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홍보대행사 102곳 보이콧 선언
HFPA의 불투명한 운영·홀대 논란 이어져

'골든글로브' 트로피 [사진=AP/연합뉴스]
'골든글로브' 트로피 [사진=AP/연합뉴스]

【뉴스퀘스트=이태웅 기자】 할리우드 관계자들이 미국 영화 시상식 골든글로브에 강력한 개혁을 요구했다.

최근 골든글로브를 주관하는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의 운영과 재정 관리 문제가 불거진 데에 이어 영화 '미나리'를 작품상 후보에서 배제하는 등 홀대 논란에 따른 것이다.

16일(현지시간) 할리우드리포터, 버라이어티 등 미국 연예 전문 매체들은 DDA, Premier, 42West, Rogers & Cowan, PMK 등 할리우드 홍보대행사 100여곳이 성명을 통해 골든글로브의 혁신적인 변화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골든글로브가 영화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을 활용해 보복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에도 할리우드 홍보대행사들이 입을 모아 비판에 나선 것이다.

이들 대행사는 성명에서 "오랜 기간동안 HFPA에 차별 행위와 배타성, 비전문성이 만연했고, 일부 영화·TV 제작사와 방송사의 자금 지원을 받으며 재정적 부패 의혹까지 불거졌다"고 비판했다.

이어 "골든글로브가 대대적이고 지속적인 변화를 당장 보여주지 않으면 소속 스타 고객들이 골든글로브의 행사와 인터뷰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경고했다.

87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HFPA는 그동안 재정 관리와 시상식 운영 등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지난달 3일 제78회 골든글로브상 후보작을 발표하면서 영화 '미나리'를 외국어영화상 후보로 선정했다. 당시 작품상과 배우상 후보에 미나리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인인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이 연출하고 브래드 피트의 제작사 플랜B가 만든 미국 영화였고, 각종 시상식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수상 행진을 이어가던 중이었다.

하지만, 골든글로브는 영화 속 대화의 50% 이상이 영어여야 한다는 규정을 근거로 '미나리'를 외국어영화로 분류하고 작품상과 배우상 후보에 올리지 않아 홀대 논란을 촉발했다.

여기다 최근에는 HFPA 회원 중 흑인이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골든글로브가 폐쇄적이고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할리우드 관계자들의 보이콧에 성폭력·성차별에 대응하는 영화산업 단체 '타임스 업'(Time's Up)도 동참했다.

타임스 업은 "할리우드 홍보대행사들과 함께 HFPA의 변화를 촉구할 수 있게 돼 자랑스럽다"며 "HFPA의 투명하고 의미있는 변화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할리우드 스타를 고객으로 둔 홍보대행사들이 보이콧을 경고하며 압박에 나서자 HFPA는 서둘러 개혁에 나설 계획이다.

HFPA는 대행사들의 요구에 대해 "더 빨리 변화에 나섰어야 했다"며 잘못을 인정하면서 "회원 수를 최소 100명으로 늘리고 연말까지 회원 중 최소 13%를 흑인으로 채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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