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배출 없는 수소생산체계 구축이 목표...'막대한 비용' 감수하고 생태계 구축에 주력

국내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생산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블루수소와 그린수소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5일 여의도국회 수소충전소에서 수소-산소 반응으로 얼음이 낀 충전건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차세대 친환경 먹거리로 수소가 떠오르면서 국내 기업들의 '컬러 경쟁'이 한창이다.

SK그룹은 2025년까지 '블루수소' 양산을 가능케 하겠다고 선언했고, 현대차그룹과 포스코는 2030년부터 '그린수소' 로드맵에 시동을 걸 것이라고 예고했다.

아직까지 전세계적으로 이런 컬러 수소를 완벽히 구현해낸 곳은 거의 없다. 대다수의 기업들은 수소 생태계가 구축될 때까지 수십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때문에 국내 기업들이 수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수소 생산과정이다. 

누가 더 합리적인 비용으로 탄소 배출 없이 수소를 만드느냐에 따라 시장의 판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 "수소 만드는데 탄소 나와선 안 돼"...탈탄소·친환경 생산방식 모색

국내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수소 경쟁에 뛰어든 기업은 SK와 현대차, 그리고 포스코다.

먼저 SK그룹은 2일 미래 수소경제 로드맵을 공개하며 향후 5년간 약 18조원을 투입할 것이라 밝히며 블루수소 생태계 구축을 예고했다.

블루수소는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은 수소로 CCS(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이 활용된다.

SK가 구상한 로드맵에 따르면 먼저 SK E&S는 5000억원을 투자해 오는 2023년까지 세계 최대규모인 연간 3만톤의 액화수소를 공급할 수 있는 생산기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이후 2단계에선 2025년까지 약 5조3000억원이 투입해 약 25만톤의 블루수소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현대차와 포스코는 이보다 한 발 더 앞선 로드맵을 구상하고 있다.

생산과정에 아예 친환경 방식을 도입하는 일명 '그린수소' 계획을 현실화하겠다는 포부를 내놨다. 

포스코는 2030년까지 글로벌기업과 협력해 블루수소 50만톤을 생산하고, 2040년 그린수소 연 200만톤, 2050년 그린수소 연 300만톤을 만들어낸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포스코가 만든 그린수소를 사용해 차세대 연료전지 발전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업계에선 SK그룹도 블루수소 생태계를 구축한 뒤 그린수소 단계를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일 열린 제3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현 인천서구청장, 박남춘 인천광역시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정세균 국무총리, 최태원 SK그룹 회장, 공영운 현대차 시장, 추형욱 SK E&S 사장. [사진=SK그룹 제공]

◇ 문제는 '생산 비용'...해법 찾은 기업이 수소시장 선두주자 된다

블루수소와 그린수소 모두 이상적인 목표지만 국내 기업들이 넘어야 할 큰 산이 있다.

바로 생산과정에서 소비되는 '비용'이다. 

수십년간 많은 산업계가 탄소 배출에 대한 경각심을 갖지 못하거나, 환경파괴에 대한 인식이 뚜렷함에도 불구하고 탄소를 포기하지 못했던 이유는 생산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해외 기업들도 섣불리 컬러수소를 당장 현실화하지 못하고 있다.

호주, 스웨덴 등 수소산업의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국가들도 비슷한 고민에 빠져 있다.

특히 호주 기업들은 값이 저렴한 갈탄을 원료로 수소를 만드는 일명 '브라운 수소'를 상용화한 뒤로 아직 생산 패러다임을 바꾸지 못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아람코)도 화석연료 등의 가스를 가지고 수소를 만드는 '그레이수소'를 오랜 기간 포기하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 3일 현대중공업과 수소프로젝트를 추진해 블루수소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일부 국가에선 컬러수소 생태계의 중요성을 인지하며 막대한 투자금을 감수하며 수소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일례로 유럽연합(EU) 혁신펀드 EIT이노에너지는 스웨덴 북부에 그린수소를 동력원으로 하는 세계 최초의 대규모 철강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이 16일 포항 포스코에서 ‘수소 사업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사진 오른쪽 두 번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사진 왼쪽 두 번째), 유병옥 포스코 산업가스수소사업부장(사진 오른쪽 첫 번째), 김세훈 현대차 연료전지사업부장(부사장)(사진 왼쪽 첫 번째)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제공]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이 지난달 16일 ‘수소 사업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왼쪽부터 김세훈 현대차 연료전지사업부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유병옥 포스코 산업가스수소사업부장. [사진=포스코 제공]

때문에 앞으로 국내 기업이 수소 시장을 이끌기 위해선 가격 부담을 떨쳐내고 '그린수소'를 먼저 현실화하는 게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SK관계자는 전날 발표한 수소 로드맵과 관련해 "꿈의 에너지로 평가받는 수소 시장에서 글로벌 리더십 확보를 위해 다양한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기반으로 탄탄한 사업구조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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