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성과보다 기업의 '미래 경쟁력' 더 잘 예측해주는 지표 역할
낮은 수익성과 자금조달 해결 위해 정부·금융업·기업 간의 협력 필요

[사진=픽사베이]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바야흐로 탄소중립 시대다. 글로벌 기업들이 잇따라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환경 보호 기조가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까지 난항이 많다는 점이다. 당장의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것은 물론, 기존에 쌓아온 포트폴리오까지 재정립하면서 그만큼 자금도 많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기업 경영진들은 저탄소 사업을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다만 이들은 사업 모델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탄탄한 금융 지원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26일 SC제일은행의 모기업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은 '탄소중립보고서-제로노믹스'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기업과 250명의 임원(고위 경영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내용을 공개했다.

보고서는 먼저 기업과 경영진들이 탄소중립 사업을 전개하며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설명했다.

조사 결과 대다수의 기업이 탄소중립 사업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단기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77%는 기존에 진행하던 사업 모델을 포기하는 대신 저탄소 계획을 세워 미래 수익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답했다. 보고서는 "기업들이 조직 전환에 필요한 작업이 그만한 가치가 있을지 끝없이 묻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탄소중립 전환에 쓰이는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조사 대상 기업 중 52%는 이제까지 자신들이 이끌어왔던 프로젝트 중 탄소중립 사업이 가장 돈이 많이 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79%의 경영진들은 2050년까지 필요한 자본금을 끌어올리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답했다.

때문에 경영진 중 55%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향해 사업 모델을 빠르게 전환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중 가장 큰 장애 요소는 '금융 지원'(비용 조달)이었다.

이러한 상황이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점점 까다로워지는 투자 기준이 꼽혔다. 기업에게 있어 투자금은 친환경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수 있는 핵심 역할을 한다.

보고서는 각 기업들이 저탄소 시대에 얼마나 많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투자자들에게 입증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해석했다.

이에 중단기적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52%의 기업들이 탄소중립 전환 시한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환경보호는)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지만 탄소중립은 장기 프로젝트"라며 "기업이 장기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다수의 기업들은 탄소중립 전환에 필요한 자금난을 호소하며 최소 10년 이상 목표 시한을 늦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다수는 2040년과 2050년 사이에 관련 친환경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사진=스탠다드차티드 제공]

그래도 이들 중 다수는 탄소중립 사업이 장기적인 차원에서 회사의 리더십을 증명해주는 프로젝트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기업의 2/3은 회사의 넷제로(net-zero) 전략이 과거 재무 성과보다 기업의 성공을 더 잘 예측해주는 지표로 보고 있다"며 "최고경영자(CEO)들이 기후 리더가 된다면, 탄소중립을 향한 길이 닦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당장 도래한 어려움들이 있더라도 기업이 주축이 되어야만 탄소 저감이 가능해진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러한 전세계의 기조에 적극적으로 중장기적 친환경 사업에 나선 글로벌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례로 자동차업계의 재규어·랜드로버와 포드, 폭스바겐 등은 전기차 전환을 가속화해 생산과 판매 전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없애겠다고 선언했고 국내에서는 포스코와 SK그룹 등이 계열사별 주력 사업에서 친환경 모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응답자 중 81%는 표준화된 탄소중립 평가체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가 및 기업마다 다른 정의, 표준화되지 않은 평가 방법 및 체계, 공시·보고 요건 등이 사업을 전개하거나 투자를 받을 때 큰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빌 윈터스 SC그룹 회장은 "탄소중립 전환에 성공하려면 기업, 소비자, 정부, 규제당국, 금융업계가 지속 가능한 솔루션, 기술, 인프라 개발을 위해 긴밀하게 협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의도는 지속가능한 변화를 향한 첫걸음"이라며 "강한 말을 용기있는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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