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아이폰 공개한 잡스도 자체 기술·제품 융합해 '휴대전화' 역사 다시 써
배터리·반도체·센서 및 소프트웨어 융합한 로봇 형태의 애플표 자율주행차 구상

[사진=AP/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자율주행 기술로 애플이 무엇을 하는지 두고 봐라."

5일(현지시간)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뉴욕타임스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숙원사업인 자율주행 전기차와 관련해 암시적 발언을 했다.

이날 팀 쿡이 강조한 단어는 여러 기술의 융합체를 뜻하는 '로봇'이었다. 그는 "자율주행차는 로봇"이라며 "자율주행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많다"라고 말했다.

이는 스티브 잡스 창업주가 2007년 최초의 아이폰을 공개하며 강조한 '통합(integration)'이라는 개념을 떠오르게 한다. 

당시 잡스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맥월드 행사에서 "노키아, 블랙베리, 아이팟은 세 가지 다른 기기가 아니다"라며 "이것은 한 개의 기기다. 우리는 이를 '아이폰'이라 부르겠다"라며 관중의 환호를 받았다.

이처럼 팀 쿡이 이끄는 애플에게도 이와 비슷한 사명이 있는 듯하다. 바로 기존에 있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을 결합한 일종의 로봇 형태의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다.

◇ 자율주행 심장부 배터리·반도체, 아이폰에 바퀴 단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자체적인 자율주행차를 출시하기까지 다소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에 들어갈 관련 기술을 충분히 확보해뒀다고 보고 있다.

첫째는 배터리다. 애플은 아이폰 출시 이래 맥북,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 제품을 다양화하면서 최적의 배터리를 만드는 데 주력해왔다.

5일 월트스트리트저널(WSJ)이 인용한 전문가들은 일제히 "애플이 전기차 배터리에 쓸 원재료는 리튬, 코발트 등"이라며 "이미 애플이 익숙해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동안 애플은 튼튼하고 오래 쓸 수 있는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 해당 원재료를 활용하는 작업을 반복해왔다. 더 많은 기술력과 노동 인력만 확보해 속도를 내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라고 WSJ는 설명했다.

여기에 반도체 내재화를 꾀한 것도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지난해 수십 년 동안 계속된 인텔과의 반도체 파트너십을 종결했다.

애플은 현재 직접 설계한 프로세서 'M1'을 자사 제품에 활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M1을 고성능 칩으로 확대 개발해 테슬라처럼 자율주행차에 이를 탑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율주행차 컴퓨팅 컨소시엄(AVCC)의 아르만도 페리에라 회장은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애플카를 언급하며 "핵심은 모든 기술을 어떻게 반도체에 넣느냐(squeeze)는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이 자체 제작한 프로세서 반도체 'M1' 콘셉트 이미지. [사진=애플]

◇ 증강현실 구현하던 카메라 센서도 적극 활용

애플은 이미 확보해둔 소프트웨어 기술도 애플카에 모두 탑재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대표적인 카메라 기술은 라이다(LiDar)이다. 현재 애플은 아이폰 12 프로 등에 증강현실(AR) 기능을 추가하기 위해 해당 센서를 활용하고 있다.

여기에 라이다는 수백 미터까지 떨어져 있는 물체를 감지할 수 있어 자율주행차에 반드시 필요한 카메라 기술로 꼽히고 있다. 

팀 쿡 CEO는 지난 2017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도 "자율주행 시스템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강조하며 카메라 센서 기술에 대한 경쟁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고도화된 차량에 필요한 인공지능 기술과 인력도 확보해둔 상태다. 애플은 지난 2019년 인공지능 연구소 출신이 설립한 자율주행 개발업체 드라이브닷에이아이(Drive.ai)를 인수했다.

실제 애플은 이러한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바탕으로 자율주행 전기차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팀 쿡 CEO는 이날 팟캐스트 인터뷰에서도 "우리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통합하고 '마법'이 일어나는 교차점을 찾는 걸 좋아한다"라고 자신했다.

이미 자체 소프트웨어를 전기차에 적용한 테슬라에 대한 극찬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테슬라는 전기차 분야에서 선두를 구축한 것은 물론 오랜 기간 그것을 유지하는 믿기 어려운 일을 해왔다"라며 "나는 테슬라가 이룬 것에 대해 많은 존경과 경의를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2007년 10월 열린 맥월드 행사에서 스티브 잡스 창업자는 당시 유행하던 '키보드 장착형 스마트폰'이 더 이상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사진=애플 유튜브 갈무리]

한편, 팀 쿡 CEO는 이날 애플카라는 이름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조만간 관련 계획을 공식화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팀 쿡은 "우리는 내부적으로 많은 것을 연구하고 있고, 그것 중 많은 것은 빛을 보지 못했다"라면서도 "그렇다고 빛을 보지 못할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애플은 올해 애플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외부 업체와의 협력도 다각화할 전망이다.

현재 애플의 가장 유력한 협력사로는 LG전자와 마그나 인터내셔널이 설립하는 합작법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가칭)'이 떠오르고 있다. 합작법인은 올 7월 공식 출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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