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소비자 "충전소 찾는 데만 한나절...한 번 충전으로 더 오래 달리는 차가 최고"
테슬라·BMW 등 '500km 이상' 주행거리 뽐내...'충전기 부족' 상황 속 시장 경쟁력 확보 나서

전기차 충전소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서 글로벌 업계들이 '1회 충전 주행거리'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전기차 충전소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서 글로벌 업계들이 '1회 충전 주행거리'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주행거리 상관없으면 아이오닉5, 상관있다면 모델Y"

전기차 커뮤니티에서 만난 이용훈(31)씨는 최근 자동차 업계의 최대 화두인 현대차와 테슬라의 신규 모델 중 어떤 것이 낫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 씨가 이렇게 이야기한 이유는 바로 '충전소 부족' 때문이다. 그는 "집밥·회사밥(거주지와 근무지 인근에 위치한 충전소)이 없다면 한 번 충전해 오래 달리는 차가 최고"라고 말했다.

이는 단순 이 씨만의 의견이 아니다. 국내 전기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아직 전기차를 구매하는 것은 시기 상조"라며 차량을 선택할 때 중요하게 보는 요소 중 하나로 '주행거리'를 꼽았다.

이에 당분간 자동차 업계들은 충전소 인프라 확충에 앞서 '한 번 충전하고 더 많이 달릴 수 있는' 전기차 개발에 주력할 방침이다. 그 현주소는 이번에 개최된 자동차 모터쇼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 500km에서 1000km까지...'더 좋은 주행거리' 두고 각축전

지난 19일 중국에서 개최한 '제19회 상하이 모터쇼'는 글로벌 기업들이 각자가 개발한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뽐내는 자리였다.

이날 전시회에서는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 제네시스 G80 등 국산차를 제외하고 폭스바겐, 벤츠, 도요타 등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들이 신규 전기차의 모습을 대거 공개했다.

시작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선발주자 역할을 하고 있는 테슬라다.

이날 테슬라가 소개한 모델S 롱레인지 버전은 미국 환경청 측정 기준 1회 충전시 663km까지 달릴 수 있다.

국내 환경부 인증 기준으로는 487km까지 내려오지만 여전히 500km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번 전시회에서 테슬라는 주행거리 500km 이상의 모델 Y 롱레인지와 496km의 모델3 롱레인지 버전도 소개했다.

내년 중으로 1회 완충 후 836km까지 달릴 수 있는 '모델S플레이드+'도 선보일 것일 계획이다.

이처럼 테슬라가 주행거리 확대에 힘쓰는 이유는 바로 면적이 넓고 지역 간 거리가 먼 미국의 지리적 특징 때문이다. 지금도 미국 전기차 업계에서는 주행거리 확보가 최대 과제로 거론되고 있다.

후발주자들 사이에서도 인상적인 주행거리 성능을 선보인 업체들이 있었다.

일례로 메르세데스-벤츠는 1회 충전 770km 주행거리(국제표준시험방식 기준)를 확보한 럭셔리 전기차 세단 EQS를 소개했다. 국내 인증 기준으로 따지면 더 낮아지겠지만 이를 감안해도 현존 최장 수준의 주행거리다.

이밖의 중국의 즈지자동차(Zhiji Auto)도 1회 충전시 1000km 주행이 가능하고 무선 충전 기능까지 탑재된 4도어 세단 L7을 공개했다.

반면 현대차는 올 초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을 탑재해 500km 수준의 주행거리를 확보했다고 밝혔지만, 환경부 측정 결과 아이오닉5의 주행거리는 429km(롱레인지·후륜)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19회 상하이 모터쇼' 즈지자동차 전시장에서 공개된 전기차 'L7'의 모습. L7은 알리바바와 상하이자동차 등의 합작으로 세워진 즈지자동차의 첫 모델이다. [사진=연합뉴스]

◇ 구매자들 "충전소 찾느라 애먹을 바에 더 많이 달리는 차 택할 것"

때문에 자동차 업계에서는 당분간 '주행거리 확보'가 구매를 이끄는 최대 묘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는 국내 상황만 봐도 알 수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에 설치된 누적 전기차 충전기 수는 6만4188대다. 전기차 100대 당 50기를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완충 시간이 더 빠른 급속 충전기 수는 누적 9805대로 100대당 7기의 충전기를 나눠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의 한 회원은 "직장인들은 주로 출퇴근 길에 빨리 충전을 끝내야 하는데, 충전소를 찾으려 돌아다니고 대기하는 시간까지 합치면 많은 시간이 든다"라며 "적게 충전해도 오래 달릴 수 있는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올해 전기차 목표 대수를 12만여 대로 잡았지만 급속충전기 확충 계획은 3000여 대에 그친다. 충전소 보급 속도가 전기차 공급량을 따라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다른 주요국의 사정은 국내보다 괜찮은 편이지만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미국과 영국, 일본 등 주요국들의 100대 당 충전기 수는 150~300기 수준이다.

한편 네이버 커뮤니티 '전기차 동호회'에서는 아이오닉5의 주행거리에 대한 실망감을 표출하는 글과 함께 주행거리를 고려해 모델3 등 테슬라 차량을 구매할 예정이라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현재 테슬라는 기존 모델3와 함께 모델Y를 빠르면 이번 달 말부터 국내에 본격 인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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