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신동빈 롯데 회장 야구 직관...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내가 도발하니 제스처 취해"
'경쟁사 견제' 내세운 마케팅 효과 톡톡...본업 '유통'과 부업 '야구' 연결한 이벤트 쏟아져

롯데와 신세계 간의 유통 경쟁이 '야구'로 번지고 있다. 지난 2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경기를 관람하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지난 3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국내 유통업계의 두 강자인 롯데와 신세계의 신경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양사에게 있어 부업 '야구'는 라이벌 기업을 견제해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일종의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되고 있는 모습이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6년 만에 경기 직관에 나서 롯데자이언츠 팬에게 존재감을 알렸고, 정용진 신세계 회장은 SSG랜더스 팬들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등 각자의 전략으로 자존심을 건 유통 전쟁을 격화하고 있다.

먼저 정용진 부회장은 고객과 온·오프라인 스킨십을 나누며 적극적인 도발 태세를 취하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은 27일 밤 11시 음성 기반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에 등판해 SSG랜더스 팬들과 한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다.

이날 정 부회장은 "동빈이 형은 원래 야구에 관심이 없었는데, 내가 도발하니까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같은 날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롯데자이언츠와 LG트윈스 경기에 신동빈 롯데 회장이 등판한 것과 관련해 사실상 '내 덕'이라는 입장을 표현한 것이다.

실제 업계에서는 신 회장이 야구장을 찾은 데는 SSG랜더스의 출범과 연관돼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정 회장이 SK와이번스 인수 이후 SSG랜더스를 운영하며 직접 전면에 나서 야구 마케팅을 펼치자 '롯데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라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라는 것이다.

앞서 정 부회장은 "롯데가 본업(유통)과 야구단을 잘 연결시키지 못하는 것 같다", "걔네(롯데)는 울며 우리를 쫓아와야 할 것" 등 공격적인 발언으로 롯데를 꾸준히 자극해왔다.

이날 정 회장이 또다른 도발성 발언을 내놓은 것과 관련해 향후 롯데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되고 있다.

정 회장은 "롯데랑 사이가 안 좋거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런 라이벌 구도를 통해 야구판이 더 커지길 원한다"라며 "지금이라도 동빈이 형이 '너 그만하라'고 연락한다면 그만하겠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신세계는 정용진 부회장의 영어 약자(J.Y.J)에서 본 뜬 '제이릴라'를 선보였다. 제이릴라는 화성에서 태어나 지구로 와 야구장에 불시착했다는 설정의 캐릭터로, 정 부회장과 함께 야구 경기장을 찾기도 했다. [사진=제이릴라 인스타그램/연합뉴스]

이에 롯데는 대외적으로 경쟁사를 공격하는 발언을 삼가하고 있지만, 신세계가 주력하고 있는 프로야구를 적극 활용해 맞서고 있는 모습이다.

앞서 롯데쇼핑은 1000억원 규모의 할인 행사를 홍보하며 "야구도 유통도 한 판 붙자"라는 문구를 넣었고, 롯데온도 프로야구 승리 기원 이벤트를 열며 "원정가서 SSG(쓱) 이기고 ON"이란 말로 신세계를 도발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신세계가 깔아둔 야구 경쟁을 중심으로 국내 유통 강자들의 경쟁이 앞으로 더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양사는 야구장에서 시작한 라이벌 구도를 유통 사업으로 끌어오며 흥행 효과를 거두고 있다.

먼저 신세계는 랜더스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관련 이벤트를 쏟아내고 있다.

최근에는 프로야구 개막에 맞춰 이마트, SSG닷컴 등이 '랜더스데이'를 진행해 매출 증가 및 신규 가입자 확보 효과를 얻었다.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진행한 행사 매출은 전주 동기(목요일~일요일) 대비 43.4% 크게 늘었다.

여기에 신세계TV쇼핑은 랜더스 행사를 추가로 진행하고 있고, 이마트는 SSG랜더스 골프공을 제작해 경품으로 활용하는 등 계열사 마케팅 활동이 뜨거워지고 있다.

롯데 역시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다.

롯데마트가 프로야구 '자이언츠' 제품을 기획해 내놓은데 이어 롯데온은 출범 1주년을 맞아 최근 롯데시구 기회를 상품으로 제공하는 '롯데 온(ON)제부터 팬이고'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행사에 참여하고 싶은 이들은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롯데자이언츠의 오랜 팬임을 인증하는 사진과 사연을 올리고 게시글 주소를 롯데온 이벤트 페이지에 남기면 된다.

충성 고객 확보에도 적극 나섰다. 롯데온은 롯데자이언츠 역사를 맞추는 퀴즈를 진행해 정답을 작성한 고객 100을 추첨해 치킨 세트를 주는 이벤트를 내달 4일부터 6일까지 진행한다.

이밖에 롯데물산은 롯데월드타워에서 프로야구 응원 영상을 선보였고, 롯데홈쇼핑은 라이브 방송으로 자이언츠 굿즈를 판매하고 있다.

지난 2일 롯데마트 부산 7개점은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의 우승을 기원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맥주 구매시 치킨을 할인해주거나, 경기에서 우승하면 일부 상품을 '1+1' 혜택으로 제공하는 등 고객층 확보에 나섰다. [사진=롯데쇼핑 제공]

이날 정 부회장은 클럽하우스에서 키움을 저격하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정 부회장은 "과거 키움 히어로즈가 넥센 히어로즈일 때 야구단을 인수하고 싶었는데, (히어로즈 측이) 나를 X무시하며 안 팔았다"라고 비속어를 섞어가며 분노를 표했다.

이어 "(히어로즈가) 우리(SSG)에 졌을 때 XXX들 잘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히어로즈 이사회 의장) 허민과는 친하지만 키움은 발라버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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