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블링컨 국무장관·오스틴 국방장관 방한 하루 앞두고
"위기의 3월 선택"...남북 군사합의서 파기 경고
문재인 정부에 "임기 말, 고통스러울 것"
바이든 행정부에 "잠 설칠 일 안만들어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사진=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이태웅 기자】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한미연합훈련을 비난하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김 부부장은 지난 8일 시작한 한미연합훈련에 관해 "위기의 3월을 선택했다"며 "남북관계에 3년전의 따뜻한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임기 말기에 앞길이 무척 고통스럽고 편안치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며 동시에 미 바이든 행정부를 겨냥해 "4년간 발편잠을 자고 싶다면 시작부터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16일 김 부부장은 조선중앙방송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개인 담화를 내고 "남조선 당국이 8일부터 우리 공화국을 겨냥한 침략적인 전쟁연습을 강행하는 길에 들어섰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감히 엄중한 도전장을 간도 크게 내밀었다"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남조선 당국자들은 늘 하던 버릇대로 이번 연습의 성격이 연례적이고 방어적이며 실기동이 없이 규모와 내용을 대폭 축소한 컴퓨터 모의방식의 지휘소 훈련이라고 광고해대면서 우리의 유연한 판단과 이해를 바라고 있는 것 같다"면서 "참으로 유치하고 철면피하며 어리석은 수작이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지금까지 동족을 겨냥한 합동군사연습 자체를 반대했지 연습의 규모나 형식에 대하여 논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며 "50명이 참가하든 100명이 참가하든 그리고 그 형식이 이렇게저렇게 변이되든 동족을 겨냥한 침략전쟁연습이라는 본질과 성격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인내심을 발휘하며 충분한 기회도 주었지만 남조선 당국은 또다시 온 민족이 지켜보는 앞에서 '따뜻한 3월'이 아니라 '전쟁의 3월', '위기의 3월'을 선택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와 행동을 주시할 것이며 감히 더더욱 도발적으로 나온다면 북남군사분야합의서도 시원스럽게 파기해버리는 특단의 대책까지 예견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김 부부장은 "현 정세에서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어진 대남 대화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정리하는 문제를 일정에 올려놓지 않을 수 없게 됐다"며 "우리를 적으로 대하는 남조선 당국과는 앞으로 그 어떤 협력이나 교류도 필요 없으므로 금강산국제관광국을 비롯한 관련 기구들도 없애버리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남조선당국은 스스로 자신들도 바라지 않는 '붉은선'을 넘어서는 얼빠진 선택을 했다는 것을 느껴야 한다"며 "병적으로 체질화된 남조선당국의 동족대결의식과 적대행위가 이제는 치료불능상태에 도달했으며 이런 상대와 마주 앉아 그 무엇을 왈가왈부할 것이 없다는 것이 우리가 다시금 확증하게 된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부장의 이번 담화가 북한 전 주민이 보는 노동신문 2면에 실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한 엄포성 경고로 보기 어려워 보인다. 

김 부부장이 언급한 조치들을 북한이 어느 정도 확정하고 추후 구체적인 실행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이날 담화문에서 김 부부장은 그동안 침묵했던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향해서도 경고문을 보냈다.

사실상 첫 공식 입장을 밝힌 셈이다.

김 부부장은 "이 기회에 우리는 대양 건너에서 우리 땅에 화약내를 풍기고 싶어 몸살을 앓고 있는 미국의 새 행정부에도 한 마디 충고한다"며 "앞으로 4년간 발편잠을 자고 싶은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멋없이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과 관련해 한미일 공조를 강조하고 북한 인권 문제 등을 언급하고 있는 데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방한을 하루 앞두고 나온 메시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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