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배터리가 원재료로 재탄생...기술개발·외부협력·사업장 확대로 '블루오션' 사업 다각화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생산설비.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전기차 시장이 올해 눈에 띄게 급성장하면서 국내 배터리 강자들이 폐배터리에서 원재료를 꺼내 쓰는 재활용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배터리 부품을 폐기하는 과정에서 환경오염 물질이 발생한다는 비판을 해결하고, 늘어나는 전기차 수요만큼 커지는 폐기물 사업을 자사 경쟁력으로 승화하는 모습이다.

최근 눈에 띄는 성과를 낸 기업은 SK이노베이션이다.

SK이노는 29일 자사가 개발한 '배터리 금속 재활용 기술'이 미국 에너지부 산하 아르곤국립연구소로부터 온실가스 배출 저감 효과를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회사에 따르면 연구소는 '배터리 생애주기 평가'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금속 재활용 기술이 광산 등 자연에서 원료물질을 채굴하는 대신 폐배터리에서 재사용함으로써 온실가스 저감 효과가 크다고 평가했다.

SK 측은 해당 기술을 통해 폐배터리에서 리튬을 수산화리튬형태로 우선 추출하고, 니켈과 코발트, 망간 등 금속을 추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럴 경우 광산 채굴방식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온실가스 발생량을 74% 가량 감소시킬 수 있다.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 제조에서는 39~47% 가량 온실가스 발생량을 감축할 수 있게 된다.

이성준 SK이노 환경과학기술원장은 "보다 친환경적으로 배터리 양극재 원소재를 확보하고, 글로벌 환경 규제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배터리 산업 선두업체로 도약하겠다"라고 말했다.

앞서 SK이노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과 관련해 전·후방 밸류체인을 완성할 수 있는 '5R(Repar, Rental, Recharge, Reuse, Recycling) 전략 플랫폼'으로 BaaS(Battery as a Service) 체계를 국내외 파트너들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의 충북 오창 배터리 생산라인에서 연구원들이 배터리 셀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LG화학 제공]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외 기업과의 협력을 모색하며 친환경 폐기 로드맵을 구체화하고 있다.

지난 2월 LG에너지는 이차전지 소재기업 에코프로와 폐배터리 사업 활성화 손을 잡아 2024년까지 폐배터리를 공급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에코프로는 폐배터리를 공급받은 후 이를 재활용하는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 포항에 건설 중인 폐배터리 재활용 신공장은 오는 6월부터 가동에 돌입하며 연간 2만톤 규모의 폐배터리를 재활용한다.

뿐만 아니라 LG에너지는 호주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인 인바이로스트림과 함께 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현지에서 운영하고 있다.

LG에너지가 다 쓴 배터리를 수거해 인바이로스트림에 공급하면 이를 다시 복구해 배터리 원료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이같은 굴기는 최근 김종현 LG에너지 사장이 밝힌 경영 신조와도 닮아있다. 김 사장은 최근 "배터리 제조 뿐만 아니라 배터리 리스(대여)나 리유즈(재사용)에 필요한 사업 모델을 적극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삼성SDI도 폐배터리를 재활용 전문 업체를 거쳐 공정하고, 황산 코발트 등 원재료를 재생산하는 작업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은 향후 국내 뿐만 아니라 헝가리, 말레이시아 등 다양한 거점지에서 폐배터리 재활용 협력을 넓힐 계획이다. 앞서 LG와 협력관계를 맺은 에코프로와도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3사는 이와 같은 사업을 통해 친환경 미래먹거리인 전기차 배터리가 역으로 환경을 파괴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유독물질의 지정고시'에서 친환경차 폐배터리를 산화코발트·리튬·망간·니켈 등을 1% 이상 함유한 유독물질로 분류한다.

전기차 등 친환경 자동차의 배터리가 외부에 노출이 될 시 화재와 폭발, 급성독성 및 수생 환경에 유해한 물질을 뿜어낸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앞으로 국내 배러티 3사가 자사 경쟁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환경 문제에 더욱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최근 "앞으로의 시장은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는 것에 방점을 둘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사진=삼성SDI 제공]

한편, 늘어나는 전기차 수요에 '블루오션' 폐배터리 시장은 계속해서 가파른 상승세를 탈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제조사 뿐만 아니라 현대차 등 완성차 기업도 배터리팩을 에너지저장장치(ESS)로 다재사용하는 등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기차 배터리 주기는 짧으면 5년, 길면 10년이기 때문에 가까운 시일 내에 폐배터리 양이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리포트링커는 오는 2030년까지 글로벌 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연평균 18.3%씩 늘어날 것으로 관측했다.

국내로 시야를 좁혀도 사업 전망은 나쁘지 않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20년 4700개에 불과했던 국내 전기차 폐배터리가 2030년 8만개 규모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경부와 자동차자원순환협회도 조사 결과 전기차 폐배터리가 2025년 1만개, 2040년 245만개(누적기준)로 폭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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