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거래소서 하루새 1000만원 감소...5600만원대에 거래
시가총액 1조 깨져...투자자들 "제2의 박상기의 난, 은성수의 난" 지적

23일 오전 서울 빗썸 강남고객센터 모니터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이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오전 7시 54분께 5790만원까지 떨어졌다. [사진=연합뉴스]
23일 오전 서울 빗썸 강남고객센터 모니터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이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오전 7시 54분께 5790만원까지 떨어졌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이태웅 기자】 23일 오후 비트코인 국내 거래 가격이 5600만원대로 주저앉았다.

국내외 중앙은행 수장들이 암호화폐(가상화폐)를 투기 수단으로 여기며 연이어 경고에 나선 데에 이어 가상화폐 규제가 겹치면서 3년전 코인 시장의 붕괴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빗썸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50분 기준 비트코인 거래 가격은 5661만7000원으로 24시간 전보다 14.2% 내려앉았다.

전날 종가 기준(6578만원)과 비교하면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약 1000만원 가량 떨어진 셈이다.

비트코인뿐만이 아니다. 

비트코인을 제외한 이더리움, 리플 등 알트코인들도 20% 가량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전날까지만해도 최고가를 경신했던 이더리움은 같은 시간 기준 252만5000원에 거래됐다. 이는 전날 보다 19.46% 떨어진 수준이다.

리플 역시 전날보다 24.98% 급락한 1198원에 거래됐다.

다른 국내 거래소인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같은 시각 기준 1코인당 5669만5000원에 거래됐다.

해외 거래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미국의 실시간 암호화폐(가상화폐) 중계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오전 11시(한국시간)를 지나면서 개당 5만달러선이 흔들리기 시작해 4만8543달러(약 5424만원)까지 내렸다.

한국시간으로 3시 50분 기준 전날보다 10.39% 내린 4만8849달러에 거래됐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시가총액도 같은 시각 9240억7794만 달러로, 1조달러가 붕괴됐다.

23일 오후 3시 50분 기준 비트코인 가격이 24시간 전보다 10.32% 감소한 4만 8870달러에 거래됐다. 이날 비트코인의 시가총액 9240억달러로 1조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사진=코인마켓캡 캡처]

이는 각국 정부가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비트코인 가격 하락을 이끌었다.

앞서 14일(현지시간)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가 나스닥에 상장되며 비트코인 가격은 6만5000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18일 터키와 인도 당국이 암호화폐 거래를 규제한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이와 함께 비트코인 채굴이 대규모로 이뤄지는 중국 신장 지역이 정전으로 장시간 가동이 중단되며 암호화폐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어 지난 주말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미 재무부가 금융기관들을 상대로 가상화폐를 이용한 돈세탁을 조사할 계획이라는 미확인 루머가 번지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5만달러대로 내려앉았다.

여기에 외신들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00만달러 이상 고소득자에 대한 자본이득세 최고 세율을 현행 20%에서 39.6%로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러한 보도가 나온 가운데 세금 우려가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도 불안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는 금융당국의 연이은 경고에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을 거듭한 것으로 분석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22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상자산에 투자한 이들까지 정부에서 다 보호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날 은 위원장은 "가상자산을 사고파는 사람이 '투자자'인가"라고 되물으며 "저희가 보기에 (가상자산은) 투기성이 강한, 한국은행 총재의 말대로 내재가치가 없다는 입장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는 가상화폐 투자자를 '투자자'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정부의 '투자자 보호'란 개념이 성립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뜻을 같이 한 셈이다.

여기에 은 위원장은 거래소가 폐쇄될 수 있다고 경고까지 내놓았다.

그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로 취급 업소 등록을 받는데 현재까지 등록한 업체가 없다"며 "9월까지 등록이 안 되면 200여개의 가상화폐거래소가 다 폐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은 위원장의 발언의 여파로 국내 가상화폐 가격은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해외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 현상도 크게 줄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가상화페 투자자들은 2018년 코인시장의 급락이 재연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지난 2018년 1월 11일 당시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이 공식 석상에서 "정부안으로 가상화폐거래소를 통한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며 "거래소 폐지까지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강경 발언을 했다.

당시 비트코인 시세는 코인열풍이 불며 치솟고 있었는데 당국이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나서자 빠르게 냉각됐다.

박 전 장관의 발전 전 2500만원대까지 오르며 최고점을 찍은 비트코인 가격은 한달여만에 790만원대까지 떨어졌다. 한달새 3분의 1로 줄어든 셈이다.

국내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박 전 장관을 인용해 '제2의 박상기의 난', '은성수의 난'으로 최근 폭락을 명명하며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

이번 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정치권에서도 과도했다는 지적도 일부 나오고 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은 위원장 발언이 일파만파다. 제2의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며 "가상화폐를 미래 먹거리로 활용할 생각은 안 하고, 투기 수단으로만 폄훼하고 규제하려는 것은 금융권의 기득권 지키기이자 21세기판 쇄국정책"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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