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투자 ‘실익 없어 단기적으로는 가능성 낮아’

최근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의 배터리 내재화 작업이 활발한 가운데 현대차그룹의 배터리 자체 생산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사진=현대차]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직접 조달을 위한 내재화 움직임이 분주한 가운데 현대차그룹의 배터리 직접 생산 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

폭스바겐을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셀을 자체 생산하거나 합작법인 설립을 통한 수직계열화로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내재화 움직임은 전기차 가격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절반(전기차 1대당 배터리 가격은 평균 2200만원)을 차지하고 있어 앞으로 전기차 시대가 도래 했을 때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 중 독일 폭스바겐과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등은 본격적으로 배터리 자체 생산을 준비하고 있고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 테슬라도 배터리 자체 생산시설 건립에 매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토요타는 전기차에 사용되는 리튬이온배터리 대신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전고체 배터리를 2025년부터 양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렇다면 현대차그룹도 이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처럼 배터리 내재화 작업에 나설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폭스바겐으로 촉발된 완성차의 배터리 내재화 이슈는 현대차그룹으로 확산될 수 있는 전망은 단기적으로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하나금융투자의 송선재 연구원은 최근 ‘현대차그룹도 배터리를 생산할까?’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이미 독자 생산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밝혀왔다”며 “대규모 투자금과 높은 생산 효율성이 요구되는 전면적인 배터리 제조에는 당장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송 연구원은 또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2월부터 수차례 일관되게 두 가지를 밝혀왔다”며 “첫째는 현재 주요 배터리 생산업체들과 긴밀한 협력을 진행,강화 중이라 독자 생산의 필요성을 아직 못 느끼고 있고, 둘째는 2025년 이후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시범 양산하고 2027년 양산준비 후 2030년 경 본격 양산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특히 송 연구원은 현재 주력인 리튬이온 배터리를 현대차가 직접 제조에 나서도 실이익이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판매는 2025년 94만대로 예상된다.

이를 기준으로 현대차그룹의 배터리 구매량과 구매액을 추정할 경우 2025년 연간 59GWh, 5.9조원이다.

2021년~2025년 누적 전기차 판매는 309만대, 누적 배터리 소요량은 179GWh, 총 예상 구매액은 19.9조원이다.

송 연구원은 “배터리 직접 제조를 통해 5% 금액을 절감한다고 가정하면(주요 배터리제조업체들의 영업이익률), 절감할 수 있는 비용은 2025년 연간 0.3조원, 2023년~2025년 0.7조원 정도로 추산된다”며 “59GWh 생산능력을 갖추기 위해 5.9조원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GWh당 1,000억원 소요 가정)에서 연간 투하자본수익율(ROIC) 5%는 만족스러운 투자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송 연구원은 이어 "2030년 기준으로는 연간 배터리 구매량과 구매액은 169GWh, 11.8조원, 직접 제조시 절감가능금액은 0.6조원(2023년~2030년 누적 3.1조원), 연간 ROIC 3%대의 투자가 된다"며 "선발 배터리 제조업체들의 기술력,생산성,노하우,규모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단가인하 능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점과 2030년 이후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가 상용화될 경우 기투자 설비의 효용성이 하락할 수 있다는 점도 현대차 그룹의 직접 배터리 제조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또 배터리 내재화 후 문제가 발생할 경우 잠재적인 리콜비용도 상승한다는 점 등도 고려 대상이라는 것이다.

송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은 배터리셀 이외에도 투자할 곳이 많다”며 “자율주행, 모빌리티를 위한 SW/서비스 구축 및 기술을 습득해야 하고, 수소차/UAM/로봇/PBV 사업들도 확대해야 하는데 배터리셀 직접 제조로 인한 단가인하폭과 실익을 확실히 담보할 수 없어 가용자원을 분산하는 의사결정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대형 배터리 제조업체 3사가 포진한 한국이라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배터리 수급 및 가격협상에서 다른 완성차 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를 활용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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