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협력·공장 건설 모두 수포로...남은 건 위탁관계 '폭스콘'과 자체 플랫폼 개발한 '마그나'

[사진=AP/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기술이 있으면 만들 수 있겠지만, 40년은 걸릴 것이다”

지난 11일, 일본 완성차기업 토요타의 토요타 아키오 사장이 애플에게 일침을 날렸다.

애플에게 "자동차를 만든다는 건 그 차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고객들을 책임진다는 뜻"이라며 올 초 '애플카' 생산을 두고 시장을 뒤흔든 점을 지적했다.

아키오 사장의 말처럼 애플의 자율주행 전기차 사업은 계속 삐그덕 거리고 있다.

그동안 완성차회사 협력, 자동차공장 건설 등의 선택지를 두고 물밑 작업에 주력했지만, 모두 난항을 거듭하며 사실상 남은 카드는 '위탁생산' 뿐인 상황이다.

◇ 줄어드는 애플의 선택지...완성차 협력·공장 설립 가능성 희박

최근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에게  3가지 선택지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올 초만 해도 ▲완성차 업계 협력 ▲자체 공장 건설 ▲위탁 제조사 등 여러 카드를 두고 고민할 여유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분위기는 지난 2월을 기점으로 확연하게 달라졌다.

먼저 완성차 회사와의 논의는 올 초 현대차·기아와의 협력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실상 멈춘 상태다. 유력 후보군으로 떠오른 일본 닛산차 역시 애플카 협력설을 전면 부인했다.

이전부터 BMW·페라리 등 글로벌 업체들과 협상 테이블도 마련했지만,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 모두 수포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애초에 글로벌 강자들과의 협력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가 인용한 한 관계자는 "이는 마치 아이폰 생산을 삼성전자에 요청하는 격"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경쟁관계가 될 수 있는 업체를 도울리 만무하고, 자사 브랜드 평판이 떨어질 것을 감수하면서 협력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공장 건설 가능성도 희박하다. 애플의 수익구조는 대부분 위탁업체에 생산을 의존해 마진율을 끌어올리는 형태이기 때문에 수억원을 투자해 공장을 지을 이유가 없다.

애플은 이미 아이폰과 태블릿 등 자사 주력 제품을 폭스콘과 페가트론 등 외부 업체에 맡기고 있다. 이에 지난해 4분기 총 마진율은 시장 전망치보다 1.8% 높은 39.8%를 기록했다.

[사진=애플인사이더]

◇ 이제 '위탁생산' 한 발만 남았다

때문에 애플이 아이폰처럼 애플카를 자동차 위탁제조사에 맡길 가능성이 가장 큰 상황이다.

현재 가장 유력한 위탁생산업체는 대만의 폭스콘과 캐나다의 마그나인터내셔널이다.

우선 폭스콘은 이미 오랜기간 아이폰을 위탁생산하며 애플과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기차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기도 했다.

지난달 20일 류양웨이 폭스콘 회장은 2021년 4분기 경량 전기차 2종을 생산할 예정이며 자사의 전기차 제작 지원 플랫폼(MIH)을 이용한 전기버스도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마그나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자동차를 위탁생산하며 이미 자동차 제조 경험이 풍부한 기업이다.

최근에는 기존 전기차보다 효율성을 20% 가량 높인 자체 전기차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카랩의 에릭 노블 회장은 "위탁생산은 애플에게 익숙한 비즈니스 모델"이라면서 "기존 완성차 회사와의 협력은 힘 겨루기에 그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