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차 정기주총서 ITC판결·합의금 두고 "수용할 수 없다" 기조 재확인
LG화학 25일 주총서 "엄정하게 대처할 것"...바이든 거부권 행사 앞두고 신경전 팽팽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SK이노베이션이 정기 주주총회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의 배터리 분쟁에서 쉽게 물러나지 않겠다는 강경한 기조를 유지했다.

26일 SK이노베이션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영업비밀 침해 본질을 판단하지 않았다며 LG에너지가 요구하는 협상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전날 LG화학이 자사 주총 자리에서 "합당한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불합리하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한 것이다.

LG에너지에 따르면 현재 양사 간의 합의 금액 격차는 '조 단위'다. LG 측은 ▲실제 입은 피해 및 부당 이득 ▲미래 예상 피해액 ▲징벌적 손해배상 ▲변호사 비용 등 크게 4가지를 기준으로 삼으며 기술가치 중요성을 강조하는 상황이다.

이날 주총에서는 패소 판결이 나온 ITC의 최종 결정에 대해 유감을 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명영 SK이노 이사는 "ITC가 영업비밀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문서관리 미흡을 이유로 사건의 본질인 영업비밀 침해 여부에 대한 사실관계를 판단하지 않은 채 경쟁사의 모호한 주장을 인용한 점은 매우 안타깝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최근 LG에너지의 배터리가 탑재된 코나 전기차(EV)에서 잇단 화재가 일어난 것과 자사 제품의 안전성을 강조하는 발언도 나왔다.

이명영 이사는 "당사의 배터리는 지금까지 한 번도 발화 사고가 나지 않는 등 안정성과 품질 측면에서 차별적 경쟁력을 인정받아 왔다"며 "앞으로도 남아있는 법적 절차에서 주주와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을 종합해봤을 때 조 바이든의 거부권(비토) 시한인 4월 11일까지도 양사가 쉽사리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김준 SK이노 대표이사 총괄사장은 미국 출장으로 주총에 참석하지 못했다. 김 총괄사장은 미국 정관계 인사 등을 만나 ITC 결정을 뒤집기 위해 설득 작업에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동섭 SK이노 배터리사업부 대표는 '배터리 사업 분사 계획'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검토하고 있지만 정해진 것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바이든이 비토권 카드를 꺼낼 가능성에 대해서는 "죄송하다"며 답변을 피했다.

한편 SK이노의 주주총회에서는 재무제표 승인과 김정관, 최우석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 등이 모두 통과됐다. 기업가치 제고 차원에서 김준 대표이사와 김유석 배터리마케팅 본부장 등 일부 임원에게 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또한 올해 회사의 정체성인 '뉴(new) SK이노베이션'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성도 수립됐다. SK이노는 포트폴리오와 자산구조를 친환경 중심으로 혁신해 에너지·소재 중심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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