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에 맞먹는 연간 거래액에 기업 가치 재평가 기류...유력 후보군으로 카카오·신세계 떠올라

쿠팡이 쏘아올린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재평가 기류를 타고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관심을 기울이는 국내기업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 이베이 본사 입구 모습. [사진=EPA/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5조원, 기꺼이 낼 수 있다"

G마켓, 옥션, G9 등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이 유통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가 차세대 먹거리로 재평가되는 양상이다. 

지난달 이베이코리아의 매각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 기업 가치가 5조원이란 말에 업계에선 '비싸다'는 평이 우세했다.

하지만 쿠팡이 수조원대 규모의 역대급 미국 증시 상장을 예고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유통 뿐만 아니라 정보기술(IT)기업까지도 잇따라 인수전에 돌입해 이커머스 주도권 잡기에 나선 것이다.

◇ 쿠팡 대적할 유일한 국내 업체

미국 이베이 본사에 따르면 지난해 이베이코리아의 매출은 원화 기준 약 1조3000억원 수준이다. 외화 기준으로 따져봤을 땐 예년보다 약 19% 늘어난 성적을 내놓았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선 이례적으로 16년 연속 흑자를 낸 기업이기도 하다. 상장을 앞둔 쿠팡조차도 아직 적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시장 기반도 탄탄한데, 본사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이베이코리아의 지난해 거래액은 20조원 수준이다.

같은 기간 쿠팡의 거래액은 21조7485억원이었다. 양사의 성적이 크게 다르지 않다. 

여기에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국내 온라인 쇼핑 전체 거래액이 161조원 규모였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베이코리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2%에 달한다.

특히 국내에선 처음으로 유료화 서비스를 통해 '고객 충성도'를 확보한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일례로 이베이코리아는 지난 2017년 4월 국내 최초로 유료 멤버십 서비스 '스마일클럽'을 도입했다. 멤버십에 가입한 회원에게 G마켓과 옥션 등에서 쓸 수 있는 폭 넓은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게 골자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할 때 쿠팡을 대적할 만한 국내 이커머스 기업은 이베이코리아가 유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군다나 쿠팡이 미 증시 상장 이후 국내에 최소 4조원 이상의 공모 자금을 들여와 공격적인 투자를 할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업계에선 이베이코리아의 가치를 재평가하는 기류가 흐르고 있다.

스마일배송을 준비하는 이베이코리아 직원들의 모습. [사진=이베이코리아]
스마일배송을 준비하는 이베이코리아 직원들의 모습. [사진=이베이코리아]

◇ "이베이를 얻어야 이커머스 강자 된다"

때문에 현재 이베이코리아를 잡기 위한 국내 기업들의 관심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현재 매각 주관사가 발송하는 투자설명서(IM)를 받아간 기업은 10곳이다.

이중 신세계, 롯데, GS리테일 등 국내 유통업계를 선도하는 대기업 뿐만 아니라, IT기업 강자 카카오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으론 카카오가 꼽히고 있다. 

카카오커머스의 지난해 거래액은 전년 대비 64% 성장했으나 액수로만 따져봤을 땐 약 3~5조원 규모로 아직 쿠팡과 같은 국내 강자들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카카오의 유통 비즈니스는 이용자끼리 제품이나 서비스 등을 주고받는 '선물하기' 기능에 그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뛰어 넘을 만한 묘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업계에선 카카오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다면 국내 이커머스 점유율을 14.3%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다. 현재 카카오의 점유율은 2.3% 수준이다.

유통업계에선 신세계그룹이 인수할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신세계의 온라인몰 'SSG닷컴'의 지난해 거래액은 전년대비 37% 성장했지만, 신선식품 혹은 명품 비중이 높기 때문에 상품 라인업을 확대해야 하는 과제를 직면하고 있다.

이밖에 홈플러스의 대주주 MBK파트너스도 유력한 후보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국 35개 도시에 253개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는 홈플러스가 오프라인 뿐만 아니라 올라인(Online+Offline) 강자로 거듭나겠다고 밝히면서 이베이코리아와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그룹의 온라인몰 'SSG닷컴'은 신선식품 새벽배송과 명품 판매 등을 중심으로 매출을 올리고 있다. 다만 이 두가지를 제외한 상품 라인업을 확대하기 위해선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는 게 중요한 터닝포인트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신세계 제공]

한편 이베이코리아의 매각 예비입찰은 16일로 약 일주일이 남은 상태다.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업체들은 예비입찰 참여 여부와 관련해 말을 아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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