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보유 중이던 비트코인 3000억원어치 팔아…투자자들, "배신자" 머스크에 배신감 표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사진=EPA/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사진=EPA/연합뉴스]

【뉴스퀘스트=이태웅 기자】 비트코인 투자 열풍에 불을 붙였던 미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보유 중인 비트코인 일부를 팔아 1억100만달러(약 1122억원)의 차익을 거뒀다.

26일(현지시간) CNBC 방송은 테슬라가 이러한 내용의 1분기 실적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테슬라가 발표한 1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테슬라는 순이익으로 4억3800만달러(약 4900억원)를 기록하며 7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테슬라는 이 기간 보유 중인 '디지털 자산(비트코인)'의 10%(2억7200만달러· 한화 약 3022억원) 팔아, 이를 통해 1억100만달러의 차익을 올렸다.

예컨대 전체 순익의 약 25% 가량이 비트코인을 처분해 거둔 수익인 셈이다.

테슬라 측은 "비트코인 판매 대금으로 영업비를 절감했다"며 "비트코인 판매가 회사 수익에 1억100만달러 규모의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이어 테슬라 측은 자신들이 비트코인의 가치를 제대로 봤다고 자평했다.

재커리 커크혼 테슬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실적 발표회에서 "비트코인 투자는 좋은 결정임이 입증됐다"며 "일상 영업에 사용되지 않는 현금의 일부를 묻어두고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좋은 투자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비트코인 시장의 유동성에 만족한다"면서 "장기적으로 (비트코인을) 보유하는 것이 우리의 의도"라고 덧붙였다.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판매한 시점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CNBC 방송은 "1분기에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하자 테슬라는 자사가 보유한 비트코인 일부를 재빨리 판 것으로 보인다"며 "테슬라의 비트코인 투기가 수익 증대를 도왔다"고 꼬집었다.

로이터 통신은 "테슬라가 기록적인 차량 납품 실적을 올렸지만, 순익은 자동차 판매에 따른 것이 아니다"며 "비트코인과 함께 탄소 무배출 업체에 부여되는 크레딧을 팔아 흑자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스포츠·대중문화 전문매체 바스툴스포츠의 데이브 포트노이(Dave Portnoy) 대표 26일(현지시간) 일론 머스크를 비난하는 트윗을 남기자 머스크는 이에 대해 해명하는 답글을 남겼다. [사진=트위터 캡처]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판매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를 향해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앞서 지난 2월 테슬라는 15억 달러 규모의 비트코인 투자를 단행하고, 비트코인으로 전기차 구매를 허용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같은 테슬라의 결정은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의 가격 상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투자자들은 테슬라가 비트코인 가격 급등을 부추긴 뒤 고점에서 팔아 수익을 챙겼다며 지적하고 있다.

미국의 스포츠·대중문화 전문매체 바스툴스포츠의 데이브 포트노이(Dave Portnoy) 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내가 이해한 게 맞나? 일론 머스크는 비트코인을 산다. 그런 다음 가격을 높인다. 비트코인 가격이 오른다. 그럼 그가 비트코인을 팔아 수익을 챙긴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머스크는 즉각 해명에 나섰다.

그는 포트노이의 트위터에 답글을 달아 "나는 여전히 비트코인을 하나도 팔지 않았다"며 "비트코인의 현금 유동성을 증명하기 위해 테슬라가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의 10%를 판매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머스크의 해명에도 투자자들은 테슬라의 비트코인 판매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가상화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비트코인 아카이브'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한 투자자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줄리어스 시저'에 등장하는 로마 황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친구 브루투스에 배신당해 죽임을 당하는 상황에 빗대어 "머스크 너마저..."라며 탄식을 내뱉었다.

다시말해 머스크는 배신자라는 뜻이다.

그는 "테슬라가 나를 짜증나게 하는 것은 수익을 높이기 위해 비트코인을 팔았다는 것"이라며 "테슬라의 대차대조표를 보면 이미 170억달러 현금성 자산이 있다. 테슬라는 현금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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