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르노삼성·쌍용차 내수 판매 전년대비 23.8% 감소...르노삼성 -34.3% 기록하며 '슬픈 1등'
생산 감축에 법정관리까지 '산 넘어 산'...이항구 연구위원 "외환위기 버금가는 최악의 위기 상황"

외국계 완성차기업의 올해 1분기 국내 판매실적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쌍용자동차 평택출고센터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한국GM, 르노삼성차, 쌍용차 등 외국계 완성차 3사가 올 초부터 '첩첩산중' 사태에 직면했다.

반도체 공급난으로 인한 생산 감축, 법정관리 등의 악재가 도래한 가운데 3사의 올해 1분기 내수 판매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각 사 실적 자료와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업체 중 현대차와 기아를 제외한 외국계 완성차 3사의 올해 1분기 내수 판매는 총 4만3109대로 작년 같은 기간(5만6550대)보다 23.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매년 1분기 기준으로 놓고 봤을 때 외환위기였던 1998년(3만1848대) 이후 23년 만에 최소이며,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9년 1분기(4만7045대)보다도 적은 수준이다.

기업별로 따로 떼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1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기업별 판매 감소율은 르노삼성차(34.3%), 쌍용차(27.9%), 한국GM(8.9%) 순이었다.

이처럼 3사가 지독한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최근 도래한 악재가 소비자 우려를 키웠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들어 신모델 출시 소식이 없는 데다 악재로 인한 경영난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이들을 찾는 소비자 수가 급격히 줄고 있는 것이다.

먼저 전년 동기 대비 가장 큰 하락폭을 보인 르노삼성차는 작년에 출시한 모델들이 모두 저조한 성적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판매 대수는 1만3129대다.

지난해 11월 부분변경 모델로 출시된 QM6의 판매 성적은 작년 동기 대비 33.7% 감소한 7409대였고, XM3는 27.4% 감소한 4094대가 판매됐다.

작년 8월에 출시한 전기차 르노 조에는 150대 판매에 그쳤고, 같은 해 5월에 출시된 소형 SUV 르노 캡처는 399대가 팔렸다.

르노삼성차는 이 같은 저조한 성적을 뒤집을 만한 신차 출시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계에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심화되자 한국GM은 지난 2월부터 부평2공장의 가동률을 절반으로 줄였다. [사진=연합뉴스]

쌍용차의 상황도 비슷하다. 올해 1분기 판매 대수는 총 1만2627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7%가 넘는 감소율을 보였다.

특히 지난 2월에는 협력사의 납품 거부로 사흘밖에 공장을 가동하지 못하게 되면서 3000대를 밑도는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이후 3월에는 2월보다 61.1% 증가한 4306대를 판매했지만, 1분기를 통틀어서 코란도(2212대)와 렉스턴 스포츠(4391대)가 각각 42.5%, 37.2% 감소하는 등 모든 주력 차종의 판매가 작년보다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쌍용차는 법원에 회생 절차를 신청한 이후 법정관리 개시 수순에 돌입한 상황이다. 최근 투자자인 HAAH오토모티브로부터 투자의향서(LOI)를 받지 못한 것이다.

외국계 3사 중 비교적 낮은 감소율을 보인 한국GM도 어려움에 처했다. 

한국GM의 올 1분기 국내 판매량은 1만7353대로 작년 동기(1만9044대) 대비 8.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레일블레이저(4604대)와 이쿼녹스(500대)의 판매량이 각각 21.3%와 79.9% 증가했지만, 스파크와 말리부, 트랙스 등의 판매가 모두 감소하면서 전체 판매 실적을 끌어내렸다.

한국GM은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국계 완성차기업 중 반도체 공급난의 직격탄을 받은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현재 한국GM의 부평2공장은 지난 2월부터 절반만 가동하고 있다.

한국GM은 전기차인 볼트 EUV와 SUV 타호 등을 미국에서 수입한 뒤 국내에 선보일 예정이지만, 대량 판매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계 3사는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최악의 위기 상황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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