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부터 인사와 조직개편에 반영...딥 체인지의 방법론으로 부상
수소를 차세대 주역 사업 선정...수소의 생산-유통-공급 선도 계획
㈜SK, 올부터 첨단소재 그린 바이오 디지털 등 4대 핵심 사업 실행 본격화
SK하이닉스, 반도체 업계 최초로 그린본드 발행
SK E&S, 새만금 간척지 태양광발전 단지 조성 사업자로 선정
SK실트론, 웨이퍼 업계 첫 全제품 ‘카본 트러스트’ 인증 획득

최태원회장이 SK그룹 CEO세미나에서 ESG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SK그룹 제공]

【뉴스퀘스트=윤구현 기자】 SK그룹은 지난해 12월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RE100’ 가입을 확정했다. ‘RE100’은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다. 기업이 2050년까지 사용전력량의 100%를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조달하겠다는 것을 뜻한다. 영국 런던 소재 다국적 비영리기구 ‘더 클라이밋 그룹(The Climate Group)’이 2014년 시작했는데, 구글ㆍ애플ㆍGMㆍ이케아 등 유수의 글로벌 기업이 요새 줄줄이 가입하는 중이다.

SK그룹이 근래들어 몰두하고 있는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경영’의 대표적인 사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그동안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딥 체인지(Deep Change, 근본적 혁신)가 필요함으로 역설해 왔는데, 딥 체인지 방법론으로 ESG 경영을 꼽고 있다.

최 회장은 2018년 CEO세미나에서 “환경문제가 심각한데 이를 반대로 기회라고 생각하면 우리가 환경 주도권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며 “친환경 전환을 위한 기술 개발 등 구체적인 전략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그로부터 2년 뒤 최 회장은 2020년 CEO 세미나에서도 “지금까지 ESG 이슈들을 적당히 대응 또는 수비하고 리스크를 제거하는 방향으로 관리했다면 앞으로는 정면으로 부딪쳐 돌파하고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어 직접 해결해 나가야 한다”면서 “특히 환경 문제(Environment Story)는 지속성과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영역으로 모든 관계사가 각자의 사업에 맞게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 회장은 최근 몇 년간 기업의 역할에 대해 꾸준히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대표적으로 기업이 경제적 가치 창출과 함께 사회적 가치 창출에도 힘을 써야 한다는 `도발적‘인 화두를 한국 사회에 던진 점이다.

사회적 가치 창출이라는 화두는 `기업이란 모름지기 많은 이익을 내서 나라에 세금 많이 내고, 직원을 많이 고용하는 것 말고 다른 건 부수적인 것‘이라던 인식을 깨뜨리는 역할을 했던 게 사실이다. 처음 나왔을 때 `도발적‘이라는 느낌을 줬던 사회적 가치창출이라는 화두는 이제 거의 누구나 그 필요성을 인정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SK는 드디어 2021년 인사와 조직 개편에서 ESG 경영철학을 적극 반영했다.

그룹 경영의 전반을 협의하는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에 에너지·환경위원회 대신 환경사업위원회를 신설, 환경 관련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해 나갈 방침이다. 또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고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가속화하기 위해 거버넌스위원회를 신설했다.

SK는 ESG 추구의 실천력을 높이기 위해 ESG 성과를 측정하는 것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SK는 바스프(BASF) 등과 함께 VBA(Value Balancing Alliance)를 결성하고, 사회적 가치 측정의 국제 표준화 작업을 진행중이다.

SK의 관계사도 ESG를 중심에 둔 비즈니스를 적극 만들어 나가고 있다.

SK는 지난해 에너지 관련 회사인 SK E&S, SK 건설, SK이노베이션 등 관계사 전문 인력 20여명으로 구성된 수소사업 전담 조직 ‘수소사업 추진단’을 신설하고 사업 전략 실행에 곧바로 착수했다. SK는 국내에서 2023년 3만톤 생산을 시작으로 2025년까지 총 28만톤 규모의 수소 생산능력을 갖추고 수소의 생산-유통-공급에 이르는 밸류체인을 통합 운영함으로써 수소사업을 차세대 주력 에너지 사업으로 집중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SK는 수소 전문 기업 플러그파워에 최근 투자를 단행했다. [사진=SK그룹 제공]
SK는 수소 전문 기업 플러그파워에 최근 투자를 단행했다. [사진=SK그룹 제공]

SK(주)는 올해 첫 투자처로 글로벌 수소 기업을 선택하면서 ESG 투자 핵심 영역이자 차세대 “꿈의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는 수소 사업 본격화에 나섰다.

SK㈜와 SK E&S는 업계 최고 수준의 핵심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수소 사업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 플러그파워(Plug Power)사(社)의 지분 9.9%를 확보, 최대주주로 올라선다고 지난 1월7일 밝혔다. 이번 투자는 SK㈜와 SK E&S가 각각 8000억원을 출자해 약 1조 6000억원(15억 달러)을 공동 투자하는 방식이다.

1997년 설립된 플러그파워는 수소 사업 밸류체인 내 차량용 연료전지(PEMFC), 수전해(물에 전력을 공급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 핵심 설비인 전해조, 액화수소플랜트 및 수소 충전소 건설 기술 등 다수의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플러그파워는 매년 약 50% 수준의 높은 매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으며 지난해 말 기준 시가총액은 약 16조원에 달한다.

SK㈜는 수소 사업을 신호탄으로 2021년을 첨단소재, 그린(Green), 바이오(Bio), 디지털(Digital) 등 4대 핵심 사업 실행을 본격화하는 원년으로 정하고, 조직 개편 등 회사 역량을 결집해 `투자 전문 회사‘로의 진화를 가속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SK㈜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4대 핵심 사업 중심으로 재편하는 한편, 기존 ‘투자 1센터, 2센터, 3센터, I Cube센터’ 등의 명칭도 ▲첨단소재 투자센터 ▲Green 투자센터 ▲Bio 투자센터 ▲Digital 투자센터로 변경했다. 미래 성장성이 좋은 포트폴리오를 보유하는 것뿐만 아니라 각 영역별로 다양한 파트너들과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는 투자 생태계(Eco System) 조성을 추진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1월 14일 ESG 경영 강화를 위해 10억 달러 규모의 그린본드를 발행했다.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기업 중 그린본드를 발행한 경우는 SK하이닉스가 처음이다. SK하이닉스는 그린본드를 통해 마련한 재원을 수질 관리, 에너지 효율화, 오염방지, 생태환경 복원 등 친환경 사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SK E&S는 지난해 9월 새만금 간척지에 여의도 크기(264만㎡·80만평)의 태양광발전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자로 선정됐다. SK텔레콤은 AI, Cloud 등 New ICT 기술을 활용하여 소모 전력을 절감하고 있으며, 전국의 사옥 및 교환국 옥상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해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SK건설은 지난 1월 19일 IBK캐피탈, LX인베스트먼트와 친환경 사업투자를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각 사는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과 2050 탄소중립 계획에 발맞추며 지속가능한 친환경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혁신기술과 금융을 결합한 ESG 투자를 선도할 계획이다. 주요 협력 분야는 △친환경 기업 투자를 위한 펀드 조성 △친환경 사업 추진 관련 금융지원 △기존 친환경 기업의 사업 활성화 지원 등이다.

SK건설은 지난해부터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함께 창출할 수 있는 친환경·신에너지 사업을 추진하며 ESG 경영 강화에 나섰다. 이번 협약을 계기로 친환경 기술의 투자 재원을 확보하고 국내외 기술혁신기업들을 직접 발굴해 친환경 기업으로 리포지셔닝(Re-positioning)할 수 있는 미래 성장동력을 발빠르게 확보해 나갈 방침이다.

SK실트론은 웨이퍼업계 최초로 국제인증기관으로부터 전제품 `카본트러스트 인증'을 받았다. [사진=SK그룹 제공]
SK실트론은 웨이퍼업계 최초로 국제인증기관으로부터 전제품 `카본트러스트 인증'을 받았다. [사진=SK그룹 제공]

친환경 경영을 통한 성장동력 확보에도 집중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반도체 웨이퍼 제조기업 SK실트론은 글로벌 웨이퍼 업계 중 최초로 해외 인증기관으로부터 全제품 ‘카본 트러스트’ 인증을 획득했다. 반도체 웨이퍼 원·부자재서부터 웨이퍼 제조 전 공정에 이르는 밸류체인(Value-Chain)에서 탄소 배출 절감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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