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부품 거래업체인 소스엔진 "특정 반도체 1달러→32달러 인상"
소규모 업체는 재고부족·가격 인상에 생산중단 조치

[사진=픽사베이]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자동차 업계에서 시작된 반도체 대란이 다른 시장에도 번지면서 전반적인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현재 컴퓨터와 전자제품 제조업체도 반도체 부족 현상으로 생산을 감축하거나 아예 줄이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례로 미국 HP는 '개인용 컴퓨터계의 거장'이라는 명칭과 달리 학교 등 교육기관에서 들어온 컴퓨터 주문량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HP는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주재한 반도체 화상회의에 참석해 설령 제품을 만든다 할지라도 반도체 가격이 올라 재정이 부족한 일부 학교들이 쉽게 구입하기 어려워졌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에서 촉발된 반도체 공급난은 전체 반도체 가격을 끌어올리는 촉매제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부품 거래업체 소스엔진에 따르면 기존 1달러(약1116원)에 거래되던 특정 반도체의 가격은 현재 32달러(약 3만5700원)까지 올랐다. 구체적인 제품명은 거론되지 않았다.

반도체 품귀 현상이 가시화된 시점이 지난해 12월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약 5개월만에 가격이 32배 뛴 것이다.

또한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3센트(약 33원)에 거래되던 한 콘덴서 제품이 시장에서 아예 사라지자, 이에 대체제로 떠오른 20달러(약 2만2000원)짜리 모뎀 가격은 10배 가까이 치솟아 200달러(약 22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그동안 공급난 현상은 주로 자동차업계에서 도드라졌다.

대표적으로 제너럴모터스(GM)는 인기 모델을 생산하는 미국과 캐나다 공장 가동을 내달 10일까지 중단한 상태다. 현대차 아산공장도 수급 차질로 오는 19~20일 이틀간 아산공장을 휴업한다고 밝혔다.

NYT는 이제 아마존과 보잉 등 반도체를 사용하는 모든 업계가 이 같은 공급 대란 영향권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특히 소규모 업체 같은 경우에는 자금이 부족하거나 시장 경쟁력이 작아 반도체를 먼저 선점하지 못해 생산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웹캠을 생산하는 미국의 스타트업 '와이즈 랩스'는 현재 재고가 없어 상품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앞서 회사는 고객들에게 '생산에 필요한 반도체를 3분의 1 밖에 확보하지 못했다"라고 공지하기도 했다.

이 같은 현상은 가전업계에도 십시일반 번지고 있다.

최근 중국의 대형 가전기업 메이디 그룹은 발표문을 통해 "제조업계의 반도체 공급은 중국 가전 산업에서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중국 스마트폰·가전 제조기업 샤오미도 최근 반도체 부품 가격 상승을 이유로 '샤오미 TV'와 '레드미 TV'의 가격을 조만간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당 제품은 저렴한 가격 대비 품질이 나쁘지 않아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올 하반기에 2조달러(2232조원) 규모의 인프라 경기부양책을 추진해 반도체 부족 현상을 진화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한편 주요국들은 이러한 품귀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총력전을 다하고 있지만 올해 하반기까지 사태가 진화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반도체를 주문한 뒤 공급을 받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기존 3개월에서 1년 이상으로 소폭 늘어났다.

NYT는 자동차, 컴퓨터·전자업계 관계자들을 인용하며 반도체 가격이 급등해도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막대한 가격을 지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자칫하면 반도체 제품 출하량 감소로 인해 조선업 등 다른 산업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소스엔진의 젠스 갬펄(Jens Gamperl) 최고경영자(CEO)는 "(공급 대란은) 이제 우리 왼쪽과 오른쪽, 그 어느쪽을 봐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라며 당분간 관련 업계들이 몸살을 앓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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