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암호화폐 전성시대가 다시 돌아왔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최근 비트코인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때문에 비트코인을 일상 화폐처럼 사용하는 게 어떠냐는 말도 나오곤 있지만 초 단위로 바뀌는 가치 때문에 '투기성 자산'이란 오명을 쉽사리 벗지 못하고 있죠.

그런데 이런 비트코인보다 한 발 먼저 혁명을 일으킨 암호화폐가 있습니다. 바로 '스테이블코인'입니다.

이름처럼 안정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어 올해 미국통화감독청(OCC)은 이를 활용한 결제를 전면 허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스테이블코인이 최근 난감한 상황에 처했습니다. 국제기구들이 일제히 "자금세탁, 테러자금조달 등 불법행위에 쓰일 위험이 있다"며 규제안을 쏟아 내기 시작한 것이죠.

◇ 그래서 ‘스테이블코인’이 뭔데요?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은 말 그대로 가치가 고정된 암호화폐입니다.

'1코인=1달러'라는 가치가 설정이 되어 있으면, 나중에 이를 교환할 때에도 변동 없이 안정적으로 쓸 수 있죠. 

그렇기 때문에 "암호화폐는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진짜 화폐가 될 순 없다"는 편견을 가장 먼저 깬 선두주자로도 꼽히고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 담보형 ▲암호자산 담보형 ▲무담보 알고리즘형 등 3가지로 나뉩니다.

이 가운데 가장 우리에게 익숙한 것은 공인기관에 법정화폐를 넣어두고 그에 걸맞은 스테이블코인을 발행받는 '법정화폐 담보형'인 테더(Tether)입니다.

그럼 그냥 화폐를 쓰면 되는데 왜 굳이 이런 암호화폐를 만든 것일까요?

그 이유는 바로 적은 수수료 때문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은 사실상 개인 투자자가 아닌 기업의 자금 유동성을 위해 탄생했기 때문에 큰 금액을 거래할 때 더 유리합니다.

기존에는 중개은행 등 기관을 중간에 두고 높은 수수료와 길고 긴 소요시간을 견뎌야 했지만, 스테이블코인은 이러한 단점을 모조리 해결해주는 '만능 화폐'가 된 것이죠.

때문에 JP모건체이스은행도 이런 편리성을 인정해 자체 송금용 스테이블코인인 'JPM코인'의 상용화를 본격화하기도 했습니다.

◇ 좋아보이는데, 뭐가 문제죠?

문제는 스테이블코인도 비트코인 등 다른 암호화폐처럼 기업들의 불법 행위를 돕는 수단으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는 것입니다.

국가 간 암호화폐 규제가 상이한 것을 꼼수 삼아 차익을 만들고, 자금세탁과 테러자금조달 수단으로 쉽게 쓰이고 있습니다. 

자칫 오용되면 각국의 통화와 금융시스템, 그리고 개인정보보호 등에 모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이죠.

여기에 유동성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CNBC방송 등 해외 매체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테더를 발행하는 '테더'와 가상화폐 거래소 '비트파이넥스'가 거액의 금융 손실을 고객에게 숨겼다고 보도했습니다.

2017년부터 유통 중인 테더코인을 모두 뒷받침할 만한 충분한 달러화를 보유하지 못했지만, 이러한 유동성 위기를 고객들에게 몇 년 간 숨겨온 것이죠.

때문에 전세계는 스테이블코인의 부정 사용을 방지하고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관리체계가 좋을지 고민에 빠졌습니다.

2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국가간 지급서비스 개선 프로그램'에 따르면 국제결제은행 등 국제기구들은 우선 스테이블코인의 명확한 지배구조를 정립하고, 자금세탁·테러자금조달 등을 막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들 예정입니다.

사실상 연말까지 국제기준을 수립해 나라마다 다른 규제정책을 통합하겠다고 선고한 것이죠.

'가치변동성'이란 비트코인의 숙제를 풀었다 생각했는데, 아직 '진짜 화폐'로 자리잡기에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이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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