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대표이사 관심 포함 안전체계 전반 부실"...2억 과태료 부과

서울 시내 한 건설 현장에서 인부들이 안전벨트도 없이 외부비계 철거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건설 현장에서 인부들이 안전벨트도 없이 외부비계 철거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고용노동부가 올해 들어 공사장 사고로 노동자 3명이 잇달아 숨진 태영건설 본사를 특별 감독한 결과 "대표이사의 관심을 포함한 전반적인 안전보건관리체계가 부실했기 때문"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대표이사에게 징역형까지 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나온 조사 결과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이번 감독은 태영건설 공사장에서 올해에만 3건의 사고가 발생해 노동자 3명이 숨진 데 따른 조치로,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5일까지 진행됐다.

앞서 노동부는 지난 2월 건설업체 공사장에서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할 경우 사고 현장뿐 아니라 본사도 감독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는데, 태영건설은 이 방침이 적용된 첫 사례다.

26일 노동부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안전보건관리체계는 부실 투성이였다.

우선 노동부는 "대표이사의 활동, 경영 전략 등에서 안전보건에 관한 관심과 전략, 활동이 부족했다"며 "이로 인해 안전보다 비용, 품질을 우선시하는 기업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평가했다.

또 "전사적(全社的)인 안전보건 목표가 설정돼 있지 않고 이에 대한 평가도 없었다"며 "안전보건 목표는 안전팀만의 실행 목표 수준으로 수립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본사 안전팀이 사업 부서에 편제돼 조직 내 위상이 낮고 현장 안전보건 관리자의 정규직 비율이 업종 평균보다 낮은 점도 문제라는 게 노동부의 설명이다.

이 밖에도 안전 교육과 점검 등이 현장에서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점, 안전에 관한 노동자 의견수렴이 현장 수준에 그치는 점, 협력업체에 안전역량 지원이 부족한 점 등이 문제로 거론됐다.

이번 감독은 지난 1월 중대재해법 제정 이후 건설업체의 안전보건관리체계에 대한 첫 감독 사례이기도 하다.

다만 중대재해법은 내년 1월부터 시행되기에 이번 감독 결과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법이 시행될 경우 노동자 사망사고를 낸 건설업체의 대표도 예외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업계에 경종이 될 전망이다.

노동부는 이날 태영건설에 속한 전국 건설 현장을 대상으로 한 불시 감독 결과도 공개했다.

현장에서는 노동자 추락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 난간을 제대로 설치하지 않는 등 다수의 위법 사항이 적발됐다.

산업안전보건관리비 집행 비율도 해마다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부는 "본사 경영진의 안전보건관리에 대한 인식과 관심 부족은 현장에서 산업안전보건관리비가 원가 절감 대상으로 인식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노동부는 위법 사항에 대해 모두 2억4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행정·사법 조치를 하기로 했다. 또 태영건설에 대해 현장 안전관리 인력 증원 등 자체 개선 계획을 마련하도록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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