가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이달 말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를 적용한 '아이오닉 5(IONIQ 5)'를 필두로 차세대 미래자동차 라인업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기아도 오는 2026년까지 전용 전기차 7종을 출시하고 2030년까지 연간 160만대의 친환경차를 판매한다고 밝혔다. 오는 3월 최초 공개를 앞둔 전용 전기차엔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할 것이라고도 했다. 

폭스바겐은 자율주행시스템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을 잡았다.

자율주행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선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일명 '컴퓨팅 파워'가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포드도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 개발에 매진하며 구글과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6년 안에 차량 내 인터넷 연결과 클라우드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외신에 따르면 애플과 일본 닛산 간의 협상도 최근 결렬됐다. 후보자로 올랐던 이들은 모두 '애플의 하청업체'로 전락하는 것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일 디지털 간담회에서 전기차 신모델 'ID.4'를 소개하는 르네 코네베아그 그룹사장의 모습. [사진=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연합뉴스]

애플은 2014년부터 자율주행차량 사업인 '프로젝트 타이탄'을 실시했지만 그동안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최근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와 LG전자 등이 애플카 부품을 납품할 수도 있다며 주목을 받았지만, 사실상 핵심 인력을 잃고 협력 과정까지 난항을 겪으며 미래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각자도생에 나선 기업들이 애플카 보다 미래차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헤르베르트 디스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5일 "애플은 두려운 상대가 아니다"라며 "우리의 중국 시장점유율은 20% 이상이고 전기차 공장만 2곳이다. 사실상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자신했다.

로이터통신은 18일 "애플이 자율주행 리더 한 명을 잃었다"며 "테슬라 등 (자율주행·전기차) 산업에 있는 기업들보다 한 발 늦어지게 됐다"고 보도했다.

한편 애플은 이와 관련해 공개적인 논평에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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