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감염병 전문시설에 1조원 기부...개인소장 미술품 국립기관 대거 기증
주식배분 계획 포함 안 돼...상속세 12조원은 올 4월부터 5년간 6차례 분할 납부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고(故) 이건희 회장의 유산에 대한 상속 내용이 공개됐다.

업계의 예상대로 이 회장의 유산 중 일부는 희귀질환 및 감염병 전문 시설에 기부형식으로 전달된다. 개인소장 미술작품들은 국립박물관 및 미술관에 대거 기증된다.

삼성 내 지배구조 변동을 점쳐볼 수 있었던 주식 배분에 대한 이야기는 담기지 않았다. 다만 유족들은 12조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연부연납 형식으로 납부할 예정이다.

29일 삼성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가 유족들은 이건희 회장의 유산 중 약 1조원을 의료 공헌과 국립기관 기증 등에 쓰는 데 뜻을 모았다.

먼저 7000억원은 전문병원을 건립하고 관련 연구를 지원하는 데 사용된다.

유족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는 가운데 감염병 문제를 조속히 극복하기 위해 기부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7000억원 가운데 5000억원은 한국 최초의 감염병 전문시설인 '중앙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에 쓰일 계획이다.

중앙감염병 전문병원은 일반 환자부터 고도 증상을 보이는 환자까지 수용하기 위해 음압병상, 음압수술실, 생물안전 검사실 등 첨단 설비를 갖추게 된다.

나머지 2000억원은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최첨단 연구소를 건축하는 데 쓰인다. 또한 감염병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 지원에도 투입될 예정이다.

또한 유족들은 희귀질환·소아암 등을 앓고 있는 어린이를 지원하기 위해 3000억원을 기부한다.

백혈병·림프종 등 13개 종류의 소아암 환아 지원에 1500억원, 크론병 등 14개 종류의 희귀질환 환아를 위해 600억원을 투입된다.

삼성 측은 향후 10년 동안 소아암 환자 1만2000여명, 희귀질환 환아 5000여명 등 총 1만7000여명이 도움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소아암과 희귀질환 임상 및 치료제 연구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도 900억원이 투입된다. 서울대어린이병원을 주관기관으로 하는 위원회도 구성해 지원 사업을 계속해서 펼칠 계획이다.

국립기관 기증이 예정된 이건희 회장의 소장 미술품인 이중섭 '황소'. [사진=연합뉴스]

이 회장의 개인소장 미술품도 국립 기관에 기증이 될 예정이다. 

삼성 측은 "고 미술품과 세계적 서양화 작품, 국내 유명작가 근대미술 작품 등 총 1만 1000여건, 2만 3000여점이 국립기관에 기증된다"라고 설명했다.

먼저 고미술품으로 분류된 2만 1600여점은 국립박물관에 기증된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보물 1393호), 고려 불화 <천수관음 보살도>(보물 2015호) 등 지정문화재 60건이 그 대상이다.

뿐만 아니라 국내에 유일한 문화재 또는 최고(最古) 유물과 고서, 고지도 등도 전달될 예정이다.

근대미술품 1600여점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된다.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이중섭의 <황소>, 장욱진의 <소녀/나룻배> 등 한국 근대 미술 대표작가들의 작품이 그 대상이다.

일부 한국 근대 미술 작품은 광주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대구미술관 등 작품을 그린 작가의 연고지에 해당하는 시설에 기증될 예정이다.

서양 미술 작품도 기증된다.

국립현대미술관에는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호안 미로의 <구성>,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 및 샤갈, 피카소, 르누아르, 고갱, 피사로 등의 작품이 전달될 계획이다.

삼성 일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다만 이번 상속 내용 발표에는 이 회장의 주식재산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현재 이 회장이 보유한 지분은 삼성전자 4.18%, 삼성생명 20.76%, 삼성물산 2.88%, 삼성SDS 0.01% 등 삼성 계열 주식가치만 19조원 수준이다.

앞서 유족들은 금융당국에 이건희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을 분할하지 않고 공동 보유하겠다고 신고했다.

다만 유족들은 연부연납 제도에 따라 올해 4월부터 5년간 6차례에 걸쳐 12조원 수준의 상속세를 분할 납부할 계획이다.

삼성 측은 "이는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역대 최고 수준의 상속세"라며 "지난해 우리 정부의 상속세 세입 규모의 3~4배 수준에 달하는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유족들도 "세금 납부는 국민의 당연한 의무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며 성실히 상속세를 납부할 것을 약속했다.

한편 삼성은 생전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상생 노력'을 거듭 강조한 이 회장의 뜻에 따라 다양한 사회환원 사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상속세 납부와 사회환원 계획은 갑자기 결정된 게 아니라 그동안 면면히 이어져온 (사업보국)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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