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차 미만 사원·대리급 직원 중심, 과장급 이상도 참여...비정규직·계약직 가입도 허용
'생산직' 주축이었던 노사 관계 지각변동 예고...'성과에 따른 정당한 보상' 기조 강화

현대차그룹 '인재존중' 사무·연구직 노동조합이 26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노동조합 설립신고서를 제출했다. [사진=대상노무법인 제공/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의 사무·연구직 노조가 출범을 공식화했다.

26일 현대차그룹 '인재존중' 사무 연구직 노동조합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노조 설립 신고서를 제출했다.

공식 명칭은 '현대자동차그룹 인재존중 사무연구직 노동조합'으로 집행부에는 현대케피코, 현대제철, 기아 소속 직원들이 참여했다. 

이날 노조 관계자들은 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무·연구직들의 목소리를 전달할 새로운 창구가 필요하다고 느껴 별도 노조 설립을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노조는 정규직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계약직, 별정직까지 모두 가입을 허용했다. 앞으로 더 많은 직원들이 회사와 직접 소통할 수 있도록 '창구' 역할을 할 예정이다. 

사무직 노조 위원장은 현대케피코에 근무하는 1994년생 이건우(27)씨가 맡게 됐다. 이 씨는 지난해 상반기에 입사한 2년 차 직원이다. 

이건우 노조위원장은 "기존 노조는 생산직의 권익이 우선이었고 (의사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사무·연구직 사이에서 불만이 많았다"라며 "의사결정 시 통계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한다는 것이 기존 노조와 가장 파별화되는 부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사무직 노조 가입 의사를 밝힌 현대차 직원은 약 500명이다.

가입 연령 제한은 없지만 20~30대의 8년 차 미만 사원부터 대리급(매니저) 직원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로 불리는 이들은 성과에 비례하고 공정한 보상을 중시하는 특징이 있다.

이번에 설립된 현대차 사무직 노조도 '직원들의 정당한 보상'을 대변하기 위해 설립됐다.

현대차가 지난해 역대 최고 수준의 매출액을 기록했지만 생산직 노조가 임단협(임금·단체협약)에서 예년보다 후퇴한 수준의 기본급과 성과급에 합의하자 이에 분노한 사무직 지원들이 발 벗고 나서게 된 것이다.

이번 사무직 노조에는 과장급(책임 매니저) 이상 직원 일부도 가입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사무직 노조는 지난해 임금·단체협상에 사무직과 연구직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임단협이 길어지면 성과급을 받지 못하고 토직하게 될 것을 우려한 현 생산직 중심의 노조가 기본급을 동결하고 성과급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사진=연합뉴스]

사무직 노조는 당초 회사 별로 조합을 결성할 계획이었지만, 그룹사 차원의 산별 노조를 먼저 설립한 뒤 회사별 지부를 세우는 방향으로 노선을 틀었다.

이와 관련해 이건우 위원장은 "처음에는 회사별로 취업 규칙이나 주요 안건들이 달라 사별 노조를 설립하려고 했으나, 실제 집행부를 모집해보니 1~2명만 참여 의사를 밝힌 회사들이 있었다"라며 "신분 노출 우려가 있어 그룹사 차원으로 설립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현대차 사무직 노조를 자문하고 있는 김경락 노무사는 "각 지부의 지부장이 노조를 단결력 있게 운영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요구를 수용하기는 힘들겠지만, 최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현대차 사무직 노조는 오는 28일 오후 노조 설립 신고증을 받고 본격적으로 사무·연구직 직원을 대상으로 노조 가입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한편 이번 사무·연구직 노조 탄생 소식에 현대차그룹의 노사관계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현대차 노조는 50대 생산직을 주축으로 '파업 투쟁'과 '정년 보장' 등의 문제를 적극 논의하는 데 주력했다.

반면 사무·연구직 노조는 앞으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과 업무량·노력에 따른 공정한 보상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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