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 메모리시장서 각축전...국가 지원 등에 업고 파운드리 늘리기도
정부 육성사업 한계 보이는데 삼성은 올해 투자·M&A 계획 '묵묵부답'

 [사진=픽사베이]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전세계에 펼쳐진 반도체 굴기에 진땀을 빼는 기업이 있다. 파운드리계의 강자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이들의 도전장을 받고 있는 기업은 '메모리 칩' 1강에 있는 삼성이다. 이는 최근 일주일 간 반도체 업계에서 일어난 주요 화두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인텔의 파운드리 재진출, 마이크론과 웨스턴디지털의 인수 작전, 그리고 바이든의 대규모 인프라 경기부양책까지 그야말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각축전이 펼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위협받고 있는 사업은 낸드플래시 메모리다. 공급 주축이 이미 확고하게 잡혀있는 D램과 달리, 낸드 시장에는 여전히 수십 곳의 업체들이 뛰어들며 공급 과잉 현상까지 계속되는 상황이다.

먼저 가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소식은 미국 메모리반도체 기업 마이크론과 웨스턴디지털이 일본의 낸드플래시 업체 키옥시아(전 도시바메모리) 인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두 회사는 300억달러(약 33조9900억원) 가치의 키옥시아를 인수해 낸드플래시 메모리 역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키옥시아는 스마트폰과 컴퓨터 서버 등에 들어가는 낸드플래시를 생산하는 업체로, 2018년 SK하이닉스와 베인캐피털 등이 참여한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에서 180억달러에 매각됐다.

주목해야할 점은 인수를 하겠다고 나선 두 회사의 덩치가 키옥시아보다 작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매출 기준 글로벌 낸드 시장에서 키옥시아의 점유율은 19.1%로 2위를 차지한 반면 웨스턴디지털과 마이크론은 각각 14.3%과 11.1%를 기록했다.

때문에 같은 기간 점유율 1위(33.4%)를 차지한 삼성전자를 따라잡기 위해 비슷한 성적을 내고 있는 기업끼리 합종연횡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낸드플래시 사업은 삼성전자를 선두로 키옥시아, 웨스턴디지털,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인텔, 기타(YMTC, 마이크로닉스 등)로 구성된 6강 체제지만 인수가 성사되면 4강 체제로 파이가 좁혀질 수 있다.

[사진=키옥시아 홈페이지 갈무리/연합뉴스]

여기에 국가와 기업이 협력해 파운드리 사업 자체에 도전장을 내미는 일도 계속 등장하고 있다.

인텔은 지난 24일 200억달러(약 22조6000억원)를 들여 미국 애리조나주 2곳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한다고 밝혔다. 파운드리 사업의 3강 체제에 다시 재도전하겠다는 의지다.

게다가 인텔은 미국의 바이든표 경기부양책 2탄의 최대 수혜를 받는 기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바이든 행정부는 올 하반기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시행해 반도체 산업에만 500억달러(약 56조원)를 투입한 뒤 자국 기업을 지원하고 해외 기업과의 공급망을 다시 재편할 계획이다.

게다가 미국은 자국 반도체 업체 지원으로 제조업 전체를 활성화시켜 중국을 견제한다는 큰 그림도 그리고 있다.

백악관이 오는 12일 열리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 대책 회의에 삼성전자를 초청한 것도 미국 내 투자 및 생산 유치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여기에 국가 차원에서 아예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겠다고 선언한 사례도 있다.

유럽연합(EU)는 2030년까지 180조원을 투자해 세계 반도체 제품의 20%를 유럽 공장에서 생산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목표는 삼성과 같은 아시아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0'으로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 함께 위협을 받고 있는 대만의 TSMC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기존 31조원 수준이었던 투자액을 늘려 앞으로 3년간 1000억달러(약112조7600억원)를 투입해 생산능력을 확대해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경쟁력을 키우겠다고 밝혔다.

펫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 [사진=인텔 제공]

반면 삼성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투자와 인수합병 등의 계획을 공식적으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재 삼성은 텍사스 오스틴, 애리조나, 뉴욕 등을 후보지로 놓고 미국 반도체 공장 신·증설을 검토하고 있으며 올해 의미있는 M&A를 단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나 아직까지 별다른 소식은 나오지 않고 있다.

때문에 주요 국가와 기업들이 '반도체 자립'과 '반도체 수급난'을 해결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지만 유독 한국만 조용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정부는 133조원 규모의 시스템 반도체 육성 지원을 발표했으나 정부의 직접 지원 대신 민간 투자라는 방식을 선택해 사실상 중장기적 효과를 내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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