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자체 양산 쉽지 않아..."수십년 시행착오·노하우 필요한 분야"
'친환경 노다지' 미국 시장 전략 본격화...LG엔솔·SK이노 공장 증설, 삼성SDI도 투자 검토 중

[사진=게티이미지뱅크/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배터리센터를 세워 리튬이온 배터리를 자체 개발하겠다"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포드자동차는 전기차 배터리 독립을 선언했다. 앞서 경쟁사 폭스바겐이 각형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한 지 약 한 달 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배터리 업계의 빅 3인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은 "상관없다"라는 입장이다.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후발주자들이 선두주자의 경쟁력을 따라잡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를 '개발'하는 능력과 '양산'하는 능력은 다르다"라며 "점점 강화되는 친환경 기조에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는데, 100% 자급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라고 말했다.

◇ "폭스바겐 내재화 전략? 위협 못 된다"...자신만만한 韓 배터리

최근 1분기 성적을 내놓은 국내 배터리 강자들은 콘퍼런스콜 자리에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배터리 내재화 전략이 두렵지 않다는 모습을 보였다.

전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 상위권을 다투는 이들의 개발·양산 능력을 따라오기까지 숱한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김종성 삼성SDI 부사장은 "테슬라에 이어 폭스바겐도 내재화 계획을 밝힌 것은 그만큼 전기차 배터리의 안정적인 수급이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최근 도래한 반도체 공급 대란을 반면교사 삼아 배터리 수급난 대비 차원에서 내재화 전략을 세우고 있다는 해석이다.

장승세 LG에너지솔루션 경영전략 전무도 "(완성차 업체들이) 당사를 포함한 톱 티어(top-tier) 배터리 업체와의 협력을 지속할 것으로 본다"라며 완벽한 내재화는 시기상조라는 점을 시사했다.

배터리 업체 협력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로는 급증하고 있는 전기차 수요가 꼽혔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2023년부터 배터리 수요가 공급을 7% 초과하는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배터리 공급 대란이 예고된 가운데 양산 능력이 뒤처지는 완성차 업체들이 이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조사업체는 2025년에는 그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관련해 LG에너지 관계자는 "물론 기술 발전에 따라 배터리 개발 속도가 빨라진 부분도 있다"라면서도 "다만 수십 년간의 시행착오로 얻은 노하우를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 1분기 실적이 예고된 SK이노베이션도 비슷한 입장을 견인하며 해외 설비 투자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SNE리서치가 발표한 지난 '1월~2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점유율'에 따르면 LG에너지 2위(19.2%), 삼성SDI 5위(5.3%), SK이노 6위(5.0%)를 차지하며 부동의 상위권을 유지했다.

삼성SDI의 각형 배터리. [사진=삼성SDI 제공]

◇ '친환경 노다지' 미국 시장을 잡자...삼성·LG·SK 각개약진

때문에 올해부터 세 회사는 배터리 업계에서 상위권 위치를 지키기 위해 관련 사업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특히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래 친환경 기조가 강해지고 있는 미국 시장을 겨냥한 시장 전략이 본격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고 있는 곳은 LG에너지다.

LG에너지는 최근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추가 배터리 합작공장 설립을 발표하는 등 해외 역량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두 회사는 합작법인 '얼티엄 셀즈'를 통해 총 23억달러(약 2조5587억원)를 들여 테네시주에 두 번째 배터리 공장을 설립한다.

LG에너지는 합작공장 외에도 2025년까지 5조원 이상을 단독 투자해 미국 내 70GWh(기가와트시) 이상의 독자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SK이노도 26억달러(약 2조8914억원)를 들인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배터리 1·2공장 건설에 한창이다.

2019년에 착공한 1공장은 내년 1분기 본격 가동될 예정이고, 2공장도 2023년 양산을 목표로 지어지고 있다.

1·2공장이 모두 가동될 시 SK이노는 해당 설비에서만 21.5GWh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게 된다.

여기에 3·4공장에 대한 투자 이야기도 조만간 구체화될 전망이다. 최근 김준 SK이노 총괄사장은 조지아주 설비 현장을 찾아 추가 투자 의지를 밝혔다.

현재 미국 내 배터리 셀 공장이 없는 삼성SDI는 해외 신규 투자와 관련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연내 관련 투자 결정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삼성SDI의) 미국 배터리셀 생산공장 후보지는 미시간주와 선벨트(남부 15개주) 지역 등 두 군데로 압축된 것으로 파악된다"라며 "현대차, 기아차, GM, BMW 등 다양한 자동차업체들의 공장이 밀집해있는 선벨트 지역의 경쟁력이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얼티엄 셀즈' 배터리 생산설비와 SK이노베이션의 조지아주 1·2공장 전경. [사진=각 사/연합뉴스]

한편 현재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한 기업은 테슬라와 폭스바겐, 포드 등이다.

지난해 테슬라가 '배터리 데이'를 개최해 전기차 배터리를 스스로 생산하겠다고 밝히자 폭스바겐도 올 3월 '파워데이' 행사에서 유럽에서만 6개 배터리 공장에 투자해 내재화를 가능케하겠다고 선언했다.

포드도 지난 27일 1억8500만달러(약 2058억5000만원)를 들여 미시간주 남동부에 배터리 개발 센터를 개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포드는 LG에너지의 파우치형 배터리와 삼성SDI의 각형 배터리 제품을 공급받고 있다.

SK이노 배터리는 내년 출시되는 포드 F-150 픽업트럭 EV(전기차) 모델부터 탑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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