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승리호' 포스터.
영화 '승리호' 포스터.

【뉴스퀘스트=오광수 대중문화전문기자】 영화 ‘승리호’를 보면서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다소 ‘국뽕’스러운 생각을 했다.

정교한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한국 최초의 우주 배경 SF영화로 기록될 ‘승리호’는 할리우드 대작 영화에 비한다면 저예산 영화가 아닐 수 없다,

물론 250억 원이라는 큰 제작비가 투입됐지만 몇 천억원을 투입하는 할리우드 대작의 그것과 비교할 수는 없다.

‘승리호’는 코로나19의 여파로 극장개봉을 기다리다가 넷플릭스 공개로 방향을 전환했다.

결국 190여 국가 2억400만 명이 회원인 넷플릭스에 공개된 지 이틀만에 유럽, 아시아 등 28개국에서 영화 순위 1위를 차지했다.

한국에서 만든 우주 배경 SF영화가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눈길을 끌었다는 건 획기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할리우드 SF영화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

보는 이에 따라 시각을 달리하겠지만 필자는 한국적인 SF의 승리라고 말하고 싶다.

많은 평자들이 지나치게 신파적이라고 지적하고 있지만 이 영화의 신파성이야말로 영화를 성공시키고 있는 요소다.

이 영화의 키를 쥐고 있는 소녀 도로시는 가족애와 부성애, 나아가서는 인류애를 상징한다.

어떤 희생을 치러서라도 도로시를 살리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이 영화를 이끌어간다.

돈 되는 일이라면 뭐든 하는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조종사 태호(송중기), 우주 해적단을 이끌었던 장선장(김태리), 갱단 두목출신 기관사 타이거 박(진선규), 작살잡이 로봇 업동이(유해진)에 이르기까지 모두 우리들의 아버지이자 어머니, 형과 누나로 치환할 수 있다.

먼 미래인 2092년이 배경이지만 우주 청소선 승리호를 둘러싼 여건은 우리네 달동네 풍경을 닮았다.

태호는 구멍 난 양발을 신고 다니는 신세로 돈 되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라도 한다.

우주선 안의 소파, 냉장고, 주전자 등은 모두 폐기직전의 고물들이다.

우주쓰레기를 놓고 쟁탈전을 벌이는 세계 각국의 국적을 가진 밑바닥 인생들은 상스럽고 거칠다.

그러나 작고 귀여운 소녀를 구하는 일에 자신들의 목숨까지 내걸고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타이거 박은 서양의 갱들과는 달리 뭔가 조금씩 모자란 한국적 조폭을 닯았다.

오광수 대중문화전문기자.
오광수 대중문화전문기자.

의리를 앞세우지만 실속은 별로 없고, 결정적일 때는 정에 약한 캐릭터다.

업동이 로봇도 우리가 할리우드 SF에서 봤던 로봇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유해진이 구수한 사투리를 구사하면서 이 영화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우리 대중문화는 각 분야에서 놀라운 선전을 거듭하면서 세계인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그 배경에는 대중문화 선진국의 그것을 카피하면서 흉내 내기보다는 우리네 삶과 문화를 녹여넣으면서 한국적인 것을 강조한 전략이 숨어 있다.

드디어 세계 시장을 석권할 수 있는 해답을 찾아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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