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냉-온탕 오가며 이례적 기후변화...'나의 일'로 생각하는 자세 필요

전날보다 10도 이상 떨어져 추운 날씨를 보인 16일 오전 두꺼운 복장을 한 시민이 서울 광화문사거리를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미국이 최근 몇 주간 기록적인 폭설에 몸살을 앓고 있다. 미 본토 대다수가 새하얀 눈으로 뒤덮이며 여전히 일부 지역에선 단수와 단전을 겪고 있다.

스페인·대만 등도 각각 '수십년 만에 역대치'란 타이틀을 기록하며 전례없는 추위에 시달렸다.

올해 지구촌 국가를 공격한 북극발 한파가 낳은 이상 기후 때문이다.

남 얘기 같지만 한국도 이러한 현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우리나라도 포근한 온탕과 극단적인 냉탕을 오르락내리락 거리는 일명 '날씨 널뛰기'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 위기가 우리 일상 전반을 뒤흔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구체적인 대책 없이는 기후위기를 이겨낼 수 없다는 지적이다.

 "패딩 언제 집어넣나"...한국의 오락가락 한파도 '북극발'

작년 겨울 '눈이 잘 안 내린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던 것과 달리 올해 한국의 날씨는 그야말로 '예측 불가능'이었다.

추위는 지난달 8일 본격화됐다. 이날 서울의 최저기온은 영하 18.6도로 20년 만에 가장 추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울 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도 '역대 최저기온'이란 기록이 나왔다. 특히 같은 날 부산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9.9도로 1904년 기상관측 이래 10번째로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후 몇 주 지나지 않은 지난달 24일과 25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13.9도까지 올라가며 역대 1월 날씨 중 가장 따뜻한 기온을 보이기도 했다.

기상청이 1월 전국 일평균기온의 최저치와 최고치를 비교 분석해본 결과 기온 변동 폭은 19.5도에 달했다. 이 또한 1973년 전국 기상관측 이래 가장 큰 폭이다.

이후 2월에 들어서며 따뜻한 봄 날씨가 오는 듯 했지만 여전히 급격한 기온 변동 현상이 이어지며 극단적인 날씨는 계속되고 있다.

때문에 한국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북극발 한기의 영향을 직격으로 맞아 기후변화의 실태를 직면한 것으로 보인다. 

북극에 갇혀 있어야 할 차갑고 건조한 극 소용돌이가 북극 온난화로 남하하면서 한파를 몰고 왔고, 이러한 기류가 한반도 주변에 모인 따뜻한 해류와 만나 극단적인 기온 변동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예년에 비해 눈이 자주 내렸던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추위가 한풀 꺾이고 포근한 날씨를 보인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천에서 시민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추위가 한풀 꺾이고 포근한 날씨를 보인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천에서 시민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온탕' 없었던 국가에선 사망자 속출...열대 지역에도 찬바람

그동안 한파는 단순한 ‘추위’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기록적인 최저 기온에 역대급 눈이 내리 등 이상 기후 증상이 여실히 드러나며 전세계 곳곳에서 사망자와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독보적인 피해를 입은 곳은 미국이다. 텍사스 남부에서부터 오하이오 북부까지 기록적인 한파가 휘몰아치며 혹한의 날씨와 정전, 단수 사태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 당국은 현재 5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보며 앞으로 그 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약 120년 만의 추위에 사람들이 속절없이 사망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미국 본토의 73%가 눈으로 덮였고, 이는 2003년 이후 가장 넓은 지역에 눈이 내린 것"이라며 "이번 한파는 1899년 2월, 1905년 2월에 견줄 만한 추위"라고 설명했다.

북극발 한파는 올 1월을 기점으로 일부 국가에서 수백명의 사망자를 낳기도 했다.

지난달 대만의 온도는 이례적으로 영상 10도 이하로 떨어지면서 지난달 7일부터 이틀간 126명이 사망했다. 현지 언론들이 분석한 이들의 사인은 '난방시설 부족'이다.

아열대 지방인 대만은 원래 한겨울에도 기온이 영하 10도 이상을 유지하기 때문에 사실상 온도를 따뜻하게 유지해줄 시설이 필요가 없다. 

스페인에서도 같은 날 50년만에 역대급 폭설이 내리며 최소 4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9일(현지시간) 약 50cm의 눈이 쌓이면서 600여개 도로가 폐쇄됐고, 이로 인한 사고가 급증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중국 등 일부 국가들도 이번달 중순까지 북극발 한파로 인한 역대급 추위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최악의 한파가 덮친 미국 텍사스주 오데사에서 16일(현지시간) 눈 덮인 발전소 옆 도로를 차량이 지나고 있다. 맹추위는 발전 시설까지 멈춰 세우면서 미국 내 18개 주 550만 가구에 전력 공급이 끊기는 대규모 정전 사태를 초래했다고 CNN 방송 등 미언론이 보도했다. 이중 텍사스주가 430만 가구로 정전 피해가 가장 컸다.
최악의 한파가 덮친 미국 텍사스주 오데사에서 16일(현지시간) 눈 덮인 발전소 옆 도로를 차량이 지나고 있다. 맹추위는 발전 시설까지 멈춰 세우면서 미국 내 18개 주 550만 가구에 전력 공급이 끊기는 대규모 정전 사태를 초래했다. [사진=오데사 아메리칸 제공/연합뉴스]

◇ 국내 기후변화 대응 논의 전무...'라이프라인망' 구상 시급

국내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이러한 이상 징후가 계속될 것이라며 적절한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미국 등 해외 사례를 단편적으로 보는 것이 아닌 '나의 일'로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만약 미국의 사태가 한국에 일어난다면 더 심각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한국에서 단수 현상이 일어난다면 당장 아파트에 밀집해 사는 4~5인 가족이 화장실에 갈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자세를 가지고 국가 차원의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기후 변화는 특히 예측이 불가능하고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예방책 없이는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 위원은 "수도권이 영하 30도 밑으로 떨어질 때, 도시의 라이프라인망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따져봐야하는데 아무도 그런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라이프라인망은 재난시 상수도나 전기·가스를 사람들에게 정상적으로 공급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현재 이 라인망을 진지하게 구상하는 움직임은 전무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와중에 국내에선 계속해서 날씨 변동성이 계속될 예정이다. 기상청은 24일 낮 기온이 5~12도의 분포를 보이며 밤과 낮의 기온 변화가 클 것이라 말했다.

이날 아침 최저 기온은 -9~2도, 낮 최고 기온은 5~12도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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