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스마일게이트·한컴 이어 웹젠도 설립 움직임
업계 근속기간 증가·성과급 불만 등 원인
게임·IT 노동자 설문조사 결과 "노조 없는 곳에서 문제 심각"

하늘에서 본 판교 테크노밸리 [사진=연합뉴스]
하늘에서 본 판교 테크노밸리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이태웅 기자】 게임·IT업계에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바람이 불고 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비대면·언택트 수요가 급증하자 기업들이 이른바 '인력 전쟁'에 뛰어들면서 연봉 인상안을 발표하고, 복지 개선에도 나서고 있다.

하지만 다른 경쟁사와 기업 내 임원들에 비해 연봉과 성과급이 불공정하게 측정됐다는 직원들의 불만이 터져나오면서 결국 노조 설립으로 이어지고 있다.

◇ 평균 근속 연수 3년에서 4년으로 늘어...타 업종 노조 영향도 있어

그동안 게임·IT 업계에서 노조 설립은 없다시피 했다.

지난 2018년 게임 업계에 만연했던 크런치 모드(게임 출시 직전까지 고강도 근무 체제를 유지하는 근무 형태) 문화와 포괄임금제 등 업계의 가혹한 노동환경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노조를 설립했던 곳은 넥슨과 스마일게이트 등 뿐이었다.

무엇보다 게임 업계의 경우, 평균 근속 연수가 3년 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에 노조를 만들 인력이 부족했다.

게임 업계는 다른 업종에 비해 역사가 짧은 것은 물론 하나의 프로젝트성 업무가 많기 때문에 프로젝트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이직을 해서 근무 기간이 짧은 업종으로 꼽혀왔다.

실제로 각 게임사들이 발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게임 산업을 대표하는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등 '3N'을 비롯해 중견게임사들의 근속 연수는 2018년 기준 평균 3.57년에 그쳤다.

하지만 최근 개발, 서비스 등 인력들이 경쟁사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보상을 강화하면서 평균 근속 기간은 2020년 기준 4.25년으로 늘었다.

넥슨의 경우(자회사 넥슨지티 기준) 평균 근속기간이 2018년 3.92년에서 2020년 5.41년으로 늘었고, 웹젠 역시 2018년 4.4년에서 2020년 5.4년으로 1년 이상 늘었다. 기간으로 보면 엔씨소프트가 지난해 5.6년으로 가장 근속 연수가 길었고, 뒤를 이어 웹젠과 넥슨, 넷마블 순이다.

연봉인상과 복지개선 등의 움직임이 동력을 마련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여기에 최근 SK하이닉스에 촉발돼 산업 전반으로 확산된 성과급 문제와 관련해 각 기업 노조의 움직임으로 추가 보상을 얻어낸 성과 역시 업계에 영향을 미쳤다.

[자료=각 사 사업보고서]
[자료=각 사 사업보고서]

◇ 17년만에 부활한 '한컴' 노조...연봉 평균 2000만원 인상한 웹젠도

코로나19 여파로 게임·IT업계가 역대급 호황을 맞았지만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직원들은 결국 노조 설립에 나서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른 1세대 IT기업으로 꼽히는 '한글과컴퓨터' 노조가 17년만에 부활했다.

한글과컴퓨터 노조 측은 지난 23일 노조 설립 선언문을 발표해 출범을 공식화 했다.

회사가 지속적인 흑자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에게 열악한 근무 환경을 제공했다는 이유에서다.

노조 측은 "최근 수년간 업무 문화와 노동환경이 퇴보해왔다"며 "매년 그 강도를 높이기만 했던 매출 압박을 달성하기 위해 불가능에 가까운 일정에 따라야 했고, 포괄임금제라는 미명 하에 대가 없는 야간 근로를 강요받아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성원들의 이 모든 노력은 개개인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아니라 극소수를 위한 돈잔치로 돌아왔다"고 덧붙였다.

'뮤 아크엔젤'과 'R2M' 등을 서비스하고 있는 중견 게임업체 웹젠의 경우, 일부 직원들이 노조 설립을 준비 중이다.

웹젠은 이달 초 임직원들의 연봉을 1인당 평균 2000만원씩 인상하겠다고 사내 공지를 통해 발표했다. 

이는 올해 연봉과 인센티브, 전사 특별 성과급 200만원 등을 더한 수치로, 웹젠은 직원 개인의 직무·역량·성과·기여도 등을 고려해 차등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평균이었다는 점이다.

상당수의 직원들이 평균 수준의 10분의 1인 200만원의 인상 소식을 전해들은 반면 일부 임직원들에 성과급이 몰리면서 평균 2000만원이 산정된 것이다.

한컴과 웹젠의 노조 설립 움직임이 업계의 노조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지난해 11월 판교지역 IT·게임 노동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주52시간 초과 근무와 추가 보상 미지급 등 문제는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노동조합이 없을수록 심각하게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에 따르면 판교 테크노밸리에는 IT를 비롯한 1300여개의 기업에 6만5000여명이 종사하고 있고 이중 IT 기업은 65%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IT위원회는 "수만명의 노동자가 종사하고 있는 판교 테크노밸리에 정작 이들을 위한 지원시스템이나 인프라가 구축돼 있지 않다"며 이들 업계의 노조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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