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든 부품에 "많은 인력 필요없어"...5년 내 글로벌 자동차 산업 종사자 1100만명 중 300만명이 실직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넥쏘 생산라인 내부 모습. [사진=현대자동차 노조 제공]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현대자동차 노사가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의 생산라인 인원 수(맨아워·Man Hour)를 두고 밤샘 토의 끝에 합의안을 10일 마련했다.

이로써 격화하던 노사 갈등이 일단락됐지만, 이번과 같은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친환경 기조에 따라 현대차를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잇따라 전기차 사업을 확장할 것을 예고하면서, 앞으로 사람 손길이 배제된 자동차 생태계가 더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 차세대 먹거리, 車업계 노동자 '밥그릇' 뺏는다

전기차는 탄소배출이 적어 환경과 인간의 건강을 지키는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인간을 위한 신산업이 역설적으로 자동차 업계 노동자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전기차 조립 및 생산과정은 내연기관차량보다 단순해서 많은 인력이 동원될 필요가 없다.

현대차 노사도 비슷한 문제를 두고 씨름했다. 자사가 제작하는 전기차 부품이 내연기관차보다 20~30% 정도 줄면서, 투입 인원수 축소가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현대차의 올해 주력 제품인 ‘아이오닉 5’는 자체 제작한 전용 플랫폼 ‘E-GMP’가 적용돼 배기 라인과 전선 배치가 줄어 생산라인에 필요한 인원이 축소할 수밖에 없다.

비슷한 상황은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테크 전문매체 테크엑스플로어(techxplore)는 “석유로 작동하는 기계를 만들기 위해 수십년 동안 훈련하고 일한 수많은 자동차 노동자들이 앞으론 다른 일을 해야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일자리가 없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매체는 전기차에 필요한 부품이 내연기관차보다 평균적으로 30~40% 더 적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아이오닉 5'에 연결한 런닝머신에서 훈련하는 선수들. [사진=현대차 유럽법인 제공]

◇ 녹색 패러다임에 글로벌 업체들도 줄줄이 '구조조정'

앞으로의 상황이 더 우려되는 이유는 바로 전세계의 친환경 기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배터리 등 주요 먹거리의 공급망을 전면 검토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만큼 친환경 기조에 적극적인 인물이다.

이에 주요 기업들도 반응하고 있다. 포드는 2025년까지 220억달러(약 24조3000억원)를 투입하겠다 밝혔고, 제너럴모터스(GM)는 2035년까지 휘발유와 디젤 자동차의 생산을 중단하고 전기차 업체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했다.

폭스바겐도 2030년까지 각 기종에 전기차 모델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영국의 고급차 브랜드인 재규어·랜드로버까지도 2025년부터 모든 차종을 전기차로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이 모두 내연기관과의 이별을 선고하면서 사실상 잉여인력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향후 5년 내 글로벌 자동차 산업 종사자 1100만명 중 300만명이 실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폭스바겐, GM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내연기관 인력을 줄이는 구조조정을 내린 상태다.

2018년 말 GM의 국내외 공장들이 문을 닫자 직원 1만4000여명이 회사를 떠나야했다.

이후 일본 닛산자동차(1000명), 폭스바겐(7000명), 재규어·랜드로버(4500명) 등 다른 업체들도 잇따라 내연기관 인력을 줄이는 구조조정 대열에 합류했다.

2018년 GM은 대대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밝히면서 내연기관 30%·전기전자 70% 체계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이전까지 전체 인력 중 70%는 내연기관과 관련된 업무를 수행했다. [사진=연합뉴스]

때문에 앞으로 전기차 일자리 보호가 노동계의 최대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테크엑스플로어는 GM 생산공장 직원의 사연을 인용하며 “(일부 직원들이) 지난 50여년 간 쌓아온 모든 지식이 갑자기 완전히 쓸모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잉여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대차 노사도 남는 잉여 인력을 다른 생산라인에 배치하는 내용을 합의안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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