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여권 단일후보로 나선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과 야권 단일 후보로 나선 국민의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맞붙게 됐다. [사진=국회사진단/연합뉴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여권 단일후보로 나선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과 야권 단일 후보로 나선 국민의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맞붙게 됐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을 뽑는 4·7 재보궐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오늘 전까지만 해도 여당이 타격을 받을 만한 굵직한 사건들이 일어날 때마다 지지율이 요동치고 있고, 심지어 서울과 부산 양 지역 모두 오차범위를 한참 벗어나 한 쪽 후보의 일방적 우위가 점쳐지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타기도 한다.

우리가 최근 치른 선거에서 '샤이 보수'니, '샤이 진보'니 하면서 투표장에 누가 나타나느냐에 따라 후보자들의 당락이 바뀐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중간 표심이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졌다.

물론, 우리나라 선거는 굵직한 이슈에 따라서 투표율과 지지층이 결집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으나 행동경제학 관점에서 정치적 호감도에 대한 재미있는 실험결과가 있어서 이에 대한 얘기를 잠깐 해보고자 한다.

물론, 아래의 예는 선거의 당락을 결정지을 만큼 중요하다는 논리를 펼치고자 함이 아니라, 이러한 관점에서도 바라볼 수가 있다는 새로운 견해를 제시하기 위함임을 사전에 분명히 한다.

연구의 결과를 먼저 얘기하자면 ‘정치적 편향은 대통령 후보의 얼굴 특징을 인식하는 방법에까지 영향을 끼친다’이다.

이는 2012년 오히아주립대학교 심리학 교수인 러셀 파지오 (Russell Fazio)팀의 연구 결과로 보다 구체적으로는 정치적 성향에 따라 후보자의 얼굴에 대한 호감이 달라진다는 매우 재미있는 결과를 보여준다.

전체 실험 중 일부인 두 번째 실험만 간단히 소개하자.

2012년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롬니에 대한 실험인데, 148명의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을 통해 그들이 공화당 지지여부, 롬니에 대한 투표 의도 및 행동 등을 파악한 후, 그 결과로 두 개의 그룹으로 구분하였다.

그리고, 각 그룹들의 선택해 기초에 약간씩 다른 롬니의 450개 사진을 두 개의 합성사진으로 만들었다.

즉, 롬니의 지지자 의견에 기반한 하나의 합성사진과 롬니에 반대하는 그룹의 의견에 기반한 하나의 합성사진으로 만든 것이다.

그런 다음 연령, 성별, 배경 등이 다양한 213명의 성인에게 어떠한 사진이 더 진실해 보이고 사려 깊어 보이는지를 표시하도록 했는데, 놀랍게도 사람들은 공화당 지지자들 그룹의 의견에 기반하여 만든 사진이 더 롬니처럼 보이고, 더 신뢰감을 준다고 말하며 선택하였다.

통계적으로 매우 강력하게 정치적 지지와 그들이 생성한 이미지의 신뢰도가 관련 있다고 나타났으며, 이는 정치적 편향이 실제 대선 후보들에 대한 이미지마저 왜곡시킬 수 있음을 나타낸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대입해 보자면 오세훈 후보에 대한 지지자들의 머릿속에서는 박영선 후보의 실제 얼굴이 원래 모습과 다르게 보일 수 있으며, 박영선 후보에 대한 지지자들의 마음속에서는 오세훈 후보의 실제 얼굴이 원래 모습에서 왜곡된 형태로 자리잡고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이러한 친숙함으로 인한 왜곡은 현상유지 편향과도 관련이 있다.

사람들은 대개 친숙하고 익숙한 것들에 대해 그대로 유지하고자 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아마도 아주 오랜 옛날부터 환경, 음식, 생명체 등 모든 낯선 것들에 대해 조심스러워 하고 경계하는 편이 우호적으로 대하는 편보다는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친숙한 것에 대해 호감을 느끼는 것은 소비자 행동 혹은 마케팅 이론에서도 많이 칭하는 단순노출효과 (Mere Exposure Effect)와도 관련이 깊다.

미국의 심리학자 로버트 자이언스가 주장한 ‘단순노출효과’는 사람이 누군가를 만나면 만날수록 더 깊은 호감을 느끼게 되고, 인간적인 측면을 발견하게 되면 더 좋아하게 된다는 이론이며 이와 유사한 개념으로는 친숙성의 원칙(Familiarity principle)이 있다.

이를 이용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기업 광고를 반복한다든지 혹은 PPL을 통해 드라마에 제품을 자연스럽게 도출되도록 하는 마케팅 기법이다.

현상유지편향에 대해서 보다 근원적으로 따라 들어가다 보면 결국, 카너먼과 츠버스키가 얘기한 시스템 1과 시스템 2를 만나게 된다.

의사결정 과정이 복잡하여 깊게 사고하고 계산해내야만 하는 시스템 2의 상황에서 우리는 그 어려움 때문에 간혹 시스템 1처럼 행동하게 되는데, 현상유지편향도 그러한 결과로 생기게 마련이다.

너무 많은 선택지를 주어졌을 때 오히려 아무 선택도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마지막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처럼 현상유지편향은 다시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다른 개념과도 연결되어 있는데 이는 소유효과(Endowment Effect)와 전망 이론(Prospect Theory)이다.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전망 이론의 요지 중 하나는 현재라는 준거점을 기준으로 같은 양의 이익보다는 같은 양의 손실에 대해 더 크게 느껴진다는 것으로 준거점(reference point)과 손실회피현상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는 현상에 머무르거나 과거에 효과 있던 것에 대한 선호가 커서 이를 잃게 되는 상황에서는 상대적인 상실감의 크기가 훨씬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상유지편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서울 지자체 선거에서 실제로 우리의 정치적 편향에 따라 실제 후보자의 얼굴을 왜곡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이렇듯 인간의 마음과 행동에 관한 여러 현상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기에 행동경제학은 더욱 매력적인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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