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은 곧 돈이다...미국 쿼라(Quora) 벤치마킹,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요즘은 지식도 돈이 된다.

한국을 대표하는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성공이 대표적 콘텐츠인 ‘지식in’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에서 분명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인구와 경제 규모가 한국의 각각 28배와 8배 정도 큰 중국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플랫폼 하나 잘 만들어 운영하면 속된 말로 떼돈에 가까운 돈을 벌 수 있다.

자신이 필요로 하는 지식을 사이버 세상에서 구매하는 소비자가 시간이 갈수록 폭발적으로 늘고 있으니 이렇게 단언해도 괜찮다.

2020년 말을 기준으로 하루에 무려 7억 명을 돌파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대략 누리꾼 3 명 중 2 명 이상이 온라인상에서 지식을 구매하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고 있다는 말이 된다.

시장의 규모 역시 다른 분야보다는 작으나 만만치 않다.

2021년 3월 중순 기준으로 100억 위안(元. 1조7400억 원) 전후에 이른다는 것이 중국 국가정보센터의 발표이다.

지식을 공짜로 인식하는 경향이 많은 아시아인의 시각으로 볼 때는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다. 미래로 눈을 돌릴 때는 더욱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당연히 장기적으로 이 지식공유 플랫폼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투신한 업체들은 많다.

대략 이름이 알려진 것들만 해도 10여 개를 헤아린다.

그러나 역시 지존은 하나뿐이라고 해야 한다.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가장 먼저 2011년 사업에 투신, 시장을 선점한 즈후(知乎)를 꼽아야 할 것 같다.

대략 전체 시장의 15% 정도를 장악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다른 대부분의 중국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이 그렇듯 즈후 역시 짝퉁으로 출발했다.

이 분야에서는 세계적 선도업체인 미국의 쿼라(Quora)를 벤치마킹해 2011년 설립됐다.

창업자는 아버지에 이어 2대에 걸쳐 신문기자 생활을 한 경험을 가진 저위안(周源. 41) CEO이다.

처음 출발은 조촐했다.

문답형 지식공유 서비스 중소기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은 완전히 업계의 공룡으로 변신해 있다.

쿼라보다 기업의 규모가 크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만약 그렇다면 짝퉁이 진퉁을 눌렀다고 할 수 있다.

2017년 텅쉰(騰訊. 영문명 텐센트)을 포함한 여러 투자기관들로부터 7억 위안 가까운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사업 잠재력을 인정받은 것은 다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매년 성장률이 100%를 넘는 것 역시 마찬가지 아닌가 싶다.

즈후가 현재 진행 중인 지식 콘텐츠 사업은 다양하다.

유료 컨설팅과 온라인 강연, 전자책 서점 등 돈이 되는 일은 다 한다.

간혹 가다가는 사계의 유명인사들을 초청해 진행하는 집단 토론 콘텐츠도 제공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유되는 리카이푸의 글. 그가 즈후에 올린 글이 유통된다고 보면 된다. [사진 제공=차이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유되는 리카이푸의 글. 그가 즈후에 올린 글이 유통된다고 보면 된다. [사진 제공=차이신]

즈후에서 이용자들이 지식을 공유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원하는 지식을 필요로 하는 구매자가 특정 주제의 방에 들어가 질문을 하면 실시간으로 이른바 전문가로 불리는 사람들의 대답을 들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짭짤하게 부수입을 올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스타트업의 대부’로 불리는 리카이푸(李開復. 60) 촹신궁창(創新工場. Innovation Works) 회장을 대표적 주인공으로 꼽을 수 있다.

한 번 즈후에 들어가 대답하는 대가로만 10만 위안의 수익을 가볍게 올리는 것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대학원에서 중국사 박사 과정까지 마친 왕이(王義)씨의 자랑이 비슷한 케이스가 될 듯하다.

“중국사는 모든 사람이 다 많이들 아는 것 같으나 사실 별로 그렇지 않다. 무궁무진한 사료들에 나오는 온갖 에피소드나 역사적 사실 중 항간에 알려진 것은 정말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박사 과정까지 마친 나 같은 전공자들은 사서 등을 찾아서 바로 그런 알려지지 않은 사실 등을 찾아내는 능력이 일반인에 비해 탁월하다. 당연히 돈벌이가 된다. 용돈벌이 이상이라고 해도 좋다. 지금으로 봐서는 교수 연봉보다 훨씬 많이 벌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아예 전문적인 업으로 삼으려고 한다.”

즈후는 많은 돈은 아니나 회원들이 다양한 형태의 이용료를 내야 한다.

월 정액제의 경우 9 위안 정도로 큰 부담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당수 다른 업체들의 케이스를 보면 그것도 돈은 돈이라고 해야 한다.

1년이면 100 위안도 훌쩍 넘는다.

그럼에도 즈후가 여타 경쟁 업체들을 압도하는 것은 역시 아무래도 양질의 지식들을 제공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는 2018년 출범한 ‘즈후대학’ 서비스가 ‘대학’이라는 타이틀을 과감하게 붙였던 사실만 봐도 잘 알 수 있지 않나 싶다.

즈후의 광고. 업계를 완전 장악하기 위해 공격적 경영에 나선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사진 제공=차이신]
즈후의 광고. 업계를 완전 장악하기 위해 공격적 경영에 나선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사진 제공=차이신]

플랫폼의 기능이 다양하다는 사실 역시 다른 업체들에서는 보기 어려운 장점으로 손색이 없다.

여기에 계정 팔로우를 통한 이용자 간의 의견 교류와 지식 공유가 상당히 쉽다는 사실도 거론해야 할 것 같다.

PC나 인터넷보다 모바일 환경에 더 익숙한 신세대들을 위한 인터페이스 구축 전략 역시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용자들의 높은 충성도, 우수한 답변자들의 존재, 대규모 회원들을 이용한 여러 다양한 사업 모델 개발 등이 가능한 현실은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예컨대 광고, 멘토링 등의 사업을 꼽을 수 있다.

즈후는 차이신(財新)을 비롯한 중국 언론의 보도대로라면 조만간 미 나스닥에 상장될 것으로 보인다.

3월 5일에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기업 공개(IPO) 신청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자금 조달 규모는 1억 달러로 알려져 있다.

주관사는 골드만삭스와 JP모건체이스, 크레디트스위스 등 막강하다.

현재 즈후는 영업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몸집을 지금의 수십 배로 키운 후 업계를 완벽하게 장악하기 위해 공격적 투자에 나서고 있는 탓이다.

한국의 쿠팡 모델이라고 보면 된다.

쿠팡처럼 당분간 자잘한 수익도 바라지 않고 있다.

하지만 나스닥 상장 후에는 본격적으로 매출과 영업 이익에도 눈을 돌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경우 즈후는 벤치마킹 대상이었던 쿼라를 진짜 누르고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지식공유 플랫폼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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