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핑포인트는 긍정과 부정 양면의 칼날 지녀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1969년, 하버드 대학교 경제학 교수 '토머스 셀링(Thomas Schelling)'은 자신의 논문을 통해 '티핑 포인트'란 개념을 소개한다.

'큰 변화는 작은 일에서 시작되지만 갑작스레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이 단어를 간단히 정리하면 '대전환점' 정도가 될 것인데, 우리 일상에서 적용해보면 '물이 100℃가 되어야 비로소 끓어오른다'는 명제에서 '100℃'를 티핑포인트로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티핑 포인트'는 2000년 역사학자 말콤 글래드웰이 저서 제목으로도 활용하며 마케팅에서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통상 소수 '선도자(innovator)'들이 성공하는 경험을 목도한 대중들의 동참에서 시작되며,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는 현 시점에 가장 맞는 현상이랄 수 있겠다.

스마트폰의 발명과 함께 티핑포인트는 기업들의 승리 방정식이 되어가고 있다.

TV/신문 광고들을 통해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이미지를 각인/주입하고 시장을 공략해가는 시대는 지났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손 안에 모든 세상이 펼쳐지는 가운데, 고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트렌디한 볼거리가 넘쳐난다.

모든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고객이 해당 내용을 보고 관심을 가진 이후, 제품과 서비스를 접하며 얻은 '성공'의 데이터들만 쌓인다면 티핑포인트는 무수히 만들어질 수 있다.

티핑 포인트의 구성 요소는 크게 3가지다.

앞서 언급한 소수의 선도자들에 시작하는 '소수의 법칙', 그리고 정보 수신자(넓게는 대중)의 기억 속에 고정되는 메시지의 '고착성', 그리고 해당 시점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온라인 시장의 발달 속에 몇년 전부터 생겨난 D2C(Direct To Customer : 소비자 직거래)란 비즈니스 유형은 코로나19란 상황을 호재로 맞이하며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가까운 예로, 올림픽 스타 손연재를 모델로 하며 급속도로 성장한 '커블'이란 제품이 있다.

과거에도 존재했던 '자세교정을 도와주는 의자 겸 방석'인 이 제품의 핵심 기술은 '착석시 골반을 모아주며 자연스럽게 허리를 밀어주는 지렛대 원리를 활용'한 것이지만, 실제로 이 정보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광고에는 그저 '평생 바른 자세를 만든다'는 말만 반복하고, 체조선수 출신의 모델이 제품에 꼭 맞는 자세를 보여준다.

여기에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 하에 재택근무, 집콕생활 등이 이어지며 집에서 모든 일상을 영위한다는 '레이어드 홈(Layered Home)' 트렌드가 만나 엄청난 성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티핑포인트 마케팅의 성공 뒤에는 부작용 역시 있다.

필자가 이를 동시에 겪은 회사와 브랜드를 찾는데 시간이 좀 걸렸지만, 불과 2달 사이에 티핑포인트의 롤러코스터를 탄 기업을 찾을 수 있었다.

지난 2016년 10월, '셀트루먼트'라는 스타트업은 반려견사료 브랜드인 '디어마이펫'을 론칭했다.

이름부터 반려견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던 브랜드명을 따라 제품명 역시 '애정사료'라고 지었고, 좋은 성분을 조합한 제품을 제조전문회사와의 협업을 통해 '제조자 개발생산방식(ODM, Original Design Manufacturing)'으로 선보였다.

이 제품의 가장 큰 장점은 영양성분과 함께 '기호성'에 있었다. 풍미 좋고 비싼 육류가 주가 된 사료였기에 반려견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었고, 이 기업은 이 특장점을 '티핑포인트'의 구성요소로 이용한다.

SNS 상에 올라온 영상을 본 견주들은 제품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다른 제품은 찾지도 않고 오직 '디어마이펫'의 제품만을 찾아 '식사'에 빠진 반려견들의 모습은 하나의 '밈(meme)'이 되는 분위기에 이르렀으며, 직접 찍은 체험영상들이 줄을 이었다.

2010년대 들어 1인 가구 비율이 늘어나며 급격하게 성장한 반려동물 시장 앞에 D2C 비즈니스에 기반한 자사몰을 운영했던 셀트루먼트의 제품은 날개 돋힌듯 팔려나갔고, 론칭 2달만에 반려견 사료 월간 판매 1위에 오른다.

기억 속에 남을만한 기호성 영상과 대중의 참여, 성장한 반려동물 시장과 온라인으로 손쉽게 제품을 구할 수 있는 여건. 여기까지 성공의 티핑포인트 조건이 완벽하게 갖춰진 사례였다.

필자가 생각한 티핑포인트 구성도. 3가지 요소들이 순차적으로 일어났을 때 티핑포인트가 일어날 수 있다.

그러던 중, 화끈한 성장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디어마이펫의 사료를 먹은 반려견이 갑작스레 죽었다'는 내용으로, 게시자는 실제 견주의 여자친구라고 자신을 밝혔다.

눈물샘 수술 과정에서 탈수 증상을 일으켜 반려견이 죽은 것이 팩트였으나, 수의사 문진과정에서 사료를 물어봤다는 이유로 해당 사료를 반려견 죽음의 원인으로 지목한 것이다.

내용상으로는 조금 앞뒤가 맞지 않을 수 있겠지만, 다분히 견주들의 감성에 호소한 메시지는 상당한 '고착성'을 보여줬다.

며칠 후, 또다른 '반려견 사망' 게시물이 올라왔다.

희귀병을 갖고 있던 반려견이 죽은 이유를 '1주일 전부터 먹인 사료' 문제로 지목한 내용이었고, 역시나 애매한 인과관계이었지만 반려견 보호자들 특유의 감성을 잘 파고든 내용이었다.

대중의 기억 속에 고정된 메시지를 던진 소수의 선도자, 그리고 반려동물 시장의 활성화로 인해 온라인 상에 생겨난 엄청난 견주들의 커뮤니티.

이번에도 티핑포인트의 3가지 조건이 완벽하게 갖춰졌다.

다만 앞서 언급한 부분은 급성장의 가도였으나, 이번에는 끝없는 추락의 전조였다.

갑작스런 상황들에 놀란 스타트업은 사과문을 발표하고 성분검사 및 환불/치료비 지급을 약속하지만, 이것은 또다른 '상황'을 만들어줬다.

초기 게시물들에서 언급된 증상인 혈변, 구토들을 한다는 반려견, 사망한 반려견들의 사례가 우후죽순처럼 접수됐다.

블랙컨슈머들이 활동할 '티핑포인트'가 마련된 것이다.

접수 사례들 대부분에서 당연히 진단서나 사망확인서 등 '증빙'은 없었고, 자료들을 요구한 스타트업 직원들은 전화나 SNS 상을 가리지 않고 폭언과 욕설에 시달렸다.

실제로 반려견을 키우지 않은 일부 '온라인 관종'들 역시 가짜뉴스를 생산하며 문제는 일파만파로 커져갔다.

사과문을 올린 지 3주 후, 성분검사 결과가 나온다.

포장되어 판매 중인 제품, 환불요청이 들어와서 수거된 제품, 공장에서 제조 중이었던 제품에 대한 6개 기관의 검사 결과, 놀랍게도 유해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

셀트루먼트는 검사 결과를 곧바로 올리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티핑포인트를 지난 대중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사료 업계에 야심차게 뛰어든 스타트업은 3개월 만에 비즈니스의 모든 흥망성쇠를 경험하고 폐업에 이르렀다.

뒤에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스타트업 대표는 폐업을 앞두고 억하심정에 초기 게시물들을 쓴 네티즌들에 대한 소송을 진행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해당 네티즌들은 벌금형을 선고받게 된다.

기록을 찾아본 결과, 맨 처음 '남자친구 반려견 사망' 게시물을 올린 네티즌은 내용 증명 요구에 어떤 답변도 하지 못했고, '희귀병을 앓던 반려견 사망' 게시물의 네티즌은 '객관적으로 확인된 바가 없다'는 답변을 남겼다고 한다.

어처구니 없는 결과였지만, 그만큼 티핑포인트의 효과는 강력했다는 결론만 남긴 채 수많은 스타트업이 그랬듯 회사는 사라졌다.'

여담으로, 퇴고 과정에서 수의사 일을 하는 지인과 잠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기사 내용을 공유하며 들은 반려견 사료 시장은 상당히 보수적인 분위기였다.

유명해진 사료회사들은 굳이 광고를 안해도 견주들이 알아서 제품을 찾고 잘 먹인다는 것으로, 신규 업체들의 진입이 굉장히 어렵다는 것이다.

요즘에야 코로나 시국으로 온라인 판매가 주를 이루다보니 소규모 유기농 사료제작자들이 많아져 성분검사표를 첨부하고 제조 인증을 받은 제품들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이름난 사료들은 별 걱정없이 먹일 수 있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티핑포인트의 법칙을 타고 급속도로 성장한 사료 스타트업과 부정의 티핑포인트를 시작한 인과관계 없던 게시물들.

그 너머의 진실이 무엇인지는 더 파악할 수 없었지만, 이 글을 빌어 사라진 스타트업에 심심한 위로의 글을 남겨본다.

/홍준의 시그니처 대표

 

※ 필자 홍준의 대표는 소주면 소주, 맥주면 맥주, 위스키에서 막걸리까지 술에 있어 청탁불문, 막힘이 없다.

첫 직장이었던 두산그룹에서 홍보업무를 맡으면서 내공을 주류 쪽에서 쌓았다.

이후 만 25년동안 한 순간도 주류 홍보업계를 떠난 적이 없다. 그래서인지 업계에서 그의 별명은 ‘주류업계의 주류(主流)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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