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올해 K콘텐츠에 5500억 투자...한국 OTT 시장 주도권 확보
웨이브, 1조 규모 콘텐츠 투자...KT '스튜디오지니' 중심 콘텐츠 개발
SK브로드밴드·카카오엔터 제휴 등 플랫폼 동맹 시도

[일러스트=연합뉴스]
[일러스트=연합뉴스]

【뉴스퀘스트=이태웅 기자】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가 본격적으로 몸집 키우기에 나섰다.

국내 OTT 시장에서 넷플릭스가 압도적인 점유율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 'HBO맥스' 등 다른 글로벌 OTT 업체들도 한국 시장 진출을 검토중이다. 

국내 OTT 시장에서 '글로벌 공룡' 기업들과의 경쟁을 앞두고 토종 OTT 업체들은 콘텐츠 투자 확대와 이종업계와의 협력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등 반격에 나서고 있다. 

◇ 글로벌 OTT 업체의 판 굳히기...넷플릭스 올해 K콘텐츠에 5500억 투자

국내 OTT 점유율 1위인 넷플릭스는 지난달 25일 "올 한 해 동안 5억 달러(약 5540억원)를 한국 콘텐츠에 투자하겠다"고 밝히며 주도권 강화에 나섰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가 발표한 '국내 OTT 앱 시장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달 넷플릭스 월 사용자수(MAU)는 1001만328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내 OTT 플랫폼 상위 2개사인 웨이브(394만8950명), 티빙(264만9509명)을 합친 것보다 많은 규모이다.

넷플릭스는 투자뿐만 아니라 콘텐츠 제작 기반을 다지기 위해 스튜디오 2곳을 마련하는 등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넷플릭스에 이어 '디즈니플러스' 등 해외 OTT 기업들도 연이어 한국 시장 진출을 예고했다.

루크 강 월트디즈니 아태지역 총괄 사장은 지난 23일 “올해 안에 디즈니플러스의 한국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SK텔레콤 제공]
박정호 SK텔레콤 대표는 지난 25일 주주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디즈니플러스와의 협력 가능성을 일축했다. [사진=SK텔레콤 제공]

◇ 위기의 토종 OTT...콘텐츠 투자 확대와 이종산업 연합으로 반격

해외 OTT 기업들이 한국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위기를 느낀 토종 OTT 업계는 공격적인 콘텐츠 투자 확대와 다른 플랫폼과의 동맹으로 반격의 실마리를 모색하고 있다.

29일 OTT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지상파3사의 합작으로 출범한 '웨이브'는 2025년까지 1조원 규모의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웨이브의 대주주인 SK텔레콤도 1000억원에 달하는 추가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 같은 투자 규모는 국내 콘텐츠 업계에서 최대 규모이다.

웨이브는 지난 2019년 출범 당시 2023년까지 3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를 고려하면 추가로 7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것이다.

특히 박정호 SK텔레콤 대표는 지난 25일 주주총회 직후 디즈니플러스와의 제휴 가능성에 대해 묻는 질문에 "디즈니는 웨이브를 경쟁자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웨이브는 콘텐츠 부문에 공격적인 투자로 자체 경쟁력을 확보해 해외 OTT 기업과의 경쟁을 준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앞서 '시즌'을 운영하고 있는 KT도 자사의 콘텐츠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콘텐츠 생태계 마련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구현모 KT 대표는 'KT 스튜디오지니'를 출범하며 본격적으로 콘텐츠 투자에 나서겠다는 전략을 공개했다.

KT는 2023년까지 국내 최대 규모의 콘텐츠 투자를 통해 원천 지적재산권(IP) 1000개 이상, 드라마 IP 100개 이상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구현모 KT 대표는 "얼마를 쏟아붓는 것도 중요하지만 설사 손실이 나더라도 얼마만큼 견딜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KT 콘텐츠 사업은 경쟁력 가질 수 있을 때까지 충분히 견딜 수 있고 그때까지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웨이브가 1조원대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만큼 KT의 투자 규모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CJ ENM과 JTBC가 합작한 '티빙'과 '카카오TV'도 각각 2023년까지 4000억원, 3000억원 규모의 투자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왓챠'는 지난해 말 36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한 것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콘텐츠 투자에 나설 계획이고, 쿠팡도 쿠팡플레이에 1000억원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구현모 KT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스퀘어에서 KT그룹 미디어컨텐츠 사업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
구현모 KT 대표가 지난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스퀘어에서 KT그룹 미디어컨텐츠 사업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기에 토종 OTT 기업들은 콘텐츠와 플랫폼의 경계를 뛰어넘는 다양한 동맹을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SK브로드밴드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제휴해 카카오TV 오리지널 콘텐츠를 SK브로드밴드 플랫폼을 통해 제공하기로 했다.

LG유플러스와 LG헬로비전, CJ CGV는 한국데이터거래소(KDX)와 미디어 데이터 얼라이언스를 출범했다. 

이들은 IPTV와 케이블방송, 극장 영화 등의 빅데이터를 향후 콘텐츠 제작과 기획, 편성 등에 활용해 기업 간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OTT 시장 규모만으로는 글로벌 서비스와 경쟁이 불가능하다"며 "대규모 투자를 통해 콘텐츠 경쟁력을 갖춰 해외 시장으로 진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궁극적으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투자와 함께 다양한 합종연횡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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