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위 "보상·재발 방지 대책 내놓아라"
사측 "7일 동안 휴가 및 휴무로 근무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사망한 것"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쿠팡 심야·새벽 배송 담당하던 이모 씨 사망 관련 기자회견에서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국내 이커머스의 강자로 부상한 쿠팡이 미국 증시 상장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현지 언론사들이 회사의 성공요인으로 ‘빠른 배송’을 꼽았다.

이들은 빠르면 당일, 늦어도 다음날 오후까지 택배를 배송하는 전략이 한국 인구 30% 수준의 쇼핑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극찬했다.

이와관련해 또 다른 택배노동자가 과로를 호소하며 자택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이에 쿠팡은 과도한 업무량이 고인의 사망 원인이 아닐 수 있다며 “일방적인 주장을 멈춰 달라”는 입장문을 냈다. 

◇ 또다시 숨진 '택배 노동자'..."평소 가족에게 과도한 업무량 호소했다"

택배연대노조에 따르면 쿠팡 서울 송파1캠프에서 심야·새벽 배송을 담당하던 이모(48)씨가 자신이 생활하던 고시원에서 6일 사망한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날 오후 이씨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부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노조에 따르면 이씨는 홀로 서울에 올라와 고시원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이씨는 지난해 쿠팡에 계약직으로 입사한 후 정규직으로 전환됐지만, 가족에게 수시로 심야노동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8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대책위)에 따르면 이씨는 오후 9시부터 오전 7시까지 매일 10시간씩 주 5일을 근무했다.

노조 관계자는 “고인의 임금은 한달에 280만원으로, 심야노동을 전담한 것을 고려하면 최저임금을 조금 넘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동료 증언에 의하면 쿠팡은 이씨가 근무 시간에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물량을 모두 처리하도록 강요하며 1시간인 무급 휴게시간마저 제대로 쉬지 못하고 일을 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 씨처럼 쿠팡에 소속된 택배 노동자가 과로를 호소하며 사망한 사례는 이번만이 아니다.

대책위에 따르면 지난해 과로사로 사망한 쿠팡의 택배노동자는 4명, 올해는 벌써 2명이다.

이에 노트먼 조셉 네이든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대표는 지난달 2일 열린 산업재해 국회 청문회에서 사망자들과 유족에게 사과를 했다.

역대급 미국 증시 상장을 예고한 쿠팡의 성장 전략은 '빠른 배송'이다. 현재 쿠팡은 새벽까지 택배를 배송해주는 로켓배송, 로켓와우 등의 소비자 전략 서비스를 운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미국 업계는 극찬

쿠팡의 ‘빠른 배송’은 회사를 성장하게 한 핵심전략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2일 쿠팡이 미국 증시에서 36억달러(약3조9852억원) 규모의 파격적인 IPO(기업공개)를 추진한다고 밝히면서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창업자)이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와 닮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여기에 쿠팡은 현재 자사 물류센터 11km 이내에 거주하는 인구 70%가 새벽 및 당일 배송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마존의 물류센터들은 같은 인구 대비 16km 이내를 목표로 하고 있다.

노조 측은 이러한 회사의 성공 전략이 노동자의 숨통을 죄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택배 수요가 늘어나면서 더 많고 더 빠른 배송에 대한 압박이 택배 노동자들을 짓누르고 있지만 회사 측은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단 주장이다.

이날 오후 2시 대책위는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처참한 심야·새벽배송이 부른 ‘예견된 과로사’가 또 벌어졌다”며 “쿠팡이 공식 사과하고 보상·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을 때까지 유가족과 함께 싸우겠다”고 밝혔다.

진경호 대책위 집행위원장은 “부검 결과 ‘뇌출혈이 발생했고 심장 혈관이 많이 부어오른 상태였다”는 1차 소견이 나왔다”며 “전형적인 과로사 관련 증상인데다 이씨가 평소 지병이 없던 점 등으로 볼 때 과로사가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쿠팡 심야·새벽 배송 담당하던 이모 씨 사망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쿠팡 측은 “고인과 유가족에 깊은 애도와 위로를 표한다”면서도 “고인은 지난 2월 24일 마지막 출근 이후 7일 동안 휴가 및 휴무로 근무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사망한 것”이라며 노조의 입장을 전면 반박했다.

그러면서 “지난 12주간 고인의 근무 일수는 주당 평균 약 4일”이라며 “근무시간은 약 40시간”이라고 공개했다.

지난해 대책위가 발표한 택배 노동자들의 근무시간인 주 6일, 71시간 근무에 비해 낮은 수준이란 점을 강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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