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도 '디지털 수집품' 시대...루스 칼럼니스트 "NYT의 170년 역사의 한 부분을 소유하는 것"

6억3000만원에 팔린 뉴욕타임스(NYT)의 칼럼.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신문을 읽는 사람들의 수는 해를 거듭할 수록 줄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종이신문 구독률은 6.3%로 역대 최저치를 찍었다.

이에 국내외 언론사들의 고민은 깊어졌다. 디지털 플랫폼을 애용하는 독자들이 무료로 기사를 열람하는 성향이 점점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 6억원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기사를 판매한 언론사가 있다. 바로 '이 칼럼을 블록체인으로 사세요!'라는 기사를 판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NYT 경제면에 실린 해당 칼럼이 56만달러, 한화 약 6억3000만원에 판매됐다고 말했다.

A4 5장 분량의 글이 수억원대 가격에 팔릴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NFT(대체불가토큰) 기술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해당 칼럼을 작성한 기술 칼럼니스트 케빈 루스는 "기자들이라고 NFT 유행에 참여하지 못할 이유가 있나"라며 "예술가나 음악가처럼 기자도 자신의 작품을 디지털 수집품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NFT는 비트코인 등 잘 알려진 암호화폐처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콘텐츠에 고유한 인식 값을 부여한 것이다.

최근 NFT를 일종의 수익 모델로 채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례로 트위터의 잭 도시 최고경영자(CEO)의 트위터 게시글이 NFT 기술과 만나면서 290만달러(약 32억7000만원)에 판매했다.

NYT도 이러한 흐름을 정확히 읽어냈다. 루스 칼럼니스트는 "칼럼에서 판매 홍보를 하는 것은 금지지만 이 칼럼은 제외다"라면서 "나는 칼럼 '그 자체'를 판매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블룸버그는 NYT의 사례에 따라 저널리즘의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기사가 기자 개인의 작품으로 인정 받으면서 투자자들이 이를 일종의 수집품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케빈 루스 칼럼니스트는 25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NFT 기술이 접목된 칼럼이 최종 낙찰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사진=Kevin Roose 트위터 캡처]

뉴욕타임스는 그동안 새로운 시도를 거듭하며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에 꾸준히 맞서왔다.

NYT는 2018년부터 "종이신문은 머지않아 사라질 것"이라 전망하며 디지털 구독 유료화, 빅데이터 기반의 기술적 대응 등 운영 방향을 재구축하며 수익을 끌어올렸다.

업계는 NYT가 단순히 콘텐츠를 다양화하는 데 주력한 것이 아닌, 저널리즘 정의를 재정립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에 NFT 기술을 활용해 칼럼을 판매한 것도 기사에 대한 정의를 다시 세우고자 하는 일종의 시도로 풀이할 수 있다.

루스 칼럼니스트는 "당신은 역사의 한 조각(piece)를 소유하게 되는 것"이라며 "이것은 NYT의 170년 역사에서 가장 첫번째로 나온 NFT 기사"라고 말했다.

이에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도 구독료를 비트코인으로 받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며 이를 기념할 만한 타임지 표지를 NFT로 발행하겠다고 나섰다.

한편 이번 경매에서 칼럼을 구입한 낙찰자는 NYT로부터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루스는 "NFT 경매에서 이길 경우 당신은 고유한 디지털 수집품인 '토큰'을 받을 수 있다"며 "귀하의 이름과 소속, 그리고 사진 등이 후속기사에 등장할 것이며 원하는 경우 익명 유지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NYT에 따르면 이번 경매에서 칼럼을 구입한 낙찰자는 '파진'이라는 이름을 가진 NYT 수집가로 약 350개의 이더리움을 투입했다.

칼럼 판매 수익은 암호자산 거래 수수료 15%를 뗀 후 NYT의 자선 기금에 기부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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