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철의 트루스포츠] 추신수·이대호의 시련과 성공 
 
[트루스토리] 부산에서 야구를 좋아하는 일반인들에게는 공통된 ‘꿈’이 있습니다. 학생들도 그렇고, 사회인 야구를 즐기는 사람도 그렇고, ‘성지’를 한번쯤 찾아가 보는 바람입니다. 먼저 부산 야구의 ‘희망이자 등불’인 사직야구장과, 전설의 투수 최동원의 피와 땀이 묻어 있는 구덕야구장을 찾아 공을 잡고, 던지고, 힘껏 달리고, 뛰고, 쓰러지고, 홈런을 쳐보는 것입니다. 그 순간 만큼이라도 진짜 야구 스타가 돼 보는 것이지요. 이들 구장의 공통점은 일반인들에게 자주 문호를 개방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설령, 경기장을 사용하고 싶다면 최소 몇 개월 전부터 ‘사전 예약’을 해야 하기 때문에 막상 ‘성지’의 문을 두드린다는 것은, 학생도 그렇고 직장인들로서도 난해합니다. 하지만 이 기나긴 기다림 끝에 최동원이 서서 피칭을 했던 그 성스러운 마운드에 오르게 된다면 그때 느끼는 희열은 아마도 평생 갈지 모릅니다. 최근 부산에서는 ‘새로운 야구 성지’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얼핏 눈치를 챘겠지만, 부산고등학교와 경남고등학교가 바로 그 곳입니다.

물론 이 학교가 아니라 이 학교의 운동장입니다. 뛰어난 경기장의 형태를 구축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질 좋은 잔디를 깔아 놓은 것도 아니고, 단순한 학교 내에 있는 작은 운동장이지만, 부산에서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겐 이 곳은 ‘메이저리그’에 가까운 ‘꿈의 구장’이고 ‘성지’에 가깝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미국과 일본에서 맹활약 중인 추신수 선수와 이대호 선수가 이 곳에서 꿈과 희망을 키우며 야구선수로서의 자질과 역량을 키웠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이 곳에서 흙먼지를 마시며 야무진 미래를 꿈꿔왔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외국에 나가 쌓아올린 금자탑은 그야말로 위대합니다. 시즌 개막 이후 메이저리그의 추신수와 일본 프로야구의 이대호가 쌓아올린 기록은 입이 쩍 벌어질 정도입니다. 신시내티의 추신수는 현재 메이저리그 출루율과 최다 안타 1위이며 타율 2위에 팀 창단 최다 게임 연속 출루의 대기록에도 도전 중입니다. 오릭스의 이대호는 일본 프로야구 타율 1위이며 도루를 제외한 공격 전 부문에서 상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며 푸념 중인 일본투수들을 자괴감에 빠져 드게 하는 한국의 4번 타자의 일본 신화 창조는 불과 1년 안에 이뤄졌습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타율입니다. 추신수의 타율은 0.387이고 이대호의 타율은 0.390입니다. 봉황대기 고교야구나 전국체전에서 나올 법한 기록들이 아닙니다. 분명한 것은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에서 이들이 서술하고 있는 놀라운 역사입니다. 그야말로 추신수와 이대호는 미국과 일본에서 훨훨 날며 ‘스포츠의 한류열풍’의 주인공으로 맹활약 중입니다.

야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두 선수는 부산 수영초등학교를 같이 다녔고 같이 졸업했습니다. 소년 시절부터 아버지에게 야구를 배웠다는 추신수는 할머니와 외롭게 살고 있는 불우한 소년 이대호에게 마치 까치 만화의 한 장면처럼 “야구를 해보자”고 제안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손을 잡고 야구의 역사를 드라마틱하게 서술해 나갑니다. 처음부터 순탄하고 평탄한 삶이 펼쳐졌던 것은 아닙니다. 둘은 똑같이 ‘투수’로 데뷔했으나 터지지 못하고 ‘타자’로 전업(?)합니다.

그렇다고 타자로서 대성할 만한 자질이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엉성했고, 부실했고, 힘만 있었을 뿐, 좀처럼 스타가 될 자질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치기도 하고 타박을 받기도 하고, 외면을 당하기도 하면서 고향행을 꿈꾸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고통스러웠던 20대를 극복했습니다. 그리고 10년 후, 이들은 ‘슈퍼스타’로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야구를 생각하면 과거엔 선동렬, 이종범, 송진우, 박찬호 등이 생각났습니다만, 이제 10대의 젊은이들은 추신수와 이대호를 바라보며 ‘꿈’을 키워가고 있습니다.그리고 오늘도 흙먼지 속에서 타석에 들어서며 모자를 다시 한번 만져봅니다.

신명철 스포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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