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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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장하늘 자유기고가】 코로나 이전 우리의 술문화는 직장인들을 힘들게 만들었다.

회식이 있는 날이면 1차, 2차, 3차로 이어지기 일쑤고 늦은 밤 노래방까지 가서야 모임을 파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팀원 중 대다수는 1차로 끝나는 음주 문화를 원했지만 일행중 한두명이 바람(?)을 잡으면 다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모두가 따라야했다.

특히 그 한두명이 해당 부서의 팀장인 경우이면 늘어나는 차수를 피할 방도가 없었다.

단합이라는 명목아래 구성원들의 의지와는 상반되게 업무와 상관없는 그런 모임은 자주 이뤄졌고 그에 따른 회사 비용도 만만치 않게 발생했다.

항공사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외국 항공사의 경우 그런 회식 문화는 없었지만 단합 (Team Building)과 정보 전달(Update)이란 명목하에 일년내내 수 많은 Meeting, Training, Conference가 개최됐다.

하루의 회합을 위해 약 3일간 이동을 위한 해외 여행을 해야했으니, 8시간 회의에 4일을 소요하는 셈이었다.

16시간 넘게 환승을 하며 회의가 개최되는 해외 지점에 도착하면 늦은 밤.

그 다음날 새벽부터 시차를 적응하지 못해 거의 수면 상태에서 온종일 회의를 하고 저녁엔 단합을 위한 술자리가 이어진다.

그렇게 피곤한 하루가 끝나면 늦은 밤 호텔에 도착, 귀국을 위해 짐을 꾸려 두고 잠을 청하지만 바뀐 시차 탓에 잠이 올리가 없다.

그렇게 밤을 말똥말똥 새우고 다음날 새벽 공항으로 나가 귀국길에 오르면 몸은 거의 파김치가 된다.

젊었을 땐 출장을 간다는 자부심과 여권에 출입국 도장이 쌓여가는 우쭐함에 피곤한 줄도 모르고 즐겨 해외 출장을 다녔지만 그 자부심이 무뎌져가는 나이가 되자 도대체 이런 회의에서 난 무얼 얻었나 자문하게 되었다.

주최측에서는 많은 비용을 들여 정보전달도 하고 전세계 직원들 사이의 화합에도 도모가되니 매번 성공적인 회의였다 자찬하지만 한 개인의 입장에선 냉정하게 평가해 보면 그다지 얻는게 없었다.

마치 1-2-3차 술을 마시고 노래방에서 피곤에 쩔어 집으로 돌아와서는 온 정신이 멍해지는 우리의 술문화와 별반이었다. 

그러나 작년 3월 코로나로 하늘길이 막히기 시작한 후로 1년 넘게 단 한차례의 회식도 단 한 번의 회의도 개최되지 않았다.

논리적으로 따지자면 직원들간의 단합과 사기는 바닥이 되어 업무에 지장을 초래해야하고 전세계 지점간의 협조는 문제를 일으켜야 하며 정보 전달의 미비로 항공기 운항은 문제가 발생해야 했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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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무런 문제도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직원들은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근무를 하고 있고 항공기 운항의 정시성은 유례없이 높아졌으며 고객 만족도도 코로나 전 시대보다 큰 폭으로 개선됐다.

물론 코로나로 인한 승객 감소의 요인이 이 모든 결과에 가장 큰 요인일 수 있겠지만 적어도 우리의 회식문화나 잦은 출장및 회의가 냉정히 평가해 볼 때 업무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는 사실은 코로나 시대를 통해 입증됐다.

필요한 정보는 화상 회의를 통해 충분히 전달될 수 있었고 4일이나 허비해야했던 회의는 Virtual 회의로 하루만에 충분히 대체가 되며 그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가 가져다준 수많은 고통은 나열할 수도 없을 정도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코로나가 한편으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노멀을 속히 받아드리기를 우리 사회에 권하고 있는 건 아닐런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요즘 젊은 직장인들은 코로나가 끝나면 또 다시 그 힘든 회식의 시간이 다가오지 않을까 걱정한다고 한다.

불필요하고 별반 소득이 없는 회의에 대한 생각들도 마찬가지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엔 사회가 공적인 연대보다는 개인과 가정의 사적인 시간을 더 존중해주는 문화로 변경되었으면 하는 바램들의 표출이 아닐까?

엄밀히 말하면 직장은 공동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일을 하는 곳이지 서로 친해져야하는 곳이 아니지 않은가?

회식과 1-2-3차가 반강제가 아닌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이 되는 개인 존중의 시대가 오면, 3차 호프집쯤 가면 이제 부장님이 혼술을 하고 계시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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