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과 사망자 늘면서 불안감 가중, 믿고 맞을 수 있어야....

지난 8일 서울시 동작구 보건소 코로나19 예방 접종실에서 직원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사진=동작구청 제공/연합뉴스]
지난 8일 서울시 동작구 보건소 코로나19 예방 접종실에서 직원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사진=동작구청 제공/연합뉴스]

【뉴스퀘스트=박민수 대표】 ‘매도 먼저 맞는 놈이 낫다’

이왕 겪어야 할 일이라면 어렵고 괴롭더라도 먼저 치르는 게 낫다는 우리 속담이다.

70년대 중·고교와 80년대 군복무를 거친 기자에게 ‘단체기합’과 ‘집합’은 낯설지 않은 단어다.

선생님과 고참의 속칭 ‘빳따’와 ‘한 따까리’(얼차려의 비속어)는 체벌을 넘어선 사실상의 폭력이었다.

그런 야만의 시간들도 40여년이 지난 지금은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심약한 녀석들은 맞는 순서가 가까워오면 자꾸 줄 뒤로 갔고 ‘깡다구’깨나 있다는 녀석들은 배짱 좋게 먼저 나가서 맞고 들어왔다.

내가 아닌 네가 엉덩이를 움켜쥐고 아파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내가 직접 맞는 것 이상의 공포였다.

그래서 오히려 깔끔하게 먼저 맞고 들어오는 게 속 편했다.

지난달 26일 시작된 코로나19 백신 접종 순서를 놓고 정치권이 또 ‘쓰잘데’없이 티격태격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였다.

여야 설전의 중심은 문재인 대통령으로 포문은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이 먼저 열었다.

유 전 의원은 “아스트라제네카, 대통령이 먼저 맞아야 불신을 없앨 수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백신 불안감이 높아지면 먼저 맞는 것도 피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그 말을 지킬 때가 왔다. 아스트라제네카 1번 접종을 대통령부터 하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가원수가 실험대상이냐”며 “국가원수는 건강과 일정이 국가기밀이고 보안 사항인데 초딩 ‘얼라’보다 못한 헛소리로 칭얼대지 마시라”고 원색적으로 맞받아쳤다.

백신 접종 순서를 놓고 여야가 아웅다웅하는 장면은 다소 당혹스럽다.

백신이 안전하다면 그리고 어차피 맞을 거라면 ‘빳따’처럼 먼저 손들고 맞는 게 낫다.

그런데 한쪽은 대통령이 먼저 맞으라고 하고 한쪽은 다른 이유를 대며 미루는 듯하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서울 마포구보건소를 방문해 백신접종을 앞둔 푸르메 넥슨어린이 재활병원 김윤태 의사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서울 마포구보건소를 방문해 백신을 맞고 있는 푸르메 넥슨어린이 재활병원 김윤태 의사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이 먼저 백신 맞는 모습을 보이라는 주장은 백신에 대한 불안감을 지도층이 앞장서 해소하라는 요구다.

물론 대통령의 건강은 국가기밀에 보안사항이라며 ‘얼라’같은 소리 하지 말라는 반박도 나름 이유는 있다.

양측의 이 같은 유치찬란한 말싸움은 백신에 대한 부작용이 아직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문가와 정부의 말만 믿고 선뜻 앞장서 맞기에는 찜찜한 부분이 없지 않은 게 사실이다.

백신을 맞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 반응은 각양각색이다.

간호 장교로 근무 중인 지인의 딸은 백신 접종 후 너무 아파서 두 번째 접종은 안 맞을 수 있으면 안 맞으면 좋겠다고 한다.

부산의 한 현직의사는 백신 접종 후기를 올리면서 ‘독감 백신을 맞았을 때와는 전혀 다른 단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면역반응을 느꼈다’고 전했다.

백신 접종 후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도 있지만 절반 이상은 고열과 극심한 통증을 경험했다고 호소한다.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지만 기저 질환을 앓고 있던 10여명은 백신 접종 후 사망하기도 했다.

심지어 건강한 20대 청년이 백신 접종 후 심각한 척수염 증상을 보이고 있다며 부작용 피해를 호소하는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올라왔다.

20대 중반의 건강한 남성 A씨는 기저질환이 전혀 없고 접종 한달 전 건강검진에서도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처럼 백신 접종 후 각양각생의 후유증과 사망자까지 발생하고 있는 마당에 백신접종에 대한 일부의 거부감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백신 부작용 걱정으로 최대한 버틸 때까지 버티다가 마지막에 맞겠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최근 걸그룹 AOA 출신 권민아도 “백신도 맞아야 하는데 백신 맞고 자꾸 잘못되는 경우가 많아서”라며 “무서워서 엄마한테 맞지 말라고 했다. 대통령님 맞으면 맞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덴마크를 비롯 유럽 6개국에서는 “백신 접종자 중 혈액이 응고되는(혈전) 사례가 일부 나타났다”는 이유로 AZ백신의 접종을 잠정 중단했다.

인간은 병을 고치거나 수명을 늘리기 위해 약을 개발했다.

옛날에는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재료를 날로 먹거나 끊여서 혹은 달이는 과정을 거쳐 약을 얻었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 인간은 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얻은 물질로 약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단순한 진통제부터 항암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합성 화학물질이 약으로 쓰이고 있다.

문제는 이들 약이 자연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화학적 합성에 의해 제조됐다는 점이다.

당연히 화학적 결합에 의해 만들어진 약이 인간에게 보약이 되진 않을 것이다.

‘모기 눈물’보다 조금 많은 몇 미리 양의 백신으로 폐에 퍼진 바이러스를 잡으려다보면 부작용이 안 일어난다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처럼 약에도 작용과 부작용은 나타나게 마련이다.

이 같은 불안감과 부작용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외국 정상과 지도자들의 백신 우선 접종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마하티르 모하맛(96) 말레이시아 전 총리는 화이자 백신을 맞은 사실을 알리면서 백신 접종에 대한 불안감 해소에 앞장섰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말레이시아 내 최고령 접종자로 트위터에 자신의 접종 사진을 올리며 "정말 아무 느낌이 없었다. 채 1분도 걸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나와 같은 노인들뿐만 아니라 젊은 사람들도 차례가 오면 백신을 꼭 맞길 바란다. 백신 접종은 우리가 모두 지지해야 할 과제"라며 접종을 독려했다.

마하티르 전 총리에 앞서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95) 여왕과 여왕의 남편 필립공(100)도 백신을 접종했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86)도 백신을 맞은 뒤 “심각한 문제를 막는 데 백신이 도움될 것”이라며 용기를 갖고 백신을 맞으라고 권했다.

지금까지 앞장서 백신을 맞은 세계 각국의 정상은 조 바이든(79) 미국 대통령, 베냐민 네타냐후(72) 이스라엘 총리, 리셴룽(69) 싱가포르 총리, 시릴 라마포사(69)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등 10여 명에 이른다.

미국의 전직 대통령들은 코로나 백신 접종을 독려하기 위해 광고에까지 출연했다.

유튜브에 공개된 광고 영상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 조지 W. 부시 부부, 빌 클린턴 부부, 지미 카터 부부는 마스크를 쓴 채 백신을 맞았다.

이들 전직 대통령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국민들의 접종을 독려했다.

대통령이 참관하는 가운데 백신 수송 작전도 홍보에 활용했던 정부다 . 

정부는 백신 접종에 대한 국민들의 막연한 불안감을 안심시키고 다독거릴 필요가 있다.

뉴스퀘스트 박민수 대표.
뉴스퀘스트 박민수 대표.

문재인 대통령의 백신 접종은 이달 말로 예정돼 있다고 한다.

언젠가는 반드시 맞아야 될 백신이라면 대통령이든 총리든 누군가는 ‘매를 먼저 맞는 모습’을 보여야 국민들도 믿고 맞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방역당국은  백신 우선 접종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표면적으로는 백신 수급이 제한적이어서 현장 대응 업무 수행 인력이 우선 접종 대상이라지만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석연치 않다.

대통령이나 총리보다 다른 사람이 먼저 손들고 나서 '배짱 좋게' 맞는 모습을 차마 국민들에게 보여주는게 싫은 것 아니냐는 의심이 기자만의 시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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