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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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서울시장 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물론, 같은 날 치르는 다른 지역 선거들도 있지만 내가 살고 있는 서울시에 조금 더 관심이 가는 건 사실이다.

최근 들어 행한 모든 여론 조사에서는 야당 후보가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몇 년간 치러왔던 선거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그러다 보니 야당이 여당에게 했었던, 그리고 보수가 진보에게 해왔던, 그래서 조지 레이코프가 그렇게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라고 외쳤던 그 프레임을 여당이 야당에게 씌우고 있다.

여당 후보는 야당후보에게 내곡동 프레임을 씌우고 있으며, 야당 후보는 (레이코프의 말에 따르면) 그 프레임에 반응을 하지 않으면 되는데 어느 날 갑자기 후보사퇴 운운하면서 그 프레임 속으로 자진해서 들어가 버렸다.

그 순간, 몇몇 야당의 선거 전문가들은 왜 굳이 반응을 했지라고 하면서 안타까운 탄식을 던졌던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이 프레임은 두 차례 TV 토론을 거치면서 보다 더 굳건해졌는데, 앞으로의 관건은 야당후보가 이 프레임을 찢고 나올 수 있는지, 그리고 많이 밀리고 있는 여론을 여당이 조직의 힘으로 뒤집을 수 있는지가 될 것이다.

앞서 언급한 조지 레이코프가 맨 처음 책을 폈던 시기는 2004년이다.

그리고 10주년을 맞아서 전면 개정판을 냈던 해가 2014년이다. (원서 기준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약 2년 뒤에 출간했다)

매년 세상이 급속도로 바뀌어 가는데 과연 7년 전 출간한 그 책의 핵심이 아직도 유효한가?

많은 내용들이 유효하겠지만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입소문, 내러티브, 네트워크 등이 레이코프의 시선으로 선거를 바라볼 때 간과하고 있는 키워드다.

우리가 이번 코로나사태를 겪으면서 전염이 불러오는 무서운 현상들을 직접 목격했다.

그리고 일련의 학자들은 전염이 전개되어 가는 과정을 수학적으로 풀어내고 그 원리를 다른 사회 현상에 도입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02년 월드컵의 감흥이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을 때, 한편에서는 바라바시라는 교수가 쓴 링크라는 책이 출간되어 사람 간 연결에 대한 연구를 포함하고 있는 네트워크 과학을 소개했었다.

그 후 2000년대 중반에 페이스북, 유튜브 등이 설립되고, 2007년에 최초의 아이폰이 선보였으며 2010년이 되서야 인스타그램이 설립되었는데 그 이후의 세상은 책이 나왔던 2002년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되었다.

2010년대의 세상에서는 사람 간 네트워크가 태동한 2000년대의 세상과는 다르게 사람 간 네트워크가 사람을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금 전에 언급했던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은 자신들만의 알고리즘을 통해서 사람 간 소통을 매개해 주고 있고, 이는 아이폰과 같은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가능하게 되었으므로 바야흐로 네트워크 시대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보다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네트워크를 지배하는 자가 사람의 생각과 행동에까지 영향을 주는 시대가 되었기에 사람이 항상 합리적이지는 않고 편향에 따른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우리 행동경제학에서도 네트워크에 대한 연구를 점점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끼치고 편향된 사고를 하게끔 매개체가 바로 네트워크이기 때문이다.

바이러스가 퍼져나가는 현상은 사회 네트워크에서 입소문이 퍼져가는 현상과 매우 유사하다.

따라서 전염병 관련 여러 역학 모형을 참조할만한데, 대표적인 것이 지난번에 소개한 S-I-R 모형이다.

S는 감염대상군, I는 감염군, R은 제거군을 의미하며 질병 확산 시 각각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조사하여 환자의 증가와 감소를 예측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

또, SIR 모형에서는 모든 전염병이 최초에는 상승했다가 마지막에는 하락하는 마치 정규분포와 유사한 언덕모형을 가정한다.

질병에 걸리지 않은 어떤 사람들이 질병에 걸린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아 주변 환경이 안전해지고, 질병에 걸린 일부 사람들은 회복해서 면역력을 갖게 되므로 감염군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마지막에는 감염대상군가 제거군만 남게 된다.

입소문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사람이 페이크뉴스에 감염되지는 않는다.

실제로 몇 개의 입소문이 통하지 않는 환경이 조성되면, 그 입소문을 믿지 않는 집단과 입소문을 믿었다가 면역력이 생겨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 집단이 다수가 되면 결국 아주 극소수의 페이크뉴스를 믿는 집단만 남게 될 것이다.

코로나19와 같은 특정 질병에 대한 집단 면역이 생기듯이 특정 입소문 집단면역이 생겼다고 볼 수 있겠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프레임 전쟁이기도 하지만 프레임을 전달하는 네트워크의 전쟁이기도 하다.

2010년까지는 프레임이 더 큰 힘을 발휘하는 전쟁이었지만 2010년대 이후에는 프레임과 네트워크가 같이 힘을 발휘하는 전쟁이다.

네트워크에 대한 연구는 아직도 갈 길이 먼 분야라서 무엇 때문에 촉발되고, 어떤 계기로 작은 소문이나 사실이 입소문이라는 열차에 올라타게 되며, 어떤 입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어떤 소문은 무엇 때문에 잦아들고 있는지 등 여러 질문에 대한 정답이라 할 만한 연구결과가 정립되어 있지는 않다.

다만, 네트워크 과학을 받아들여 인간의 행동을 규명하는 것이 행동경제학의 또 다른 숙제 중 하나라는 사실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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