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기 신도시땐 검찰이 수사했는데..."행정부 자체조사 공정한가" 지적도

4일 LH 직원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재활용사업장 인근 토지에 묘목들이 빼곡하게 심겨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4일 LH 직원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재활용사업장 인근 토지에 묘목들이 빼곡하게 심겨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3기 신도시 후보지 6곳과 과천지구, 안산 장상지구 등에 대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과 국토교통부 공직자 등의 땅 투기 의혹에 대한 조사가 본격화되면서 과연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지 주목된다.

정부는 지난 4일 총리실을 중심으로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에 대한 전수 조사에 착수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공무원들과 공공기관 직원들이 벌인 비리를 감사원이나 검찰이 아닌 행정부가 나서 조사하는 게 과연 공정한지 의문도 제기된다.

◇ 토지거래전산망서 전수조사...내주 결과 발표될 듯

정부 조사는 한국부동산원이 운영하는 토지거래전산망을 조회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시스템에 개인 정보를 입력하면 전산망을 통해 토지 거래를 한 내역이 조회되는 방식이다.

시스템만 돌리면 누가 3기 신도시 등 신규택지가 지정되기 전에 미리 해당 토지를 구입했는지 바로 확인이 가능하다. 이에 조사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전망이다.

LH 임직원과 국토부 공무원이 1차 조사 대상이며, 이후 경기도와 인천시 공무원, 경기주택도시공사(GH) 직원 등의 조사로 확대된다.

이를 위해 국토부와 LH는 직원들로부터 개인정보를 합동조사단에 제공한다는 내용의 동의서를 받고 있다.

이는 개인정보보호법상 필요한 절차다. 개인적으로 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아 동의서를 내지 않으면 법적으로 강제할 수는 없지만, 이런 상황에서 동의서를 내지 않는 공직자나 LH 직원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공무원은 5000여명, LH 직원은 1만여명에 달하는데, 이들에 대해 5일까지 동의서 수거를 완료하고 본격 조회에 들어갈 예정이다. 정부는 내주까지 국토부와 LH 직원들의 신도시 토지 구입 여부를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내에선 어떤 결과가 나올지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설마 국토부 공무원으로서 신도시 땅 투자에 나선 직원이 있겠느냐면서도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몰라 긴장하는 분위기다.

광명 시흥의 경우 국토부는 LH 자체 조사에서 13명의 LH 직원이 토지를 구매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지만 정부 전수조사에서 국토부 연루자도 나올 수도 있다. 

또 LH 자체 조사에서 발견되지 않은 LH 직원들이 정부 조사에서 추가로 나올 수도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토부 관련 크고 작은 이슈가 많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은 처음인 것 같다"며 "정보 제공 동의서를 작성하면서 다들 착잡한 기분"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4일 오전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에 부착된 LH 로고. [사진=연합뉴스]
4일 오전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에 부착된 LH 로고. [사진=연합뉴스]

◇ "행정부 자체 조사가 공정할까" 의문 제기도

다른 한편에선 과거와는 다르게 3기 신도시에 대한 공무원 투기 의혹에 대해 검찰이 아닌 행정부가 전면에 나서면 공정한 조사가 이루어지겠냐는 지적도 나온다.

조사단 주체에 국토부와 지자체를 비롯한 이번 사건 관련 이해 당사자가 포함되는 상황에서 '제 식구 감싸기'를 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1·2기 신도시 조성 때도 공무원들의 투기와 비리가 적발됐는데 당시엔 모두 검찰이 합동수사본부(합수부)를 설치해 부동산 투기 세력과 유착해 정보를 제공하거나 개발 예정 용지를 미리 매입해 시세 차익을 노린 공무원들을 대거 적발했다.

1989년 노태우 정부에서는 분당, 일산, 중동, 평촌, 산본 등 신도시를 건설됐는데, 당시 부동산 가격 폭등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하자 검찰은 1990년 2월 합수부를 설치에 대대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검찰은 수사 결과 1990~1991년에 부동산 투기 사범 1만3000여명을 적발해 987명을 구속했다. 금품 수수와 문서 위조 등에 연루돼 구속된 공직자도 131명에 달했다.

1991년 건설부(현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신도시 아파트 부정당첨자 167명 가운데 당시 현직 공무원 10명이 포함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2003년 참여정부(노무현 정부)의 2기 신도시 조성 때에도 비슷한 상황이 재현됐다.

2기 신도시는 김포(한강), 검단, 동탄1·2, 고덕, 광교, 판교, 송파(위례), 옥정, 운정 등 수도권 10개 지역과 충청권 2개 지역(아산·도안) 등 총 12곳이다.

이들 지역에서 부동산 투기가 또 극성을 부리자 검찰은 2005년 또 부동산 투기 사범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15년 만에 두 번째 합수부를 설치했다.

당시에도 검찰이 단속한 부동산 투기 사범 중에는 공무원이 27명이나 포함돼 충격을 줬다.

이처럼 신도시 개발을 둘러싼 공무원들의 각종 비리와 투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어서 이번에도 행정부 자체조사가 아닌 검찰이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행정부가 조사 주체인 상황에서 조사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며 "정부가 국토부와 LH 직원 몇몇을 처벌하는 방식으로 꼬리를 자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는 LH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 등을 수사할 '부동산 투기 사범 특별수사단'을 구성했다.

특별수사단은 국수본 수사국장을 수사단장으로 수사국 반부패수사과·중대범죄수사과·범죄정보과를 비롯해 '3기 신도시 예정지'를 관할하는 경기남부청·경기북부청·인천청 등 3개 시도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등으로 편성됐다.

특히 경기남부청에서 수사 중인 'LH공사 임직원 투기 의혹' 사건을 국수본 집중지휘 사건으로 지정해 수사 전 과정을 국수본에서 총괄 지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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