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회사들이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면서 '테슬라 버블' 흔들...삼성SDI·SK이노·LG에너지 역진 기대

LG에너지솔루션 대전 기술연구원에서 직원들이 리튬 이온 폴리머 배터리를 들고 배터리 성능 및 품질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테슬라는 너무도 큰, 그리고 너무나도 빠른 주가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

전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최강자’로 꼽히는 테슬라의 주식가치가 계속 하락세를 보이자 미 경제전문지 포츈이 이렇게 보도했다.

이런 테슬라의 약진에 미소 짓는 기업이 있다. 바로 국내 3대 배터리업체인 삼성SDI, SK이노베이션, 그리고 LG에너지솔루션이다.

이번 주가 하락이 테슬라의 시장 점유율 감소 때문이라면, 그만큼 한국 배터리를 사용하는 일명 ‘비(非)테슬라’ 기업들의 경쟁력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600달러도 붕괴된 테슬라 주가..."전기차 파이, 올해엔 모두가 나눠먹는다"

테슬라의 주가는 연일 하락세를 맛보고 있다.

지난 1월 말 883.09달러로 고점을 찍은 이후 몇 주 새 30%가 넘는 급락세를 보이며 6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약 2630억달러(297조원) 수준의 시총이 거품처럼 사라진 것이다.

국내 증권가에선 이 같은 급락세가 ‘너도나도 뛰어든 전기차 시장’ 때문에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8일 보고서를 통해 “기존 완성차업체들과 전기차 스타트업들의 신규 전기차 모델 판매가 올해부터 큰 폭으로 증가하니 절대 왕자로 군림하던 테슬라의 가치평가 기준이 낮아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내연기관 차량을 만들던 완성차 기업들까지도 모두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투자자들이 테슬라의 전기차 점유율 감소를 예견했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의 점유율은 지난 2020년 기준 70.2%에 달했지만, 올해는 63.2%로 하락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업계에선 대다수의 완성차 업체들이 ‘탈탄소’를 현실화할 것이라 예고한 2025년 쯤엔 39.7%까지 점유율이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자료=유진투자증권]

◇ 폭스바겐·아우디도 사로잡은 K-배터리...테슬라 약진에 '급부상'

이에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단 전망도 나왔다.

현재 테슬라가 독식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의 파이를 다른 기업들이 나눠 가질 경우, 한국 배터리를 선호하는 기업들의 호조세가 예견되기 때문이다.

한병화 연구원은 테슬라의 주가 하락을 두고 오히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제2 성장기로 진입하는 일종의 ‘시그널’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주요 시장인 유럽과 북미의 전기차 판매대수는 2020년 175만대에서 2021년 235만대로 35%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빅3라고 여겨지는 삼성SDI, SK이노베이션, LG에너지솔루션의 활약이 기대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 뿐만 아니라 폭스바겐의 ID.3 등에, 삼성SDI는 아우디 E-트론, 피아트500 등 인기가 많은 전기차 모델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도 기아의 니로EV와 메르세데스 벤츠 GLE PHEV 등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모델에 자사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한 연구원은 “폭스바겐, 파이트, 볼보 등 비테슬라 업체들의 전기차 출시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이 업체들이 대부분 국내 배터리 업체에 주로 의존한다는 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폭스바겐의 주력 전기차 모델인 ID.3의 모습. [사진=폭스바겐코리아 제공]

다만 중국 배터리 기업이 최근 급부상하면서 시장의 최대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1월 중국 CATL이 국내 빅3를 제치고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1위를 차지했다.

조사에 따르면 해당 기간 CATL의 배터리 사용량은 4.3기가와트시(GWh)로, 전체 시장의 31.2%를 점유했다. 2위를 기록한 LG에너지는 18.5%, 5위 삼성SDI는 4.8%, 7위 SK이노베이션은 3.9%를 기록했다.

이에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8일 산업동향 보고서에서 “(전기차 부품 기업들은) 시장 확대에 대응이 필요하다”며 “자동차에 탑재되는 배터리, 반도체 등을 생산하는 1, 2차 공급업체들은 미국 내 라인 증설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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