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XP·인피니언 공급차질에 일본 공장 화재까지...부품 부족 심화
FT "재고량 이미 빠듯, 4월부터 생산타격 불가피"

 기아 광주공장 정문의 상징 조형물. [사진=기아 오토랜드광주 제공]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전세계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깊어지면서 현대차·기아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주요 공급사인 네덜란드 NXP와 독일 인피니언 등이 미국에 도래한 기록적인 한파로 공장 가동을 원활히 하지 못한 데 이어, 다른 완성차 기업들과 부품 총력전을 벌여야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주 마이크로콘트롤유닛(MCU)를 대량 생산하는 일본의 르네사스까지 화재로 공장 가동을 멈추면서 상황은 더 악화됐다. MCU는 자동차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현대차·기아가 '4월의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확보해둔 부품 재고량이 점점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 한정된 물량, 늘어나는 車기업의 러브콜

지난 19일 새벽, 르네사스의 일본 이바라키현 소재 나카 공장에 불이 나 자동차 반도체 생산라인 일부가 피해를 입었다.

르네사스에 따르면 당시 MCU 제조라인의 도금 장비에 과전류가 일어나 불이 났고, 공장 1층 면적의 약 5% 이상이 훼손됐다.

이에 르네사스의 고객사들은 신음을 쏟아내고 있다. 도요타자동차, 닛산자동차, 혼다 등 현지 기업들은 파장의 크기를 알아보기 위해 정밀조사에 착수했고 포드, 폭스바겐 등은 미완성 차량에 반도체가 입고될 때까지 기약없이 대기할 예정이다.

이러한 악재에서 현대차·기아 등 국내 기업들도 자유롭지 못하다.

비록 현대차와 기아는 르네사스가 아닌 NXP·인피니온·ST마이크로 등으로부터 주요 물량을 납품받고 있지만 전세계 모든 기업들이 부품 총력전에 뛰어든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공급사가 만들 수 있는 물량은 한정적인데, 이를 나눠먹을 기업들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부품 구매 가격 상승도 피할 수 없다.

주요공급사인 NXP와 인피니언의 미국 공장의 일부가 이제서야 재가동에 돌입한 것도 문제다.

24일 EE타임즈에 따르면 양사의 텍사스 공장은 지난달 15일(현지시간) 셧다운된 이래 이번주 일부 시설의 가동을 재시작했다.

조센 하인백 인피니언 자동차부서 총괄은 "재가동이 실행되어 기쁘지만 고객들의 요구사항을 완전히 충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화재가 일어나기 전 일본 르네사스 나카 공장의 모습. [사진=르네사스 제공]

◇ "이미 반도체 재고 동 났다"...다음달부터 생산감축 불가피

때문에 업계에서는 현대차·기아가 4월부터 생산 타격에 직면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해 부품 재고를 많이 쌓아둬 이달까지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하겠지만, 이마저도 바닥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24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은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을 인용하며 "현대차와 기아는 부품 재고를 확보했지만 다음달부터는 상황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라고 말했다.

FT가 인용한 업계 관계자는 "재고량은 이미 빠듯(tight)하다"며 "다음달부터 생산에 지장이 있을 예정"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현대차는 지난 12일부터 5일간 쏘나타의 생산라인이 있는 아산공장 가동을 멈췄고, 기아도 비인기 모델 생산라인의 주말 특근을 없앴다.

회사 측은 이러한 조치들이 자동차 구매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노조 관계자들은 남은 반도체를 잘 팔리는 주력 모델에 투입하기 위해 전략을 다각화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편 현대차와 기아는 반도체 부족 현상이 수개월간 지속되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대변인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회사는 공급 조건에 따라 생산을 최적화하기 위해 신속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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