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하나금융투자 청약자 중 32만명은 1주도 못 받아
금융당국 "올 하반기부터 중복 청약 금지" 밝혔지만 뒷북대책 비판

10일 NH투자증권 서울 명동WM센터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주청약을 위해 한 투자자가 상담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0일 NH투자증권 서울 명동WM센터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주청약을 위해 한 투자자가 상담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동호 기자】 올해 기업공개(IPO) '최대어' 중 하나로 꼽히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일반 청약 일정이 예상대로 역대 최대 증거금 기록을 경신하며 마감됐다.

지난 10일 대표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은 “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주 청약 접수를 마감한 결과 6개 주관사에 모인 청약 증거금이 총 63조6198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9월 카카오게임즈가 기록한 58조5543억원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공모주 청약 사상 최고 기록이다.

이번 SK바이오사이언스의 공모주 청약에서 주목을 받았던 중 하나가 ‘균등 배정 방식’의 첫 도입이었다.

기존까지는 투자금이 많은 투자자들이 우선적으로 청약을 받게 돼 있어 일반 투자자에게는 공모주 청약 자체가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그러나 올해부터 법이 개정되면서 증권사는 배정받은 물량 중 절반은 최소 청약 수량을 낸 모든 청약자에게 고루 배분하는 균등배정 방식으로 변경됐다.

이에 이번 SK바이오사이언스의 공모주 청약에도 일반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최소 청약 수량은 10주로, 이론적으로는 증거금 32만5000원(증거금률 50%)을 넣으면 1주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투자자가 대거 몰리면서 일부 증권사에 청약한 투자자들은 단 1주도 받지 못할 전망이다.

실제로 삼성증권의 경우 14만5928주가 균등배정 수량인데 반해, 청약 건수는 39만5290건이 몰려 25만여명에 달하는 청약자들은 1주도 못 받게 된다.

하나금융투자에 청약한 투자자 중 6만6000여명도 주식 배정을 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두 증권사에 청약한 32만여명은 단 1주도 못 받는다.

반면 SK증권의 경우 균등배정 물량이 23만3484주인데, 청약 계좌 수는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11만6114건로 청약자 1인당 2주씩 배정받게 된다. 또한 남은 1256주도 추첨을 통해 배정돼, 최대 3주까지 받을 수 있게 됐다.

NH투자증권도 균등배정 물량은 107만9864주인데 청약 계좌 수가 64만6826건으로 최소 1주를 배정받게 되며, 나머지 43만여주는 추첨을 통해 배정돼 최대 2주를 받을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에서 청약한 투자자들도 최소 1주, 최대 2주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이에 6개 증권사에 모두 청약을 했을 경우, 균등배정 방식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주식은 최소 5주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비례배분 몫까지 감안하면 그 주식수는 더 늘어난다.

NH투자증권은 자사에 약 1억원(3000주 청약 가정 시 청약증거금 9750만원)을 청약한 경우 균등배정 최소 1주와 비례배정 최소 4주 등 최소 5주를 배정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애초 도입 취지와 달리 자금력이 풍부한 투자자들이 다른 증권사에 중복으로 청약해 주식을 배정받게 되면서 제도 자체가 허술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감독당국은 여러 증권사에서 청약할 수 있는 중복 청약을 올 하반기부터 금지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제도 도입 전 철저한 대응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오는 18일 코스피 시장에 공식 상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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