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중요농업유산(GIAHS) 등재를 위한 제언

미역의 미래, 동해의 미래

개척 이전 울릉도를 많이 왕래하던 자들은 주로 전라도 거문도와 초도, 손죽도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울릉도에서 나무를 베어 배를 만들고 미역을 채취하여 말린 뒤 새로 만든 배에 싣고 전라도로 돌아갔다.

위의 진술처럼, 전라도의 민요에도 그러한 내용이 나온다. 오랜 세월 동안 전승된 민요는 사실적인 기록의 요람이기도 하다.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제1호인 〈거문도 뱃노래〉에는 “간다 간다 나는 간다 을릉도로 나는 간다/ 울릉도를 가서 보면 좋은 나무 탐진 미역/ 구석구석 가득찼네”라는 노랫말이 나온다.

전라도 어부들이 울릉도에 와서 미역을 채취해갔다는 사연을 을 담고 있는 노래다. 이를 보아도 동해 미역의 명성과 자연산 돌곽(돌미역)에 뿌리내린 오랜 어촌문화를 알 수 있다.

현대에 들어와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일찍이 제주 해녀들이 울릉도, 독도에 미역과 전복 등의 해산물 채취를 위해 이주했다.

그들 중 일부는 독도와 울릉도에 정착하여 새로운 해녀의 삶을 개척하기도 했다.

독도에는 해녀바위와 미역바위가 있고, 제주도 한림읍 협재리 사무소 인근에는 ‘울릉도 출어부인 기념비’도 있다.

해조류, 특히 미역을 채취하기 위해 사람들은 이동하고 공을 들인다.

그와 유사한 사례도 있다.

경북 울릉도에서는 해조류의 대왕이라는 대황을 활용한 대황밥과 대황초무침을 오래전부터 먹어왔다.

경북 환동해산업연구원 영덕센터에서 대황 추출물을 활용한 수분크림, 핸드크림, 마스크팩 개발 등을 개발하여 기술이전에 성공하는 등 미역의 사촌격인 대황이 새로운 해양바이오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외국에서도 해조류 관련 전문서적이나 음식서 등에서 미역을 포함한 해조류를 한민족이 최초로 섭취한 것으로 보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미역건조작업(울진)
미역건조작업(울진)

해외 연구진도 신라 시대의 고분군 등에 출토되는 해조류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일본과 중국에 비해 월등한 미역요리의 다양성과 보편적 이용성 등을 고려하면 당연히 미역 문화의 종주국은 한국이다.

한국 내에서도 연오랑세오녀의 기록 등 여러 문헌과 유적들, 그리고 지금도 전승되고 있는 미역산업과 관련된 어촌문화 공동체를 고려할 때 경북 동해안이 미역 문화의 발상지라 할 수 있다.

물론 미역 문화나 미역 상품화는 우리나라 각지에 존재한다.

전남 완도군은 “미역국으로 산후조리를 했던 의미를 되새겨 미역국을 먹으며 어버이 은혜를 생각하자”는 뜻을 담아 매년 5월 8일 어버이날을 미역데이(day)로 지정했다.

제주도에서는 암세포를 예방한다는 후코이단 성분이 많이 함유된 미역귀에서 추출한 화장품을 개발, 전국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미역 이외의 해산물을 브랜드화하여 성공한 사례도 많다.

부산시는 1910년 지어진 전국 명태 보관 및 유통 중심지였던 남선 창고터를 활용해 명란 발상지를 초량이라 보고 ‘명란로드’라는 스토리를 입혀 지역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필자가 15년 전 미국에 연수 중일 때 어린 아들 친구가 검은 종이(black paper)를 먹는다고 이상하게 여기다가 나중에 그 맛에 빠져 함께 김밥을 만들어 먹은 기억이 있다.

지금은 어떠한가. 우리나라 바다에서 나는 김이 서구인들이 좋아하는 김 스낵으로 개발되어 국내 수산물 수출 1위를 차지하고 있지 않은가.

다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외국 서적에서 미역(miyeok)보다는 미역의 일본어 표기인 와카메(wakame)로 통용되고 있으며, 슈퍼푸드로 각광받는 미역을 활용한 다양한 요리들이 대부분 스시의 노리(nori) 요리와 연계된 일본 음식문화의 하나로 많이 소개되고 있다.

바로 이것이다.

대한민국이 미역 종주국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미역을 등한시한다면 우리는 역사에 오점을 남기게 된다.

세계 미역 문화의 발상지인 한국 미역 문화에 대한 체계적 연구가 절실하다. 미역무침, 미역냉국, 지역별로 다양한 미역국 등 미역요리에 대한 표준화와 국제화가 시급하다.

떼배에 건져 올린 울릉도 돌미역.
떼배에 건져 올린 울릉도 돌미역.

이를 위해 우선 경상북도 환동해본부에서는 울진 나곡리 마을과 해태바위가 있는 울릉 죽암마을의 돌곽(돌곽, 돌미역) 떼배 전통어업을 국가중요어업유산 등재를 신청했고 2021년 3월 해양수산부는 9번째로 이를 등재했다.

경북으로서는 어업유산으로는 처음이니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울진·울릉 돌곽 떼배 채취어업’의 국가중요어업유산 등재가 마무리되었으니 이제 세계중요어업유산(GIAHS)까지 밀어붙어야 한다.

아울러 일상 식품으로서의 미역을 넘어 건강 기능성 식품과 뷰티용품, 의약용품 등 새로운 신산업으로 육성해 나가기 위해 장기적으로는 가칭 ‘미역문화산업연구센터’도 설립해 나가야 한다.

아울러 주요 바다생물들의 안식처인 미역바위를 비롯한 해조류 숲과 울릉도에 사는 해마(Hippocampus haema)의 서식처인 잘피 숲 보존을 위해 기존의 울릉도 말고도 추가로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할 계획이다.

깨끗한 동해를 위해 울릉도 해역 전용 해양 쓰레기 청소선도 건조 중이다.

오래된 미래, 동해안에는 우리가 자칫 지나치기 쉬운 무궁무진한 스토리와 인문자원이 남아 있다.

고래바다인 동해(東海), 고래 문화와 함께해 온 경북의 미역 문화 등등, “우리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는 생일날 먹는 미역국에서 발견할 수 있다.

우리는 우리 것에 더욱 자신을 가지고 힘찬 날갯짓을 해야 한다. 그 바탕에는 늘 저 넓고 푸른 동해가 있다. (끝)

/김남일(전 경북환동해지역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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