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 장악한 기적의 동영상 플랫폼, 하루 평균 6천만명이 활동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중국은 지난 세기 90년대 중반 이후에 태어난 이른바 Z세대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경제적인 면만 봐도 주링허우(九零後)로도 불리는 약 5억여 명에 가까운 이들에 의해 중국 내수의 65% 정도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이들을 완벽하게 장악하면 속된 말로 대박을 칠 수 있다.

당연히 스마트폰을 가지고 혼자 놀기 좋아하는 이들의 특성을 노린 UCC(사용자가 직접 제작한 콘텐츠) 동영상 사이트가 중국 내에 없을 까닭이 없다.

중국판 유튜브로 불리는 비리비리(嗶哩嗶哩)가 아마도 가장 대표적이지 않을까 싶다.

Z세대를 완전히 통째로 장악한 기적의 동영상 플랫폼으로 불리고 있다면 더 이상 설명은 필요 없다.

가입자 수를 보면 비리비리가 왜 중국판 유튜브로 불리는지 별로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올 4월 기준으로 4억 명에 육박하고 있다.

하루 평균 활동 인구도 6000만 명 가까이나 된다.

월 단위로는 2억5000만 명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게다가 이들의 대략 85% 가량은 Z세대에 속한다.

중국 앱 중에서도 가장 높다.

Z세대의 놀이터라는 말은 확실히 괜한 게 아니라고 해야 한다.

비리비리는 2009년 애니메이션 사이트로 고고의 성을 울렸다.

당시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 사이트 ‘니코동’의 중국판으로 여겨진 것은 이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더 독하게 말하면 산자이(山寨), 즉 짝퉁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승자가 당당할 수 있는 것처럼 지금은 처음부터 진퉁이었다고 큰소리를 쳐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못할 위상을 확실하게 다지고 있다.

개인 방송을 비롯해 뮤직 비디오, 모바일 게임, e스포츠, 다큐멘터리, 드라마 등을 망라하는 종합 콘텐츠 플랫폼으로도 굳건하게 자리를 잡았다.

비리비리의 만만치 않은 위상은 지난해 4월 초에도 확인된 바 있다.

일본의 대표 전자업체인 소니가 애니메이션과 모바일 게임 분야에서의 광범위한 협력을 위해 4억 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 것이다.

이로 인해 2018년 상장된 비리비리의 미 나스닥 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갈 수 있었다.

시가총액이 중국판 넷플릭스로 불리는 아이치이(愛奇藝)까지 넘어섰을 정도였다.

4월 말 현재 기준으로는 무려 440억 달러에 이른다.

지난 3월에 입성에 성공한 홍콩 증시의 시가총액 3500억 홍콩 달러전후까지 더할 경우 전체 규모는 거의 900억 달러에 가까워진다.

매출액 역시 간단치 않다. 지난해 100억 위안(元 . 1조7000억 원)을 올린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현재 비리비리의 핵심 사업은 모바일 게임이라고 해야 한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 정도 된다.

2016년에 도입한 일본의 유명 게임 ‘페이트 그랜드 오더’가 맹위를 떨치는 것이 큰 힘이 되고 있다.

비리비리 사이트의 개인 공간 모습. Z세대의 놀이터라는 사실이 실감이 난다.[사진=징지르바오(經濟日報)]

비리비리는 그러나 앞으로는 다큐멘터리와 예능 등의 콘텐츠로 사업 영역을 넓힐 계획으로 있다.

이커머스에도 적극 진출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입장이기도 하다.

이 의지는 최근 ‘대륙의 실수’라는 말을 만들어내게 한 샤오미(小米)의 신제품 발표회를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진행한 사실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샤넬이나 구찌 등의 유럽 명품들의 신제폼 홍보에도 적극 나서는 것 역시 마찬가지 아닌가 보인다.

Z세대의 놀이터인 만큼 비리비리의 향후 전망은 거의 탄탄대로라고 해도 괜찮다.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포스트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시대의 트렌드인 언택트 수혜가 엄청난 현실을 꼽을 수 있다.

코로나19가 사라지지 않는 한 매년 평균 최소 30% 전후의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Z세대의 지극한 충성도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이에 대해 Z세대의 선배 격인 베이징의 바링허우(八零後. 80년대 출생자) 정보통신기술(ICT) 평론가 인싱이(尹星一) 씨는 “비리비리에는 자막 문화라는 것이 있다. 비리비리의 Z세대 회원들은 이를 통해 상호 유대감과 참여 문화를 강화시키고 있다. 열성 회원들은 자신들끼리의 커뮤니티도 구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비리비리의 Z세대 회원들의 충성도에 혀를 내둘렀다.

비리비리의 직원들. 새 사업 출정식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징지르바오]

막강한 대기업들의 투자를 받고 있는 현실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소니를 비롯해 알리바바와 텅쉰(騰訊. 영문명 텐센트)의 존재가 큰 힘이 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조만간 1000억 달러를 넘어설 시가총액까지 상기할 경우 비리비리가 앞으로 ‘천하의 유튜브’를 바짝 추격하는 것도 별로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옥에도 티가 있듯 비리비리도 치명적 약점이나 극복해야 할 문제들을 안고 있다.

역시 유튜브의 짝퉁 냄새가 너무 물씬거린다는 사실을 대표적으로 꼽아야 한다.

이 점에 대해서는 비리비리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상황이 나아질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

선정적인 콘텐츠들과 불법 영상 등으로 인해 종종 도마에 오르는 현실 역시 무시해서는 안 된다.

대표적인 케이스도 있었다.

한국의 가황 나훈아의 두 시간 넘는 콘서트 장면이 통째로 불법 유통된 것이 그렇지 않나 싶다.

이와 관련, 베이징에서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는 인징메이(尹景美) 씨는 “중국인들은 아직 저작권 개념이 투철하지 못하다. 나훈아 뿐만 아니라 다른 한국 아티스트들의 콘텐츠 역시 불법 유통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비리비리가 이런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유튜브 추월을 목표로 하는 진정한 거인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외에 미중 무역 전쟁의 유탄을 맞을 가능성이 없지 않은 현실도 거론해야 할 것 같다.

만약 진짜 나스닥에서 퇴출되는 케이스 같은 철퇴를 맞는다면 아무리 비리비리라고 해도 상당 기간 동안은 휘청거릴 수 있다.

그럼에도 충성도 강한 Z세대의 놀이터라는 사실에 비춰볼 때 비리비리의 생존과 성장 본능은 끈질기게 꿈틀대지 않을까 여겨진다.

비리비리가 장기적으로는 업계의 거인으로 우뚝 설 것이라는 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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