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전력사용량 급증...2018년 슈퍼사이클 당시엔 온실배출량 1700만톤 달해

메모리 반도체 D램의 수요가 올 상반기 소폭 늘어나며 반도체 호황기가 올 상반기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환경 고민'에 에 빠졌다.

올해 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호황)로 큰 수익이 기대되지만 탄소 배출량도 그만큼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반도체 생산 과정에 상당한 전력이 소모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늘어난 전력량에 비례해 탄소 배출량도 급격하게 늘어난다. 

그러나 당장 생산 방식을 대체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어서 다른 묘안을 짜내야 할 처지다.

◇ 반도체 전망 '계속 맑음'...韓 기업들 실적도 소폭 개선

관세청에 따르면 올 2월 1~20일 수출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16.7% 증가한 304억2900만달러(34조 1,870억원·잠정치) 수준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액은 10억7300만달러(약1조2055억원)로 지난달 같은 기간 대비 14.9%나 증가했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D램 중심의 패키지 반도체(MCP) 수출도 16.6% 늘었다.

이미 1월에도 반도체 시장은 '호황기'였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예년 동기보다 20.5% 늘어난 87억8000만달러(약9조8643억원)로, 7개월 연속 고공행진 했다.

때문에 당분간 메모리·시스템 등 반도체 제품의 호황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26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2021년 2분기 서버용 D램 가격이 10~15%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예측치인 8~13%에서 상향 조정된 수치다.

이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전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최강자로 활약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투자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D램 가격 급등과 낸드 턴어라운드(반등)로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의 주가가 최근 급등했다"며 "메모리 반도체 1위 업체인 삼성전자가 이 랠리에 동참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매출이 눈에 띄게 늘어날 전망이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1분기 매출액이 59조2000억원, 영업이익은 8조3200억원으로 각각 전분기 대비 3.9%, 8.1%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중 반도체 사업부의 실적은 3조9800억원으로 호조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D램 등 반도체를 생산하는 SK하이닉스의 M16 공장과 삼성전자의 평택2라인 전경. [사진=각 사 제공]

◇ 늘어난 수요만큼 많아질 탄소배출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국내 기업의 반도체 공장 가동률이 많아지면, 늘어난 전력 사용량만큼 온실가스(탄소)를 간접 배출하는 일이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

반도체를 제조할 때 사용하는 극자외선(EUV) 장비와 적층 공정기술 등은 전기사용량을 증대시켜 막대한 탄소를 배출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 산업연구원(KIET)이 지난해 발간한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현황과 중장기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1700만톤으로 나타났다.

2018년은 반도체 호황기로 꼽히는 해다. 당시 공장가동률이 급증하면서 2015년 약 1200만톤 수준이었던 배출량이 500만 톤이나 급증한 것이다. 

지난해 환경부가 장혜영 정의당 의원에게 제출한 ‘2015~2019 온실가스 배출량 상위 30대 기업’ 통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해당 기간 동안 670만톤의 탄소를 배출해 17위에 올랐다.

LG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등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들을 제외하곤 나머지 27개 기업은 모두 철강·발전·에너지 및 정유화학·폐기물 등 굴뚝산업이라 불린 기업들이었다.

업계에선 올해도 탄소배출량이 겉잡을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업체들의 탄소배출은 당연하다"며 "반도체 기술이 우수한 국가의 기후 상황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EUV(극자외선) 공정을 적용해 생산하는 3세대 10나노급(1z) LPDDR5 모바일 D램.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가 EUV(극자외선) 공정을 적용해 생산하는 3세대 10나노급(1z) LPDDR5 모바일 D램. [사진=삼성전자/연합뉴스]

때문에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탄소 배출 문제를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당장 이를 해결할 만한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설비를 전력 효율을 높여줄 장치로 대체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고, 늘어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전력 사용량을 줄이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제조업계의 한 관계자는 "환경오염을 완벽히 배제할 수 있는 생산 방식을 당장 도입할 수 없다면, 배출된 온실가스나 환경오염물질 문제를 해결하는 '사후 관리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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