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주주' 홍원식 회장, 남양유업 지분 51.7%...사퇴해도 '의결권'으로 영향력 행사 가능
사내이사 4명 중 3명은 오너 일가...이사회 거쳐 신규 멤버 영입·후속조치 결정할 예정

지난 4일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불가리스 사태에) 책임을 지고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모든 것을 책임지고 물러나겠다. 남양유업에 대한 싸늘한 시선은 거두어 달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논란을 빚은 남양유업의 홍원식 회장이 지난 4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낭독하며 소비자와 가맹점주들에게 사과했다.

다만 홍 회장의 부탁과 달리 업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이날 사과문에 경영 쇄신과 관련된 내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홍 회장은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라며 "이러한 결심을 하는 데까지 (시간이) 늦어진 점 사죄드린다"라고 말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남양이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고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 하루빨리 지분 매각과 가족 이사회 등 지배구조 향방과 관련된 이슈를 결정지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먼저 남양유업이 풀어야 할 가장 대두되고 있는 숙제는 '주식 매각' 여부다.

남양유업이 지난해 11월 공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홍 회장은 지분율 51.68%(37만2107주)를 차지하며 남양유업 최대주주 자리를 공고히 했다.

지난 3월 공시한 '의결권 대리 행사 권유 참고서류'에도 홍 회장의 지분율은 51.7%(주식 수 동일)로 큰 변화가 없었다.

여기에 아내 이운경 여사 0.89%(6400주), 형제 홍우식 0.77%(5568주), 형제 홍명식 0.45%(3208주), 손자 홍승의 0.06%(431주) 등의 지분까지 합치면 오너 일가의 영향력은 53%를 넘는다.

지분을 매각하지 않으면 그만큼 의결권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회장직에서 물러나는 것과 별개로 경영 일선에서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남양유업은 향후 이사회를 어떻게 꾸리느냐에 따라 기업 이미지 제고 향방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가족 경영'으로 굳어진 남양유업 표 경영방식이 여러 의견을 반영하는 데 걸림돌이 돼 이번 불가리스 사태가 일어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홍 회장이 기자회견 자리에서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의지를 표한 것이 아니냐는 여러 해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남양유업 경영의 중심축인 이사회는 작년 연말 기준 사내이사 4명과 사외이사 2명 등 총 6명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이사회 의장을 맡던 이광범 전 대표가 최근 불가리스 사태를 책임지는 차원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사내이사에 남은 인물은 홍 회장과 더불어 지송죽 여사, 홍진석 상무(기획마케팅총괄본부장) 등 오너 일가뿐이다.

지송죽 여사는 홍 회장의 어머니이고, 홍진석 상무는 홍 회장의 첫째 아들이다. 가족 3명이 이사회 절반을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홍진석 상무는 회삿돈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으며 보직해임됐지만 이사회 등기임원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사과문 전문. [사진=남양유업 홈페이지 갈무리]

사퇴 의사를 밝힌 홍 회장도 이사회 보직을 전면 포기할지는 아직 공식적으로 알려진 게 없다.

홍 회장이 올해 3월 연임을 시작한 만큼 사내이사로서 남은 임기를 채울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다만 이와 관련해 남양유업 측은 "결정된 것이 없다"라는 입장이다.

현재 사퇴 의사를 밝혔거나 해임 조치가 내려진 홍 회장과 홍진석 상무, 그리고 이광범 전 대표 모두 이사회 결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등기이사 신분에서 물러난 게 아니라는 것이다.

남양유업은 향후 신규 사내이사 영입 및 후속조치 등이 결정되는 대로 관련 내용을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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