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 의식한 외국인들 이탈...정부, 가계부채대책으로 유동성 관리 나설듯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지난해 끝모르게 공급되는 유동성을 바탕으로 치솟던 국내 증시와 부동산이 최근 휘청이는 모습이다.

'꼭지'를 찍고 내리막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증시와 부동산 모두 탄력을 잃고 조정 국면에 들어갔다는 신호가 여러군데서 감지되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국발 금리 불안으로 글로벌 시장 금리가 동반 상승하고, 더 나아가 자본유출을 우려한 일부 신흥국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유동성 파티가 끝물을 맞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정부도 시중에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을 관리하기 위해 조만간 강력한 '가계부채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 상승 탄력 잃은 증시·부동산...'관망'이 대세

연초 3200선을 돌파하며 상승세를 지속할 것 같던 증시는 최근 3000선에서 지루한 공방을 계속하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에 3000선이 위태로운 상황이지만 이른바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이 이를 떠받이고 있는 형국이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15거래일 중 10일간 매도 우위를 보이며 국내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

연기금 등 기관들도 국내 증시 투자비율 유지를 위해 지수가 3000선을 넘으면 지속적으로 '팔자'를 외치고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이 강(强)달러를 의식해 국내 증시에서 이탈하고 있고, 연기금도 일정 지수 위에서 매도를 지속하고 있으나 개인들의 자금이 들어오면서 지수의 하방경직성은 유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시장의 흐름도 관망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값 동향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15일 기준)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0.23% 올라 전주(0.24%)보다 오름폭을 줄였다.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0.06% 상승해 전주(0.07%)보다 매수세가 떨어졌다.

부동산 시장의 체감 온도는 이보다 더 낮게 느껴진다.

국토교통부의 부동산 실거래 정보에 따르면 2·4 공급대책 발표 이후 서울에서는 직전 거래 대비 가격 하락세가 완연하다.

2·4 대책에 따른 공급 확대 기대감에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세금 부담 가중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최근 시장 흐름을 보면 매수세는 확연하게 약화했으나 급랭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면서 "급등세가 진정되고 향후 움직임을 살피는 숨 고르기 장세로 보인다"고 했다.

서울 아파트값이 상승세가 꺾이면서 서서히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의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매물이 안내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아파트값이 상승세가 꺾이면서 서서히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의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매물이 안내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 미국발 금리 불안…외국인 국내증시 이탈 가속

국내 자산시장의 이 같은 움직임은 무엇보다 미국발 금리 불안에서 기인된다.

미국의 국채금리가 오르면 외국인들의 국내 자산시장 이탈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 1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의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2023년까지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강하게 재확인했으나 시장은 믿지 않는 눈치다.

실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FOMC 다음날인 18일 약 14개월 만에 1.7%를 뚫고 올라갔다가 22일엔 1.6%대 후반으로 내려왔지만, 연준이 경기회복 모멘텀을 살리기 위해 인플레이션을 어느 정도 용인할 것으로 보여 시장금리 불안은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은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높일 정도로 경기가 살아난다는 확신 때문에 금리가 오르고 있지만, 다른 경제권은 중국을 제외하면 경기회복 속도가 더딘 와중에 달러화 강세로 금리가 오르고 통화가치는 떨어지고 있다.

김학균 리서치센터장은 "달러 가치가 강해질 때 미국 밖의 나라들이 평온했던 적은 없다"며 "경기회복 속도의 격차로 강달러가 지속하면 신흥국 등 경제 펀더멘털(기초여건)이 취약한 국가부터 타격을 입게 된다"고 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우리나라 입장에서 보면 지금은 국내 경기회복은 느린데 미국의 경기회복으로 시장 금리가 올라가는 것이어서 부담스럽다"고 했다.

당장 국내의 인플레이션이 우려된다거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움직여야 할 상황은 아니지만, 미 국채금리 상승세가 진정되지 않을 때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 당장 국내에서 인플레이션 이슈가 있다고는 보지 않지만, 금리 상승에 대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며 "정부는 우리 경제의 부담인 가계부채 관리에 초점을 두어야 하며 개인 입장에서는 자산 투자가 원리금 상환 부담에 노출되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한편 정부는 폭증한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한 강력한 대책을 조만간 내놓을 예정이다. 부동산 시장이나 증시에서 지나해와 같은 '영끌' '빚투'의 유동성 홍수가 재연될 가능성은 낮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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