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영업이익 껑충...온라인몰·팝업스토어 등 전략 다각화로 2030세대 확보
업계 "올해 가격 인상 등 희소성 전략 심화...젊은 소비자 확보 못한 브랜드들 전략 변화 주목"

[사진=픽사베이]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대학생 이주연(24)씨가 친구와 약속이 있을 때마다 망설임 없이 집어 드는 것이 있다. 품절 대란 속에 어렵게 구매한 루이비통 버킷백이다.

이 씨는 "학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차근차근 모은 돈으로 최근 나를 위한 선물을 구매했다"라며 "이왕 좋은 가방을 사는 거, 더 오래 멜 수 있고 가치가 높은 제품을 택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비싸지만 브랜드 가치가 높은 명품을 사고자 하는 MZ세대(1980년~2000년대 초 출생)의 소비심리가 유통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특히 자신의 취향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플렉스' 문화가 확산하면서, 명품이 단순 사치품이 아닌 일종의 자산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익명을 요구한 명품업계 관계자는 "MZ세대에게 있어 명품을 구매한다는 것은 곧 '가치'를 구매하는 것과 같다"라며 "올해에도 고가 브랜드 사이에서 젊은 층을 공략한 마케팅이 뜨거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 '에루샤', 지난해 젊은 소비자 등에 업고 날았다

MZ세대의 명품 사랑은 지난해 주요 고가 브랜드의 실적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특히 젊은 소비층의 선호도가 높은 일명 '에루샤'(에르메스, 루이비통, 사넬)의 성장이 돋보였다.

루이비통코리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매출은 전년 대비 33.4% 증가한 1조468억원, 영업이익은 1519억원(176.7%)를 기록했다.

국내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1년 매출인 4973억원과 비교했을 때 9년 만에 실적이 2배 뛴 것이다.

특히 루이비통은 다른 브랜드와 달리 국내 매장이 30곳에 달해 젊은 명품 입문자들이 진입하기 쉬웠을 것으로 보인다.

소규모 생산 방식으로 고객의 '가치 소비'에 방점을 두고 있는 에르메스코리아의 국내 매출은 4191억원으로 전년 대비 15.8%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1334억원으로 15.9% 증가했다.

샤넬코리아는 3대 명품 중 코로나19로 면세점 쇼핑이 제한되면서 매출이 뒷걸음쳤다. 루이비통과 에르메스에 비해 면세 매출 비중이 큰 탓이다.

지난해 샤넬코리아 매출은 9296억원으로 전년대비 12.6% 감소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34.4% 증가한 1491억원을 기록하며 내실을 다졌다. 당기순이익도 1069억원으로 31.8% 늘었다.

3대 브랜드는 지난해 국내에서 총 2조40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냈다. 영업이익 합계는 4300억원이 넘는다. 

지난 3월 7일 서울의 한 백화점에 시민들이 북적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온라인 플랫폼·팝업 스토어' 전략 통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고가 브랜드가 젊은 소비자층의 니즈를 정확히 간파한 게 실적 상승세의 비결이라고 봤다. 

기본적으로 MZ세대는 소비 과정에서 가치와 재미를 동시에 추구하는 성향이 있다.

보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 명품업계가 그동안 20대 소비자를 대거로 끌어모으는 데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특히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과 같은 브랜드는 MZ세대를 잡기 위한 디자인 및 품질 변화와 브랜드 콜라보(협업) 등 혁신을 추구하며 젊은 입맛을 맞추는 데 주력했다.

일례로 정통성을 강조해왔던 루이비통은 지난해 서울 강남구 갤러리아백화점에서 미국 프로농구 NBA와 협업해 관련 팝업스토어를 열어 젊은 소비자를 끌어모았다.

온라인 몰로 가볍게 명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한 것도 묘수 중 하나였다. 

샤넬은 향수와 립스틱 등 코스메틱(화장품) 제품을 카카오톡 선물하기 서비스에 입점했고, 에르메스는 공식 온라인몰을 개점했다.

이러한 추세에 다른 브랜드도 온라인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는 등 젊은 소비자층 잡기에 나섰다.

지난해 2월 카카오가 '명품 선물' 테마를 확장하자 구찌·몽블랑·보테가베네타 등 글로벌 고가 브랜드들은 대거 입점을 선언하며 젊은 소비층 확대에 나섰다. 

평소 도도한 이미지로 인기가 높은 프랑스 브랜드 발렌시아가도 지난해 일본 산리오의 헬로키티와 콜라보 한 가방과 카드지갑 제품을 선보였다.

발렌시아가가 지난해 선보인 헬리키티 미니 지갑. [사진=발렌시아가 홈페이지 갈무리]

이에 '리셀' 시장도 덩달아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리셀은 스스로 '자산'이라 판단한 제품을 되파는 행위로, 최근 MZ세대들 사이에서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편 20대 젊은 소비자까지 고가 명품 시장에 입성하면서 가격 인상, 공급 조절, 매장 최소화 등 고가 브랜드의 희소성 전략은 올해에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루이비통은 올해 세 차례 가격을 인상했고, 이러한 소식을 들은 일부 젊은 소비자들은 이달 14일 샤넬을 구매하기 위해 백화점 '오픈런' 사태를 빚기도 했다.

오픈런은 아침 일찍 기다렸다가 백화점이 열자마자 원하는 매장에 들어가 제품을 빨리 구매하는 것을 뜻하는 용어다.

명품업계 관계자는 "명품은 예로부터 가격이 높을수록 더 잘 판매되는 특징이 있다"라며 "MZ세대까지 잡은 일부 고가 브랜드는 저마다 몸값을 높이는 등 희소성 전략을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젊은 소비층을 잡지 못한 브랜드와, 이미 숙제를 끝마친 브랜드 간의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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