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1부는 이날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이 부회장은 이날 영장이 발부돼 법정에서 구속됐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1부는 이날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이 부회장은 이날 영장이 발부돼 법정에서 구속됐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박민수 기자】 한달 한달 늘 빠듯하게 살아가는 서민들은 ‘돈으로부터의 해방’을 꿈꾸며 삽니다.

30여년 동안 한 이불 덮고 살고 있는 기자의 아내도 월급날이면 돈 좀 펑펑 쓰고 살아봤음 원이 없겠다고 매번 푸념입니다.

有錢使鬼神 (유전사귀신)

귀신도 부릴 수 있다는 돈입니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지요.

다들 돈 때문에 힘들다고 아우성입니다.

하지만 의외로 세상에 돈 많은 사람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대다수 소시민들은 부자들의 삶을 부러워하고 동경합니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도 돈 많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사람들 중 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독자 여러분들은 지금의 이 부회장이 부러우신가요?

국정농단 뇌물공여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이 부회장은 최근 충수염 수술 후 다시 서울 구치소로 돌아갔습니다.

지난 22일 퇴원 7일만에 다시 법정에 나온 이 부회장은 수술 후유증 탓인지 구속 전에 비해 살이 많이 빠져 야위였고 초췌한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자기 위안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돈이 아무리 많으면 뭐 합니까.

구치소에서 불면의 밤을 보낼 이 부회장보다는 퇴근 후 시원한 생맥주에 치킨 한 조각 뜯으며 수다를 떨 수 있는 소시민들의 소박한 삶에서 행복이 더 묻어납니다.

그렇습니다. 이 부회장이 돈은 많을지 몰라도 개인적인 삶이 결코 행복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평범한 시민들은 아무리 작은 수술이라도 대개 남편이나 아내 혹은 자식 등 가족들의 병간호를 받으며 그동안 잊고 무심했던 가족애를 다시 확인하곤 합니다.

그러나 다 아시다시피 이 부회장은 1998년 대상 임창욱 회장의 장녀 임세령과 결혼 후 슬하에 아들 딸 남매를 낳았지만 11년만인 2009년 이혼한 뒤 여제껏 혼자 지내고 있습니다.

물론 '돌싱'의 삶이라고 해서 반드시 외롭진 않겠지만 살가운 아내의 병간호는 언감생심 불가능한 희망이지요.

죗값을 치르고 있는 만큼 차가운 수술방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퇴원 때까지 그 외로운 시간을 당연히 혼자 오롯이 감당할 수 밖에 없습니다.

'죄지은 자가 무슨 호사를 바래,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 무슨 값싼 동정심이냐'는 비난도 인정합니다.

그러나 죄의 유무를 떠나 재벌 총수 이전에 인간 이재용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를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뇌물공여 죄 말고도 시세조종을 통한 불법경영 승계와 프로포폴 불법 투약 의혹에 대한 추가 기소 가능성도 앞두고 있습니다.

웬만한 강철 멘탈이 아니고서야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을 겁니다.

재계 입방아들은 ‘이 부회장이 맨 정신으로는 도저히 잠을 잘 수 없을 것’이라며 프로포폴 투약을 의혹을 기정사실로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삼성이라는 거대 기업을 책임진데다 개인적으로는 가정사도 원만하지 못하지, 몇 년 째 계속되는 법정 소송에 불면의 밤이 이어지면서 프로포폴의 도움을 받았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이 부회장은 최근 측근들에게 지금 본인이 처한 상황에 대해 굉장히 억울하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아니 내가 원해서 뇌물을 준 것도 아니고 대통령이 달라는데 한국 사회에서 그걸 거절할 위인이 어디 있겠느냐’는 거지요.

훨씬 앞서 정주영 현대그룹 왕회장도 1988년 열린 제5공화국 비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달라는데 줄 수 밖에 없었다’며 권력에 뜯기는 기업의 심정을 직설적으로 표현했습니다.

경영승계를 위한 불법 시세 조정 혐의와 관련해서는 ‘아니 내 의지로 삼성의 경영권을 넘겨받은 것도 아니고 내가 시세를 조정하라고 시킨 적도 없는데 왜 내가 이 지경이 됐느냐'고 토로했다고도 합니다.

물론 혹자는 '이 부회장이 몰랐을리 없다, 암묵적 동의가 있었다'라며 시세 조정에  당연히 개입했을 것으로 믿습니다.

아무튼 이 부회장은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이런 상황을 만든 측근들에 대한 원망 섞인 푸념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오죽하면 ‘절대 자식에게는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했을까요.

일부 언론이 처음 운을 뗀데 이어 재계와 불교계에서도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을 건의하고 나섰습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 경쟁 격화 등 코로나19로 인한 세계경제 위기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부재로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는 겁니다.

물론 총수 부재가 오히려 대기업의 실적에 더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있기는 합니다.

삼성전자는 이미 글로벌 기업으로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납니다.

삼전 주식 보유 국내 개인 투자자는 500만명에 육박, 대한민국 국민 10명 중 1명이 갖고 있을 정도의 국민주로 불립니다.

총수가 없는 상황에서 수십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선뜻 결정할 용감한 전문 경영인이 있을까요?

장기간의 리더십 부재는 삼성전자의 신사업 진출과 신속한 의사 결정이 제 때 이뤄지지 않아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큽니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도 8월 15일 광복절을 맞아 이 부회장에 대한 특별사면을 해달라는 청원글에 2만명이 넘는 동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뇌물·알선수재·알선수뢰·배임·횡령 등 중대 5대 경제범죄 사범에 대한 사면은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밝혀 사면 가능성이 그리 높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나마 이 부회장은 징역 2년6개월 가운데 실형 확정 전에 이미 350일 이상 수감 생활을 해 가석방 요건은 충족된 상태입니다.

사면이든 가석방이든 이 부회장에 대한 결정은 전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손에 달려 있다고 보여집니다.

박민수 뉴스퀘스트 대표이사.
박민수 뉴스퀘스트 대표이사.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이든 가석방이든 재계나 일부의 요구만으로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복잡다단한 정치적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전 세계가 반도체 전쟁에 이어 백신 쟁탈전까지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범죄에 따른 엄중한 처벌과 명분도 중요하지만 실리적으로 이 문제를 접근하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비교가 될지 모르지만 수백명의 국민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쿠테타로 정권을 찬탈한 전두환 전 대통령도 사면한 마당에 말입니다.

이 부회장의 사면 혹은 가석방에 대한 찬반 양론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대통령의 현명하고도 통큰 결단만이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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