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직원 간담회 열어, 'MZ 반란'에 창업자가 직접해명 나서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왼쪽)와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25일 젊은 직원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사내 간담회를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재계에서 '신세대'로 통하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창업자들이 MZ세대의 불만에 입을 열었다.

25일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각자 사내 간담회를 열어 그동안 논란이 됐던 성과급·인사평가 등의 문제를 두고 열띤 대화에 나섰다.

'MZ'는 1980년대생 밀레니얼과 2000년대생 Z세대를 뜻하는 말로, 회사에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고 표현하는 세대다. 각 회사에 제기된 문제들도 이들을 중심으로 탄생했다.

때문에 이번 간담회는 불만을 스스럼없이 쏟아낸 젊은 직원들의 궁금증을 해소해주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두 리더들이 MZ세대 잡기에 본격 돌입한 것이다.

◇ "성과급 기준이 뭡니까?"...네이버는 '장기적 성과'라 답했다

이해진 GIO가 참여한 네이버의 사내 온라인 간담회의 주요 화두는 '성과급 지급 기준'이었다.

네이버 직원들은 지난해 회사가 전년 대비 21.8% 매출과 5.2% 영업이익 증가라는 호실적에도 예년과 비슷한 성과급을 지급했다며 불만을 표출해왔다.

경쟁 업체들의 연봉과 성과급은 계속해서 인상되는 반면, 네이버는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 처우로 직원들을 대하고 있단 지적이다.

이에 이해진 GIO는 직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그는 지난 2019년도에 "(직원들이) '선배님'이라 불러주니 기쁘게 용기 내서 대화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젊은 직원들을 의식하는 발언을 했다.

이날 그는 '장기적 성과'에 초점을 맞춘 보상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GIO는 "올해 가장 기쁜 일 중 하나는 열심히 고생해준 직원들과 처음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통해 성과를 나누게 된 점"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는 2년 전부터 매해 1000만원 규모의 스톡옵션을 전 직원에 지급하고 있는데, 지금은 부여 당시보다 주가가 3배 가까이 올라 1인당 약 1900만원의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다만 직원들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특히 이들이 속한 네이버 노조는 간담회 직후 낸 보도자료에서 "회사 측의 일방적인 입장 전달 외에 어떤 것도 사우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019년 2월 20일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 1층 로비에서 네이버 사원노조 '공동성명'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네이버지회)는 '이해진이 응답하라', '투명하게 소통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사진=연합뉴스]
2019년 2월 20일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 1층 로비에서 네이버 사원노조 '공동성명'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네이버지회)는 '이해진이 응답하라', '투명하게 소통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사진=연합뉴스]

◇ 따돌림 당한 익명의 직원이 올린 '유서'...김범수 "고치겠다" 강조

같은 날 김범수 의장도 온라인 간담회를 열어 최근 '직장 내 괴롭힘'으로 불거진 인사평가 제도에 대해 설명했다.

김 의장은 "사내에서 누군가를 무시하거나 괴롭히는 행위는 없어야 한다"며 "이번 이슈는 사내 문화에 경고등이 켜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래 김 의장은 이번 간담회에서 자신의 재산 기부 계획과 관련해 아이디어를 수렴하고자 했다.

하지만 최근 직장인 커뮤니티에 익명의 카카오 직원이 회사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단 내용을 토로한 유서를 공개하면서 간담회 취지가 바뀐 것이다.

익명의 직원은 카카오의 일부 상사들이 '당신과 일하기 싫다'는 인사평가 항목을 포함해 자신을 따돌렸다며 "지옥같다"는 글을 올렸다.

이에 김 의장은 "(이번 사건을) 경고등으로 생각한다"며 "우리는 모두 문제투성이의 사람이다. 하나 당부하고 싶은 것은 서로 배려하고 신뢰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문제를 해결할 마음가짐이 확고하단 점도 강조했다. 그는 "(다른 직원들에게) 그런 의지가 없다면 떠나라고 충고하고 싶다"고 강하게 말하기도 했다.

이에 국내 포털사이트엔 '김범수 멋지다(sjiy****)', '남이 아닌 자신의 경영 마인드부터 돌아봐야 하는 거 아니냐(suy****)' 등 엇갈린 반응이 올라오고 있다.

직장인 정보공유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카카오 직원으로 추정되는 이용자가 올린 유서 전문. 해당 게시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사진=블라인드 캡처]

◇ "퇴사하면 그만"...불합리한 환경 고발한 MZ들의 반란

두 창업자의 발언에 대한 평가는 가지각색이지만 이들이 MZ세대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했다는 점에선 의의가 크다.

MZ세대는 회사를 '평생 직장'으로 여기지 않고, 실리와 원칙에 어긋난다고 생각하면 참지 않고 명확히 불만을 표시하는 성향이 있다.

또한 사내 게시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직장인 커뮤니티 등 자신들의 의견을 맘껏 표출할 수 있는 플랫폼들이 많아지면서 '내부 고발'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이러한 세대들이 그동안 문제가 제기됐던 기업의 여러 불합리한 문화를 개선할 것이라 보고 있다.

IT계열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젊은 직원들이 알고 싶은 건 단순한 액수가 아닌 구체적인 보상 체계와 기준, 그리고 기업의 투명성"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형식으로 이들과 대화를 한 것도 긍정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관계자는 "젊은 직원들은 위에서 '엣헴'하며 무게를 잡는 경영진에 이제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며 "편한 동료처럼 허심탄회하게 소통하는 게 중요해진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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